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한국 왔는데... 가족과 '생이별' 한 기막힌 사연
한국의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받은 난민들이 있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국경을 넘었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러도 가족을 초청할 수 없다. 현행법상 인도적 체류자에게는 가족 초청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행복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2025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 사회에 정주하고 있는 인도적 체류 난민들의 가족분리로 인한 고통과 가족결합에 대한 희망을 담은 글 네 편을 연속으로 기고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진 채 흘러가는 아프고 안타까운 시간들을 독자들이 함께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기자말>
[한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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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2018년 7월 12일 오후 청와대앞 분수대광장에서 '제주 예멘 난민에게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이주인권노동단체 기자회견'이 이주노동자공대위, 난민네트워크, 제주난민인권을위한범도민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 ⓒ 권우성 |
그리고 여기, 국경이 가족을 갈라놓은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들이다. 많은 난민들은 전쟁과 박해를 피해 이주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이별하게 되며, 새롭게 가족을 구성하고도 함께 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난민은 가족들과 헤어지기 쉬운 조건에 놓여있기 때문에 유엔 최종의정서에서는 비호국 정부가 난민가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유엔난민기구의 국제보호결론은 난민가족의 결합이 인도주의적 이유에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며, 재결합이 "가능한 한 지체없이 실현(with the least possible delay)"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지원하라고 촉구한다.
난민들의 보호 요청에도 한국 정부가 가족결합을 불허하면서 난민과 그 가족들은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 있다. 함께 하지 못한 채로 흘러간 시간들 속에서 헤어진 가족들의 얼굴은 낯설어져가고,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 가족의 자리가 비어가며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살라는 것도 아니고 죽으라는 것도 아닌" 인도적체류 비자
2018년, 54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이 정부에 비호를 요청하면서 한국사회에도 난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도 "낯선 존재"도 아닌, 한국에 정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사회는 이들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당시 예멘 난민들은 대부분 인도적체류 허가를 받았다. 이 인도적 체류비자에는 체류권을 허가하면서도 삶의 권리는 주지 않는 한국 난민 제도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 난민법은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에게 인도적체류 지위를 부여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극히 낮은 난민인정률(2024년 기준 1.9%)을 유지하고 있으며,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난민들에게 우회적 방식으로 인도적체류 지위가 더 많이 주어지고 있다.
2024년까지 누적 난민인정자는 1544 명인데 비해 인도적체류자는 총 2696 명으로, 난민인정을 크게 웃도는 숫자이다. '보충적 지위'는 원래 난민 지위와 차등적 권리를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난민협약 상의 보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인도적체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9살 때 한국에 들어온 아스마(가명)는 자신의 인도적체류 비자를 가리켜 "살라는 것도 아니고 죽으라는 것도 아닌" 비자라고 표현했다(유엔난민기구, 2025). 출입국관리법 상 '기타(G-1-6)비자'인 인도적 체류비자는 1년 단위의 체류허가를 갱신해가면서 살아야 하는 체류 불안정성을 늘 지니고 있으며, 장기 거주하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막혀있다.
또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고 각종 사회보장제도로부터 차별을 받는 등 한국 사회에서 정주하며 안정적인 삶을 일구어가는 것이 어렵다. 이처럼 '기타'로 분류되는 삶에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기본권이 박탈되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족과 함께 살 권리, 즉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신청자 가족들의 비자발급이나 입국을 거절하여 가족결합권의 실현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 난민법 제37조의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에게 입국을 허가하도록 하는 규정이 난민의 가족결합에 관한 유일한 규정이다. 난민업무지침에서도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신청자는 가족결합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보충적 보호 지위의 난민에게도 가족결합권을 보장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대다수 국가들과는 대비된다.
완고한 법제도의 장벽에 부딪힌 난민들은 여전히 전쟁터인 본국에 가족들을 두고왔다는 죄책감, 영영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과 좌절이 커져간다. 인천에서는 터키에 있는 배우자와 자녀를 만나지 못한 난민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서로 간에 정서적, 일상적, 물질적 돌봄과 지원을 함께하지 못하며, 공동의 미래를 계획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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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6월 19일 <인도적 체류자 가족결합 및 가족구성권 보장 증언대회>현장사진 |
| ⓒ 난민인권센터 |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인도적체류자에게 가족결합권을 부여할 것을 권고하였다(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25.05.09). 그러나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했다. "난민인정자에게 적용되는 가족결합권을 인도적체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해외 가족 초청 허용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정부는 난민의 권리 보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살게 해줬으면 된 것 아니냐"는 태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난민 보호를 향해
앞으로 3주간 이어질 연재기사는 가족과 헤어진 상태에 있는 인도적체류 난민과 그 가족들이 직접 말하고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결성한 '난민가족결합연구팀'이 이들의 글쓰기를 지지하고 번역본을 편집했다. 난민들이 직접 전해준 이 말과 글에는 가족과 헤어지게 된 경로, 가족과 함께 살고자 하는 열망, 돌봄과 관계를 유지하는 다양한 방식, 가족에 대한 그리움, 슬픔, 외로움, 고립감, 미안함, 걱정, 두려움의 감정들이 담겨있다.
기고자 중 하나인 무한네드(가명)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8시에 예멘으로 왓츠앱을 건다. 그때면 예멘은 2시,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했냐, 생활 어떠냐, 집 밖에 나가지 말아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민가족결합연구보고서, 2024: 60-61p). 무한네드의 몸은 한국에 있지만 그의 시간은 아내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예멘에 맞추어져 있다. 누군가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와서 살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오는 것은 비단 그 사람의 몸 하나가 아니다. 그 사람은 다른 누군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난민이 국경을 넘은 한 '개인'의 문제 이상임을, 그 연결됨을 강제로 끊어내는 폭력에 대해 말해준다.
그동안 난민의 가족 이산과 결합의 문제는 난민들이 마주한 문제들 중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었다. 진짜/가짜 난민을 선별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난민 제도 속에서, 체류비자를 획득하는 것조차 넘기 어려운 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을 보호한다는 것은 긴급하게 닥친 위험을 피할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잃어버린 일상적인 삶의 수준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도 이제는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난민들의 간절함과 열망, 함께 살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난민가족결합연구팀 소속입니다. [참고자료] [1] UNHCR. (1981). Conclusion No. 24 (XXXII) on family reunification. Executive Committee of the High Commissioner’s Programme. [2] 법무부. (2024). 난민 현황 통계. [3] 유엔난민기구. (2025). "국내 난민 아동·청소년들의 정착과 사회 통합에 대한 경험과 전망" 실태조사 보고서. [4] 난민인권센터. (2023.06.19.). 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 및 가족구성권 보장 증언대회. [5]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25. 05.09.) "제20·21·22차 우리나라 국가보고서 심의에 대한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6] 난민가족결합연구팀. (2024). "난민가족들의 흩어짐과 가족결합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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