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은 K컬처 쇼룸"…한옥, 럭셔리 브랜드가 되다 [비크닉]
■ b.플레이스
「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으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

지난 10일, 서울 가회동 북촌의 고요한 골목. 기와 가옥의 문을 여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한옥’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이면서 단순한 외형이지만, 내부는 전혀 다른 감각을 품고 있었거든요. 감도 높은 사물과 조명, 특급호텔 수준의 침구와 어메니티는 공기 마저 달라 보이게 만들었죠.
이 특별한 공간을 만든 건 한옥 호텔 브랜드 ‘노스텔지어(Nostalgia)’입니다. 지난 202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전통을 감각으로 풀고, 숙박을 경험으로 만들며 한옥을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해왔어요. 또 이른바 ‘K-하이엔드’라는 키워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답니다. 대표 공간 ‘블루재’는 동아시아 최초로 에어비앤비 최상위 라인 ‘럭스(Luxe)’에 등재됐고, LVMH 아르노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VVIP와 최상급 연예인들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지며, 호텔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하고 있죠. 오늘 비크닉에서는 “문화는 고정된 게 아니라 시대와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한옥을 재해석한 노스텔지어를 소개할게요.
북촌 한옥을 ‘하이엔드’로 물들이기까지

노스텔지어의 시작은 브랜딩 전문가 박현구 대표의 이런 질문에서 비롯됐습니다. 20여년간 굵직한 기업들의 브랜드 네이밍과 서비스를 기획해온 그는 계동의 한 한옥 스테이에서 아쉬웠던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상상을 시작했죠. 당시 머물렀던 한옥이 분위기는 고즈넉했지만, 운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대요. 여러 숙박객과 공간을 공유해야 했고, 오후 8시 이후엔 마당을 쓸 수 없고, 조식은 간단한 한식 메뉴로 한정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날 밤 숙소를 나와 거닐던 골목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해요. 그 간극이 바로 브랜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기대 이하의 한옥 스테이’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던 동네’ 사이에서, 머무는 사람의 감각과 기억을 바꾸는 공간을 구상하게 된 거죠. 그렇게 탄생한 ‘아크재’와 ‘블루재’를 시작으로, 노스텔지어는 ‘슬로재’ ‘히든재’ ‘힐로재’ ‘더블재’까지 북촌 일대 여섯 채의 독채 한옥을 운영하게 됩니다.

박 대표는 북촌을 택한 이유가 처음부터 확실했대요. 고궁·갤러리·공예·전시가 도보권 내에 모여 있는 ‘한국적 감성의 압축지’이기 때문이죠. 실제 글로벌 경영진·건축가·예술가까지 한국 정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가기 위해 찾는 대표 공간이 됐고요. 현재 노스텔지어 투숙객의 평균 80% 이상이 외국인데요, 브랜드명을 영어로 택한 것도 한옥의 감성과 외국인에게 익숙한 ‘향수( nostalgia )’라는 정서를 자연스럽게 잇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존재 이유에서 출발한 공간들


대표 공간 ‘블루재’는 왕실 단차와 청와대 청기와를 응용해 전통과 현대의 미감을 꾀한 곳입니다. 330㎡ 규모의 대형 한옥으로, 과거 고위 관료가 살던 터로 추정되어 상징성도 크죠. ‘슬로재’는 도예 클래스와 인공지능(AI) 기반 키네틱 아트를 결합해 시각예술 체험이 가능하고, ‘히든재’는 북촌의 고요한 골목에서 이름과 분위기를 얻어 색다른 경험을 살린 것이 특징이죠. 특히 히든재는 과거 방공호로 사용되던 공간을 개조한 ‘동굴’을 마련해 음악 감상을 할 수 있게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남다른 공간 구성만틈 운영 면에서도 ‘하이엔드 설계’를 갖추고 있어요. 신라호텔 출신 지배인을 영입해 VVIP 응대를 정교화하고, ‘웰컴센터’를 마련해 직접 대면 체크인을 지원하죠. 공간의 물리적 제약조차 브랜딩의 확장 기회로 바꿔요. 예를 들어 조식 공간 ‘원카페’는 숙소 외부에 있어 불편할 수 있지만, 북촌을 산책하는 또 다른 경험이 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쇼룸을 넘어, 문화 안테나숍으로

실제로 이 남다른 관점은 새로운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2월에는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블루재에서 ‘한국 고가구 전시’를 열었고, 5월에는 하이엔드 멤버십 브랜드 디아드(DYAD)가 같은 공간에서 VVIP 행사를 진행했어요. 또 감각적인 건축 자재로 유명한 윤현상재를 통해 ‘더블재’를 재해석하기도 했죠.
궁극의 목표는 ‘북촌’이라는 브랜드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일을 벌이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박 대표는 ‘북촌’이라는 하나의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합니다. “북촌 가려고 한국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숙박·식음료·공예·전시 등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죠. 이를 위해 북촌 상권 콘텐트를 연계한 ‘북촌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프리미엄 소주, 티라운지 등 새로운 공간도 곧 선보일 예정이래요. 언젠가는 뉴욕과 파리에도 한옥 복합공간을 조성해 한국적 정서를 확장할 계획이라는 큰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쯤이면 노스텔지어가 만든 건 단순한 한옥이 아니라, ‘한국에 가고 싶은 이유’라는 감정의 단서 아닐까요. 머무는 공간을 넘어 ‘기억의 공간’을 설계해온 노스텔지어의 내일이 궁금해집니다.

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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