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 일본 동아리 문화에서 배워야 할 점
김성호 평론가
동아리는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다. 중·고등학교, 또 대학교 학창생활 한편으로 취미라 부를 만한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저 활동 그 자체만을 다루지 않는다. 한 분야를 마음 다해 배워가는 것이 어디 지식이며 기술의 습득만으로 끝이 날까. 때로는 동아리 선후배며 동급생간 풋풋한 연애가, 또 때로는 우정과 경쟁, 열정의 피고 짐이 일어나는 것이다. 야구치 시노부의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 같은 영화부터, 고시엔을 꿈꾸는 소년야구 배경 작품들, 기타 다양한 동아리 배경 만화와 드라마, 영화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동아리 활동이 강조된 배경으론 여러 이유가 제기된다. 학업에만 매진하면 청소년의 심성이 강퍅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그 근간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 근대에도 문무겸비의 자세가 장려되기도 했거니와, 청소년의 체육과 예술활동을 강조한 미국의 영향 또한 적잖이 받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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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포스터 |
| ⓒ 찬란 |
전국 수천 개에 이르는 일본 생활체육 동아리를, 한국은 엘리트 체육부 수십 개로 당해낸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저 체육뿐이 아니다. 클래식과 재즈, 락 등 음악부터, 문학과 회화, 연기, 무용 등 다른 예술분과들도 얼마 상황이 다르지 않다.
여기 일본 동아리 활동의 긍정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한 편이 또 나왔다. 95분짜리 애니메이션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가 바로 그 작품이다. 시키무라 요시코의 1996년 작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는 과거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 있던 이야기를 시차를 두고 극장판 장편 애니로 새로 제작했다. 말하자면 원작을 서로 다른 장르로 변주해 재탄생시키는 미디어믹스로, 근래 소재 고갈을 겪고 있는 일본 애니계가 내놓은 검증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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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스틸컷 |
| ⓒ 찬란 |
무튼 신작 애니는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란 이름을 달고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지난해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됐던 작품을 찬란이 수입해 상영키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이 형태를 바꿔 때로 때때로 소환된다는 건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작품을 보자면 그 매력이 무엇인지가 선명히 드러난다. 눈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하나는 일본 동아리가 지닌 본래적 매력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부제가 보여주듯 여름을 긍정적으로 내보이는 계절감이 되겠다.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여고생들의 동아리 성장기를 그린다. 여고생 동아리를 다룬 작품이라 하면 앞서 언급한 <스윙걸즈>가 가장 먼저 떠오를 법도 한데,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그 소재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조정이다. 눈부신 바다 위에서 노를 저어 나아가는 조정이란 스포츠는 도무지 인문계 여고생들의 동아리 활동으로 익숙할 수가 없지 않은가. 바로 그 지점이 이 작품이 승부하는 바,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름의 성취를 얻어내는 여고생들의 노력이 다른 여느 분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선명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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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스틸컷 |
| ⓒ 찬란 |
이 같은 선택이 과연 틀리지가 않아서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정부분 대리만족과 공감을 느끼도록 한다. 대리만족이란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전력을 다해 노를 저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으로부터 얻어진다. 조정이란 그리 흔하지 않은 취미다. 필요한 장비부터가 흔히 구하기 어렵고, 조정장이나 바다까지 나아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 해도 드는 체력이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마음 맞는 팀원들까지 있어야 하니, 웬만한 이라면 상황이 되지 않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가운데는 모든 것이 착착 맞아 떨어지니 대리만족하며 볼 수밖에.
공감 또한 분명하다. 여고생들이 바다로 나가 조정을 연습하고, 마침내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좌절하고 극복하며 의지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결코 낯설지 않다. 누구나 어떤 분야에, 또 다른 이들과 협력해야 하는 부문에서 성장하고 성취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는 동아리 문화가 박약한 한국 교육과정에서조차 필수적으로 예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은 주인공들이 더 나은 조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며 저마다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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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스틸컷 |
| ⓒ 찬란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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