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갈등 최고조, 캄보디아-태국 '영토 수호' 전면전 돌입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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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태국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수도 프놈펜에서는 훈센 상원의장의 막내아들인 훈 마니 부총리 겸 캄보디아청년연맹(UYFC) 회장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가행진이 열려 시민 약 15만 명이 결집했다. 군중 가운데 끄로마 전통 스카프를 맨 인물이 훈 마니 부총리 |
| ⓒ 훈센 상원의장 페이스북 |
"오늘의 모임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크메르 가족으로서 단결과 충성심,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를 표출하는 의미 있는 행동이다. 국가가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고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훈 마니 부총리 겸 UYFC 회장은 이번 시가행진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훈센 상원의장의 막내아들이자 훈 마넷 총리의 친동생이다.
이어 그는 "캄보디아가 위협받고, 우리 국민의 명예와 영토 보전에 대한 모욕이 있을 경우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캄보디아 국민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단호하게 우리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진은 시내 중심가 꼬삑섬에서 시작해 독립기념탑까지 이어졌고, 기념탑 앞에서 행사를 마친 후 해산했다. 독립기념탑 옆에 위치한 훈센 상원의장의 관저를 지날 때에는 그의 부인 분 라니 여사가 발코니에 나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격려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태국이 닫으면 우리도 닫는다!"… 훈 마넷 총리, 강경 대응 예고
같은 날, 훈 마넷 총리는 프놈펜에서 열린 '캄보디아 스카우트 비상총회 폐회식' 연설을 통해 최근 태국의 군사적 조치와 국경 폐쇄에 대한 정부 입장을 더욱 명확히 했다.
훈 마넷 총리는 "현재 국경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태국군은 매일 참호를 파고 중화기를 이동 배치하고 있다. 전날에는 우리 포병이 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했지만, 우리 포신은 자국 기지를 향하고 있었으며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태국 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태국이 일방적으로 국경을 폐쇄한 것에 대해, 캄보디아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태국산 채소 및 과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이 국경을 일방적으로 닫았으니, 다시 여는 것도 그들 몫이다. 우리는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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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4일 파에통탄 친나왓 총리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 프놈펜 평화궁에서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모티브를 공개하고 있다. |
| ⓒ 태국정부 |
한편, 같은 날 오전 훈센 상원의장과 태국 파에통탄 친나왓 총리간의 지난 15일자 전화 통화 녹음 일부가 유출되어 현지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훈센 상원의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당 통화가 17분 6초 동안 진행되었음을 밝혔고, 약 9분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양측이 국경 긴장 완화, 특히 국경 통행 제한 해제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유출은 파에통탄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 지도부가 '비전문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고, 이에 훈센 상원의장의 아들인 훈 마넷 총리가 17일 강하게 반발하는 등 양국 정상 간의 간접적인 설전이 오간 직후에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녹음된 통화에서 파에통탄 총리는 국경 제한이 태국 정부 차원의 결정이 아닌 군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으며, 자신 또한 국내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훈센 상원의장은 캄보디아는 태국이 최근 변경한 국경 통행 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만을 원하며, 태국의 행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측이 국경 통행 시간을 원상 복구하면 캄보디아는 태국산 과일 및 채소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훈센 상원의장은 이 음성 녹음이 어떠한 오해나 오해석을 막기 위해 기록되었음을 밝히며, 투명성을 위해, 그리고 캄보디아 내부적 목적을 위해서도 통화 녹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당 상임위원회, 상원 실무단, 국회 팀, 외교 태스크포스, 교육 및 홍보 부서, 국경 문제 그룹, 군 관계자 등 약 80명에게 이 음성 녹음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들 중에는 태국 총리를 불신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 통화 후 몇 시간 뒤,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 지도부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앞서 자신이 했던 말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훈센 상원의장은 이 음성이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체 녹음 테이프를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태국 측이 전체 녹음을 원한다면, 17분 6초 분량의 음성 파일을 전부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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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 프놈펜 시내 중심 꼬픽섬에서 지난 18일 열린 크메르 민족 시가행진 대회에 참여한 캄보디아 시민들의 모습. 캄보디아 현지언론들은 약 15만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
| ⓒ 훈센상원의장 페이스북 |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17일 자정을 기해 사전 고지한 24시간 유예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태국산 채소와 과일의 수입을 공식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오다 민쩨이주의 오스막 및 초암 국경검문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상 운영되지만, 모든 수입 물품에 대한 검사가 강화되었고, 채소와 과일류는 일체 반입이 금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태국과 접한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에서는 18일 오전 캄보디아 당국이 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전력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베트남산 전력으로 대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약 20분간의 정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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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국민들 사이에선 태국산 제품을 불매하자는 캠페인도 일고 있다. |
| ⓒ 소페악 분틈 페이스북 |
훈 마넷 총리는 이날 연설 말미, 국경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의 애국심과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조국의 정당한 영토를 지키는 데 있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캄보디아 국민이 국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영토 문제만이 아닌,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날 수도 프놈펜 거리에서 펼쳐진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단순한 애국 행사를 넘어, 캄보디아 국민에게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이를 통해 현 정권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 또한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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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국기를 들고 시내로 나선 캄보디아 시민들. |
| ⓒ 훈센총리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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