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책 '표지갈이'만…전 부처 재보고" 군기잡은 국정기획위

“윤석열 정부 캐비넷에 보관하던 내용을 ‘표지갈이’만 해 가져온 것 같다”
19일 정부 업무보고를 받은 국정기획위원회 핵심 인사는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틀째 업무보고에서도 “다시 보고하라”“반성이 필요하다”“새 정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등 각 부처 실·국장을 꾸짖는 기획위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조승래 대변인은 업무 보고 직전에 브리핑을 열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어제) 보고는 한마디로 ‘매우 실망’이라고 말씀드리겠다”며 “공약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고, 내용이 없고 구태의연한 과제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 맞는 구체적 비전이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어떤 부처는 공약을 빙자해 하고 싶은 일을 제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전 부처에 미흡한 점을 보완해 재(再)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오전, 오후 부처 보고도 냉랭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감사원 보고에선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등 감사 전반을 놓고 편향성을 지적하는 비판이 두 시간 내내 쏟아졌다. “감사원이 (특정) 정파의 돌격대 역할을 한다”(조 대변인)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황해식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공정성을 기하겠다” “반성한다” 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같은 시각 금융위원회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도 경제1분과장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AI(인공지능)·데이터 활용 방안 등 이전 정부부터 논의된 주제인데 아직도 진전이 없다”고 질책했다. ‘4대강 재자연화’ 등 이재명 대통령 공약을 수행할 환경부 보고에선 “다시 검토하라” “수정해 보고하라”는 등 기획위원의 비판이 나왔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공약에 대한 준비 부족을 이유로 강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한 국정기획위원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보수 정부의 색채를 빼기 위한 군기 잡기란 반응이 나오지만, 공무원 사회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부처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어떤 정부든지 정책 기조에 맞춰 일하는 것일 뿐인데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몰아세우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한주 위원장은 전날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의 보고를 받은 데 이어 이날도 2개 부처의 보고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오전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에선 “어떤 일이 있어도 선진국 문턱을 넘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실물 경제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고용노동부 보고에선 “성별, 고용형태, 기업 규모, 원·하청 관계를 불문하고 정규직이 100을 벌 때 비정규직은 60 수준에 그친다”며 이 대통령 공약 사안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한 격차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 정책은 성장 중심의 보수적 접근을 하되 사회 정책은 격차 해소 등 진보적 방향으로 설계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투트랙’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기획재정부 조직 분리, 검찰 수사·기소 분리, 금융위원회 해체 등 부처 개편에도 본격 착수했다. 전날 국방부 업무보고에선 ‘12·3 비상계엄’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군방첩사령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 방안도 논의됐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오전 중 여러 제기된 조직개편 수요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당분간 정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친명계(친이재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기재부 기능을 분산하는 방안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처를 쪼개 놓고 나면 다시 정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김규태·조수빈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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