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채, 오크라, 줄콩, 바질...22년차 농부가 추천하는 여름 채소 네 가지
나는 지난 2005년 33세 때 아내와 함께 귀농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22년차 전업 농부다. 농부로 사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흙 만지며 사는 농부의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정리하고자 한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계속 더 더워지는 여름, 이제는 어떤 채소를 심어야 할까요?"
텃밭 농사 짓는 주변지인들이 내게 종종 묻는다. 해마다 여름 날씨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기존 여름 작물들도 농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여름용 배추라 불리는 얼갈이 배추도 잘 못 자라는 날씨다.
귀농인이 추천하는 여름 채소 네 가지
이럴 땐 원래 안 맵던 풋고추 품종도 확 매워진다. 20여 년 전 처음 농사짓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기후가 정말이지 몸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유기농 제철꾸러미'라는 방식으로 직거래를 하는데, 날씨가 더워지며 여름에 보낼 채소가 점점 없어졌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하나둘씩 무더위에도 잘 자라는 작물들을 찾아 시험 재배하고 있다. 많은 작물들이 한두 번 심어본 것으로 끝났지만, 몇 가지는 농사도 쉽고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계속 키우고 있다.
올해도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더위에 강한 작물을 밭에 심거나 모종을 키우는 중이다. 바뀌는 날씨에 어쩔 수 없이 밭 풍경도, 밥상도 바뀔 수밖에 없다. 쉽게 키울 수 있는 아열대 여름 작물 재배법, 저마다 맛있게 먹는 요리법 등을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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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 여행에서 맛을 보고 심기 시작한 공심채, 이제는 점점 대중적인 여름 채소가 되어 가고 있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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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심채는 줄기가 빨대처럼 비어 있다. |
| ⓒ 조계환 |
파종 후 2~3주 정도 지나 본잎이 어느 정도 자라면 밭에 아주심기(어린 모종을 본 밭에 옮겨 심는 것) 한다. 10cm에서 15cm 간격으로 심고, 물을 많이 줘야 한다. 공심채는 물시금치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을 좋아한다.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도 잘 자라고, 장마에 비가 많이 오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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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심채는 볶거나 국거리로 사용하면 된다. |
| ⓒ 조계환 |
저민 마늘이나 생강채, 굴소스와 함께 볶아도 좋다. 공심채는 물에 데치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나물처럼 데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볶음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된장국 국거리로 이용해도 된다. 특별한 향이 없어서 거부감 없이 쉽게 먹을 수 있다. 재배하는 농민이 점점 많아지면서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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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콩은 날씨가 더워지면 더 잘 자란다. 생산량이 많다. |
| ⓒ 조계환 |
한국에서 오래전에 재배가 되었다는데, 일반적인 작물은 아니었다. 태국, 인도, 필리핀 등에서 광범위하게 재배하고 있는 대중적인 채소다. 최근에 동남아 채소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여물기 전의 어린 콩을 수확해 껍질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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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주일에 두번씩 수확하는데 날씨만 더우면 60cm 이상 길게 자란다. 아내가 줄콩을 수확하고 있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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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콩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살짝 익혀서 먹어도 맛있다. |
| ⓒ 조계환 |
태국식 줄콩 샐러드를 만들 때는 먼저 줄콩을 적당한 길이로 썬 뒤 칼집을 넣어 양념이 잘 스며들게 한다. 토마토나 양배추, 당근, 매운 고추 등 다른 채소들과 함께 샐러드 드레싱(올리브오일, 간장이나 액젓, 채 썬 양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레몬즙)에 버무린 뒤 다진 땅콩을 뿌려 요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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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크라는 하늘로 쭉쭉 뻗어올라가며 자란다. 열매도 하늘을 향해 쭉 올라간다. |
| ⓒ 조계환 |
더울수록 잘 자라고 병해충도 적어서 재배도 쉽다. 10년 전쯤에 인도 여행을 하고 온 지인이 씨앗을 주어 오크라 농사를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제철꾸러미 회원들에게 오크라를 보내면 끈적끈적한 게 이상하다고 싫어하는 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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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크라는 고추처럼 생겼지만 끈적끈적한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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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크라는 살짝 데쳐서 요리하면 된다. 카레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
| ⓒ 조계환 |
가로로 자르면 오각형의 예쁜 별 모양이 되기 때문에 색다른 상차림을 하기에도 좋다. 수확시기를 놓친 딱딱한 오크라는 잘라서 햇볕이나 건조기에 말린 후 덖어서 차를 만들어 마신다. 오크라 씨앗도 차로 만들어 마시면 커피랑 살짝 비슷한 맛이 난다. 카페인 없는 커피 향 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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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질은 무더위에 잘 자라는 몸에 좋은 허브다. 사진 속의 스위트바질이 일반적으로 재배된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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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질은 스위트바질, 홀리바질, 레몬바질, 자색바질, 타이바질 등이 있다. 조금씩 맛과 향이 다르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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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질은 15cm에서 20cm 정도 자랐을 때 순을 수확한다. 곁순을 남겨 놓으면 또 자란다. |
| ⓒ 조계환 |
기후 위기로 농사법도 작물도 변해야 한다는 게 조금은 서글프다. 하지만 기후는 이미 변했는데, 기존 농산물만 고집스레 고수한다면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채소를 극한 더위에서 살려내려면, 과도하게 농약을 치거나 엄청난 전력을 사용해서 온도를 내려주는 설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애써서 농사를 짓는다 해도 수확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채소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무더위에 잘 자라는 아열대 작물들은 모두 건강에 좋고, 기르기 쉬운 작물들이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먹다 보면 대부분 적응이 된다. 이제 여름에 시금치나 배추를 찾기보다는 평소 안 먹어본 채소, 새롭고 낯선 채소라도 마음을 열고 도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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