"전철 오면 병 따요"…日여성 '알코올 중독' 남편도 모른다 왜[세계한잔]
「 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집 밖에 전철이 지나갈 때만 소주 병을 열었어요. 남편이 병을 따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거든요."
일본 시코쿠 다카마쓰의 산코병원에선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알코올 중독자 치료 모임이 열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모임은 여성만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곳에 모이는 여성들은 술 대신 녹차를 마시면서 알코올 중독자로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술을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저마다 경험담을 공유하며 매주 웃음 꽃을 피운다고 한다.

━
고위험 여성 음주율 해마다 증가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시하는 '국민건강 및 영양조사'에 따르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여성 음주율(알코올량으로 따져 하루 20g 이상)은 2010년 7.5%에서 2019년 9.1%, 2023년 9.5%로 꾸준히 증가세다. 남성(하루 40g 이상)은 2010년 15.3%, 2019년 14.9%, 2023년 14.1%로 감소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우미노 슌 산코병원 원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등의 스트레스가 증가해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통신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주류 광고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섭식장애, 우울증, 성폭력 또는 학대 경험 같은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은 더 알코올 중독이 되기 쉽다"고 했다.

" "여자가 술을 마신다고?" " 하지만 일본에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음주 문화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탓이다. 모임 주최자이자 약사인 시노 우스이(48)는 "나도 알코올 중독으로 매일 술에 취해 살았지만, 여성으로서 알코올 중독이 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통신에 말했다. 그는 4년 전 모임을 통해 치료를 시작해 겨우 금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모임에 참여한 대부분의 여성들 역시 시노처럼 치료는커녕 가족이나 친구에게 숨기기 급급했다고 털어놨다. 20대 때부터 맥주에 중독돼 있었다는 한 40대 여성도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란 사실을 부인한 채 17년 간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다. 이 여성은 "알코올 중독은 남성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 인정하기 두려웠다"고 통신에 말했다.

━
"음주=남성 문화? 인식 변화 및 대안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다 노부히토 와세다대학 이공학술원 교수는 2015년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낮고 호르몬의 영향도 있어 술에 더 잘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여성도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여성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노는 "중독은 혼자서 극복할 수 없다"며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이 부끄러움 없이 서로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들이 다시 최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자 나눠줘" 도태남도 떴다…자살 날짜 박는 2030 남자들 | 중앙일보
- 집안 뒤집은 일반인 며느리…재벌이 감춘 '연애 결혼' 비밀 | 중앙일보
- 이재명 인생 최대위기 왔다…황당 대형사고에 "사시 탈락" | 중앙일보
- "이 양반이 여고생 죽였어요" 아빠의 죽음, 아들의 충격 고백 | 중앙일보
- 배우 이장우, 11월 품절남 된다…8세 연하 예비신부는 누구 | 중앙일보
- "중2병보다 더한 대2병 왔다" 대치동 아이들 덮친 이상현상 | 중앙일보
- "내 남편, 동창회 안 보낸다" 이혼 변호사 질겁한 '불륜밭' | 중앙일보
- 티라미수 한조각, 점심이었다…97세 서울대 전 총장 '초절식' | 중앙일보
- 北미사일 1발도 치명적…이런 한국에 이스라엘이 던진 교훈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여러가지 억측 난무" 일 AV배우 밝힌 '주학년 성매매 의혹' 전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