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완경, 변화하는 몸 : 고립되지 않고, 고독할 수 있는 삶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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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여성권리 선언대회에 참여한 서지원씨의 모습 |
| ⓒ 장애여성공감 |
어린 시절의 서지원씨는 부모가 자신의 불임 수술을 고려하는 대화를 들은 기억이 있다. 당시, 아버지의 반대로 수술은 진행되지 않았다. 인권 침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육자가 중증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강제 불임 수술을 진행하는 일은 공공연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다.
"엄마와 아빠의(여성과 남성) 차이인 거 같긴 해요. 아빠는 직접 이걸(월경을) 케어하지(돌보지)는 않잖아요. 반면 엄마는 온전히 자신이 케어를 해야하니깐 저의 월경을 반대하지 않았을까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설에 분리시켰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불임을 강요하거나 가족들이 '관리하기 힘드니까 수술시키자'라고 얘기하는 경우들도 많아요.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얘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장애여성의 몸은 오랜 기간 가족과 시설, 사회의 '관리',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특히 장애여성의 월경은 당사자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편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여성의 월경이 여성의 몸, 월경, 완경, 사회의 불평등 구조도, 돌봄, 의료,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자신의 몸과 건강을 위해 주체적으로 의료적 완경을 선택한 서지원씨의 이야기야말로 균열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의료적 완경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의료적 완경 후 발견한 몸의 변화
서지원씨는 지난해 의료적 완경을 선택했다. 자궁근종치료를 받으면서 월경통과 월경량 냉이 지나치게 많아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호르몬 주사를 두 차례 맞은 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대부분 설명 없이 주사만 권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 건지, 자궁적출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자궁적출을 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아무도 내 몸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고 두려웠어요. 그래서 내 몸에 대해 물어보고, 자세히 얘기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동료들의 제안으로 색다른 의원을 가게 됐어요."
결국 그는 직접 정보를 찾아본 후 찾아간 병원에서 상담을 받은 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대변을 볼 정도로 변비가 심했지만, 그는 수술 이후로는 배탈이 잦아지고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되는 등 몸의 변화가 생겼다. 위암 같이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계속 자궁이 장을 누르고 있어서 대변이 안 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대변이 잘 나오는 건 너무 좋거든요. 예전에는 팬티에 막 생리가 묻고 그랬다면 지금은 대변이 묻고 그래요. 재밌고 어이가 없기도 했어요."
서지원씨는 의료적 완경 후 생긴 몸의 변화를 유쾌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일상적으로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장실 보조는 중요한 이슈라고 덧붙였다. 또한, 뇌병변 장애는 몸이 경직되는데 더욱 경직이 심해졌고 그로 인해 발음이 더 안 좋아지고 침 덩어리가 튀는 빈도도 많아졌다. 그는 예전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필요 없었지만, 최근 기억력이 안 좋아져 달력이 생겼고 녹음도 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돌봄 받는 방식과 관계도 달라졌다. 생리혈과 대변이 묻었을 때, 침이 튀었을 때, 더러움과 수치심만이 아니라 어떻게 존엄을 지키며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가 삶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돌봄이 권리로서 말할 수 있도록 장애여성들의 월경, 완경의 경험이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을 주고받을 때 존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에요. 삶의 전반적인 조건과 권리들과 떨어져서 얘기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여성들이 노동할 때 생리대를 갈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차고 있는 상황과 제가 장애 여성으로서 돌봄을 받아야 되는 상황에서 갈등이나 혹은 화장실 없는 등의 이유로도 하루 종일 생리대를 차야 되는 경험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에 이러한 중요한 권리들이 보장되지 않으면 완경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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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허리 정기공연 중 서지원 활동가의 모습 |
| ⓒ 장애여성공감 |
최근 기후위기와 같은 극한의 기온 상승이 안면 홍보와 야간 발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으나, 여성, 장애인 등 기후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한 기후위기 대응 연구와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취약계층을 고려한 대표적인 폭염 대비 정책 중 하나인 무더위 쉼터는 휠체어 진입이 불가한 곳이 많아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하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또한, 여성이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기 어려워 여성 전용 쉼터를 개설했으나, 숫자가 적고 거리가 멀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완경기 여성은 기후재난에 특히 취약하나, 완경기를 겪는 여성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소수자를 고려한 기후위기 정책 마련이 기후정의에 필수적인 이유이다.
장애여성은 왜 필수 검사를 포기해야 하나?
