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유일의 '모세의 기적', 더는 못 볼까 두렵습니다
[진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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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해상공사 죽도와 송지호 해변을 잇는 길이 780m의 해상길과 해상전망대, 해중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2025/6/16) |
| ⓒ 진재중 |
"근데 막상 와보니까, 뭔가 달라졌어요."
"그 조용하고 평온했던 느낌이 이제는 그냥 기억으로만 남을까 봐... 조금 슬퍼지네요."
강원도 고성군 죽도. 한때 '비밀스러운 섬'이라 불릴 정도로 한적했던 이곳을 다시 찾은 한 관광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바라본 죽도는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굴착기 소리, 거대 공룡처럼 서있는 구조물들, 안내판 옆을 지나는 공사 차량... 섬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위로를 기대하고 섬을 찾은 이들에게 지금의 죽도는 어딘가 낯설다.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그 질문이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방문객들의 마음속에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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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송지호해변 앞에 있는 무인도(2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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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죽도가 지금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죽도를 아끼는 박숙자(67)씨는 "죽도가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키면서, 이상향을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둘 수는 없을까요?"라며,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의 무인도를 자주 찾는 윤장원(69)씨는 죽도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죽도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가선 안 되는 곳입니다. 그 섬이 가진 소중한 자연은 우리 후손들을 위해 남겨야 해요." 그는 최근 지자체 주도의 관광개발이 섬의 본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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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에서 바라본 풍경 죽도와 송지호해변간 해상공사 현장이 자연의 한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2025/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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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섬을 삼킬 듯한 해상공사 현장(2025/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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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일대는 2018년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되었으며, 바닷속 생태계와 경관이 우수하고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지역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조성 중인 관광단지에는 해상 데크와 전망대, 해중공원, 탐방로, 친환경 주차장, 상업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송지호 해변과 죽도를 잇는 780m 길이의 해상길과 함께 산책로, 실내 다이빙장, 서핑장, 체험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강원 고성 광역 해양관광 복합지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410억 원(국비 205억 원, 지방비 205억 원)이 투입되며 고성군의 위탁을 받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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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물다양성으로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된 무인도(20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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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죽도는 대나무 군락지와 다양한 생물군이 자라고 있다. (2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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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의 생태를 조사한 김형섭 전 강릉원주대 교수는 죽도를 "섬 안에 습지가 있는 독특한 생태군락을 지닌 지역"으로 평가했다. 그는 외부 요소가 유입되면 섬의 민감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특히 무인도는 자정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공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식생 변화, 생물 이동 경로, 바람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섬의 생태계는 '보이지 않는 경계' 속에서 지켜져 왔으며, 개발은 그 경계를 허무는 첫 번째 균열이 될 수 있다. 특히 죽도처럼 오랜 시간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섬일수록 고유한 생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 훼손된 섬 생태계는 수십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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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암반 화강암으로 이뤄진 죽도는 해조류가 자라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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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모자반,미역,톳,지누아리 등 다양한 해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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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다양한 해조류와 함께 비경을 간직하고있어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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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강릉대학교 해양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죽도 주변의 해조류 군락이 동해안에서 매우 중요한 생태적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안 개발과 인공 구조물이 해류와 수질에 영향을 주어 해조류 서식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되면 해조류 군락이 쇠퇴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처를 잃어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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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호해변과 죽도사이에 모래톱이 형성,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길이 열린다. (2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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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운 모래와 잘 형성된 모래톱(2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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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윤중원(73)씨는 "서해안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을 동해안에서는 오직 죽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모습조차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다리를 건너는 것보다 모래톱을 밟으며 이상향 같은 섬으로 향하는 경험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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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공사 현장 2022년 10월 6일에 착공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25/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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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죽도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도로서, 자연환경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인공개발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관광객 증가를 위한 단기적 수익에만 집착하는 개발 방식은 결국 죽도의 고유한 자연자산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충일 강릉원주대학교 해양생태학과 교수는 죽도가 해양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라며 "무분별한 개발이나 관광이 이루어지면 섬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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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 상공에서 바라본 송지호와 해변 석호인,송지호와 해변,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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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호 해변은 파도와 모래가 마치 춤을 추듯 어우러져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다. (2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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