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도 절감한 북미의 벽, 한국인 감독은 어떻게 넘었나
장성호 감독 "원작 없이 도전 힘들어"
익숙한 기독교와 브로커 배제로 실패 확률 낮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미국 극장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다. 지난 4월 11일 개봉해 누적 수익 6024만8059달러(약 828억원)를 기록했다. '기생충'의 5384만7897달러(약 740억원)를 너끈히 따돌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917만3958달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1520만5725만달러)' 등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절감했던 한계도 뛰어넘었다.

차이는 기획 단계에서 확인된다. 장성호 감독은 애초 이 영화를 북미 시장을 겨냥해 제작했다. 그는 유명 원작이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고 여겼다. 재미있게 감상했던 '코디와 생쥐 구조대(2793만1461달러)'의 흥행 실패를 지켜보며 생긴 믿음이다.
장 감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8일 서울 CKL 스테이지에서 진행한 '2025 콘텐츠 산업 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알고 보면 월트디즈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가 알 만한 작품 대부분이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월트디즈니의 기반이 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를 토대로 제작됐다. '인어공주'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 '미녀와 야수'는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의 동명 소설, '라이온 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각각 바탕으로 한다. 국내에서 관객 1029만6101명을 동원한 '겨울왕국' 역시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장 감독은 퍼블릭 도메인(자유 이용 저작물)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을 배제하고, 실패 확률이 낮아 보이는 작품 서른 편을 엄선했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온 작품이 찰스 디킨스의 '주님의 생애'였다. 그는 "미국은 청교도인들이 세운 나라다. 기독교의 메시지를 내세운다면 신앙심 깊은 관객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교회와 신앙 단체를 활용해 사전 상영회, 홍보 캠페인 등을 벌인다면 입소문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 감독의 말대로 기독교 영화는 실패 확률이 낮다. 북미 극장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8384만8082달러(약 1151억원), '선 오브 갓'은 5970만64달러(약 820억원), '천국에 다녀온 소년'은 9144만3253달러(약 1255억원),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6501만4513달러(약 892억원), '기도의 힘'은 6779만117달러(약 931억원),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1억8417만8046달러(약 2528억원)를 각각 벌어들였다.

이 영화들은 부가 판권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는 박스오피스의 2.6배 정도의 수익을 창출한다. 기독교 영화는 최소 다섯 배를 챙긴다. 수익을 내는 기간도 긴 편이다. 장 감독은 "1998년 개봉한 '이집트 왕자'의 경우 27년이 지난 지금도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기획력이 좋아도 현지 사정을 모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장 감독은 모팩스튜디오 대표로 활동하며 쌓은 인맥을 활용해 할리우드 중진급 인사들을 직접 섭외했다. 가장 먼저 포섭한 인물은 디즈니에서 16년간 몸담으며 장편 애니메이션 아흔 편 이상의 캐스팅을 담당한 제이미 토마슨이었다.

장 감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업부에 캐스팅 부서를 창설했을 만큼 영향력이 상당한 전문가"라며 "그의 노력 덕에 오스카 아이삭,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벤 킹슬리, 포레스트 휘태커, 마크 해밀, 피어스 브로스넌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브로커를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쳤다면 실패했을 수도 있다. 성과를 내고 싶다면 무조건 메인스트림(Mainstream)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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