서지원씨는 자궁적출 수술을 앞두고 필수인 유방암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체형에 맞지 않아 검사가 불가능했다. 국내에서 지체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유방암 검사는 국립재활의료원에 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는 자부담이 너무 커 사실상 접근이 어렵다. 의료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지원씨의 경험은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장애여성, 빈곤여성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그의 증언은 단지 개인의 어려움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임을 말해준다.
"첫째, 제발 시선이 나를 향하면 좋겠다. 아예 진료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날 보고 대답을 하는 곳 이었으면 좋겠어요."
언어장애가 있고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지원씨의 진심 어린 바람이 담긴 말 이다. 그는 천천히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시간,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진료 환경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 진료는 '진단'만 있고 '소통'은 부족하다. 이어 그는 진료 환경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간호사님하고 상의해서 진료 의자가 아니라 침대에 누워서 진료를 받고 싶어요. 그게 자세가 편하고 제 몸 상태를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색다른 의원 갔을 때 (환자를 진료하는) 의자에 대한 고민 되게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다리를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 약간 침대형처럼 누울 수도 있는 그런 의자를 고민하신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환자의 체형, 불편함, 특성을 고려한 진료 환경 설계는 '배려'가 아니라 '기본'이어야 한다. 입원과 돌봄 체계에서도 문제가 이어진다. 장애인은 입원 시 평소 자신의 일상을 함께한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병원은 간병인, 간호사에게 돌봄을 맡기려 한다. 이러한 의료적 행정 처리는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활동지원사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장애인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정서적 지원도 해줄 수있다. 더불어 최근 간병인의 역할을 이주여성들이 맡게 되면서 언어, 문화적 차이 등으로 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론 간병인과 활동지원사의 동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 측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어떤 병원은 입원시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으려면 1-2인실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또 다시 비용 문제로 연결된다. 이처럼, 장애여성이 병원에 입원하고,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모든 과정에서 '장애'보다 '시스템'이 더 큰 장벽이 되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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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다른 의원 상담실로 들어가는 서지원씨의 모습 |
| ⓒ 장애여성공감 |
"생리와 임신 출산은 여성으로서 인정받았던 그런 시간이었는데, (자궁)적출을 하고 나니까 '이제 출산을 하지 않을 거니? 여성으로서 쓸모를 다 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나의 정체성이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회적인 인식들이 변화해 가는 게 모순적이라고 느껴져요."
생식 능력을 여성성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속에서 서지원씨는 자신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모순적 인식을 느꼈다. 그리고 완경은 점차 주변화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나이든 몸들의 경험이나 목소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노화는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던 걸, 할 수 없게 되는 거. 더 이상 누군가가 찾지 않게 되고. (예전과) 똑같은 관계를 맺고 싶은데 자리가 없어지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완경 그리고 나이듦은 단지 육체적 퇴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망에서 이탈되는 경험, 자리가 줄어드는 느낌도 함께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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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4주기에 참여한 서지원 활동가의 모습 |
| ⓒ 장애여성공감 |
"속도가 더 느려지고 그게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두려운 마음에 대해 더 저항하면서 살지만 적응하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중년 여성을 떠올렸을 때 이제 고립과 고독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지 않을까. 더 이상 필요 없어지게 되고 갈 데가 없어지게 되고 관계도 좁아지고... 아무래도 장애를 가진 여성들 외출하기가 쉽지 않고…"
장애여성에게 나이듦은 외출은 줄어들고, 사회는 점점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곧 고립의 위협이지만 느려진 삶의 속도에 적응하며 '저항'이 존재한다. 옆에서 통역을 해주던 진은선씨가 덧붙였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돌봄에 대한 얘기와 상호성에 대한 얘기를 오랫동안 같이 하다 보니 상호 돌봄의 과정에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상대방도, 사회도 변해야 되지만 나도 변할 시간들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고독한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립되지 않고 고독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해요."
장애여성의 완경기는 신체의 변화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관계가 줄어들고, 역할이 지워지는 경험과 맞물려 있다.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 나이듦과 함께 돌봄의 필요는 더욱 복합적이고 섬세해진다. 사회는 다양한 몸을 위한 적절한 지원과 이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관계 맺기를 위한 의료시스템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회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몸, 다양한 경험이 존중받고 고립이 아닌 '고독'을 선택할 수 있는 삶, 변화하는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상호성을 회복할 수 있는 관계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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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탄핵 집회의 행진 중인 서지원 활동가의 모습 |
| ⓒ 장애여성공감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 여성환경연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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