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35개 채울 폐기물이 황금알로 [내일은 천억클럽]
37만5279t.
축구장 35개를 가득 채울 만큼의 폐기물이다. 이를 소중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며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이 있다. ‘리코(Reco)’ 얘기다.
이런 성과는 IB(투자금융) 시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근 585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리코가 유치한 누적 투자 금액은 총 940억여원에 달한다.
“폐기물을 단순히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잠재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 자원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순환경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리코의 핵심 철학입니다.”
창업자 김근호 리코 대표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ESG 경영과 순환경제가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리코는 기업용 폐기물 관리 토털 서비스 ‘업박스(UpBox)’를 통해 기존의 파편화되고 불투명했던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창업자 김근호 대표 [리코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1/mkeconomy/20250621210312543dmah.jpg)
미국 ‘WM’ 보고 창업…IT로 혁신
김근호 대표가 폐기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학창 시절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며 도시 곳곳의 ‘WM(웨이스트매니지먼트)’ 로고를 쉽게 접했다. 그런데 정작 세계적으로 분리수거를 잘하는 나라로 알려진 한국에는 이렇다 할 폐기물 처리 브랜드나 체계적인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당시 배달 앱 등 플랫폼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기에 김 대표는 폐기물 관리에도 IT 기반 플랫폼 모델을 적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과 확신을 바탕으로 창업(2018년)한 김 대표는 2020년경 ‘업박스(UpBox)’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폐기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박스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종류 폐기물을 손쉽고 투명하게 관리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원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돕는 IT 기반 원스톱 솔루션이다. 기존의 기업 폐기물 처리 방식은 기업이 여러 영세 수거 업체와 복잡하게 개별 계약을 맺어야 했다. 또 어떤 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했다. 업박스는 이런 폐기물 관리에 대한 기업의 모든 복잡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놨지만 사업 초창기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폐기물 산업 특유의 보수성과 ‘쓰레기를 굳이 이렇게까지 관리해야 하나’라는 낮은 인식 수준은 큰 장벽이었다. 오랫동안 영세 업체 위주로 파편화돼 비효율과 불투명이 만연했던 시장에서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리코는 ‘투명성’과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아 정면 돌파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음식물 폐기물, 호텔은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이 많으니 이에 맞는 수거 방식과 전용 용기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GPS가 장착된 전용 차량으로 수거 운반 과정을 실시간 추적, 적법 처리를 보장하며 고객 전용 소프트웨어 ‘업박스 클라우드’를 통해 폐기물 배출량, 비용, 환경 개선 효과 등 모든 관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폐기물 관리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실천,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사명 리코는 ‘Resource Connector’의 약자로 폐기물을 자원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완전 다른 폐기물 관리 서비스” 극찬
“약속한 날짜에 반드시 수거하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고객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폐기물 관리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더니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 기업 수가 꾸준히 늘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2020년 500개였던 업박스 고객사는 지난해 5000개를 넘어서며 10배 성장했다. 이런 성장의 비결에는 ‘고객 경험 혁신’이 있다. 약속된 시간 수거, 배출량 실시간 확인,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 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환경공단 ‘올바로 시스템’과의 자동 연동은 기업 담당자들의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그 결과 고객 이탈률은 1%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리코는 올해 3월 585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액 940억원을 넘겼다.
투자 유치 성공 요인으로는 ▲폐기물 시장 성장성과 리코의 가파른 성장세 ▲‘업박스’라는 실체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높은 고객 만족도 ▲명확한 환경 임팩트 성과 등이 꼽힌다.
투자 회사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의 임성훈 파트너는 “실제 이용하는 고객사에서 ‘전에 본 적 없는 폐기물 관리 서비스’라고 극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에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변수는 없나
국제 재활용 원료 시장가 널뛰기
다만 리코의 앞길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규제는 늘상 변수다. 기업 고객의 민감한 폐기물 데이터의 안전한 관리·활용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 순환자원으로 인정된 품목이라 할지라도 지역 간 이동 제한에 따른 물류 비효율 문제, 배터리·태양광 패널·복합소재 플라스틱처럼 새롭게 등장하거나 처리가 까다로운 혼합 폐기물에 대한 명확한 처리 기준·기술 표준의 부재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 정세에 따라 급변하는 재활용 원료의 시장 가격 변동성, 고품질 순환자원에 대한 수요처 발굴 어려움, 그리고 변화를 더디게 받아들이는 기존 시장 참여자의 보이지 않는 저항 역시 리코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산이다.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 참고로 글로벌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6120억달러(한화 약 1978조7300억원)에서 2030년 2조4830억달러(약 3046조8893억원)로 성장할 것(얼라이드마켓리서치)이라는 전망이다. 리코는 이 거대한 시장에서 ‘폐기물 관리의 기준이 되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
회사 측은 규제가 변수이긴 하지만 회사 성장에 기회가 될 규제도 있다고 설명한다.
‘순환자원 인정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현행법상 폐기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유해성이 낮고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물질에 대해 정부가 정한 일정 기준(유해성, 경제성 등)을 충족하면 ‘순환자원’으로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이렇게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자유로운 시장 거래와 활용이 가능해져 회사 입장에선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폐기물로 분류되는 품목 중 재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이 적지 않다”며 “이 품목이 제도적으로 ‘순환자원’으로 인정된다면 자원 활용 가능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회사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큰 만큼 리코의 IPO(상장) 가능성에도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IPO를 계획하고 있지만 당장 시기를 특정하기보다는 국내 서비스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확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폐기물 처리 기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성장과 비전 실현이 IPO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리코는 국내에서 검증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순환 서비스를 향후 글로벌 시장에도 전파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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