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1%만 고치면 완벽하다"고요
[정은이 기자]
긍지,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갖는 당당함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담긴 이 단어는, 자폐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폐인 혹은 장애를 향한 왜곡된 시선이 팽배한 사회에서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나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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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법인 디엘지 ‘스페셜 D’talk’에 참여한 이원무 칼럼니스트 |
| ⓒ 법무법인 디엘지(구 법무법인 디라이트) |
"타인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들의 마음을 아는 것,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으니까요. 감사하다는 것도 잘 몰랐습니다."
원무씨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넌 다른 사람보다 특별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누나들로부터 '넌 남들을 배려하지 않아', '넌 책 좀 읽어'라는 말이 일상이었단다. 큰누나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 생활 역시 쉽지 않았다. 이후 그가 자신의 자폐성 장애를 의심하게 된 건 2003년, 교회에서였다.
"지적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특성을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자폐성 장애인이 아닐지 생각하게 됐죠."
1년 뒤, 인간관계가 힘들어지면서 병원을 다시 찾았다. 자폐성 장애 진단 결과는 작은 누나를 통해 들었다.
"(작은 누나가) '너는 자폐가 있고, 그건 고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대학, 대학원도 갔기에 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면 된다'고 했어요. 그땐 자폐성에 대한 개념도 없었기에 충격뿐이었어요. 내가 장애인이지만 장애는 나쁜 거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비장애 중심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자폐인이 스스로 자폐 특성을 감추는 것을 '마스킹'이라 부른다. 원무씨에게 마스킹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자폐인이 말을 반복하거나 감각이 민감한 것이 드러나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하죠. 그래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처음에 잘 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알아차려요. 결국 수군거리고, 그 과정에서 정신건강이 악화되죠. 직장과 사회 모두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불안장애와 우울 장애를 겪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 저를 사랑하는 거요, 그것이 제 긍지입니다"
원무씨가 2022년에 쓴 칼럼 <자폐인 긍지의 날에 내가 느꼈던 긍지란?>에서 '엄마는 1%만 고치면 완벽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단호하게 답한다고 했다.
"여전히 엄마는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럴 때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그건 제 정체성이니까요. 물론 엄마가 왜 그러시는지 이해는 해요. 사회가 장애를 결함으로 보기에 자식이 낙인찍힐까 두려우셨겠죠. 그래도 '그럴 필요 없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원무씨는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며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제작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각 조항을 알아가는 맛에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작성에도 힘을 보탰다. 여기서 맥락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글 쓰는 '버릇'이 생겼다고 전했다.
"처음엔 모두가 아는 내용이나 사실과 다른 걸 쓸까 봐 두려웠어요. 상사의 권유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는데, 고치고 또 고치면서 맥락에 맞는 글을 배우게 됐죠. 지금도 칼럼을 보내면 사실이 아니거나 맥락이 이상하면 반려해달라고 부탁해요. 열심히 수정하고 쓰는 것뿐이지만,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는 것이 제 긍지 아닐까요?"
원무씨는 인터뷰 동안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 나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자폐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한때 장애를 '고쳐야 할 것'으로 여겼다며 운을 뗐다.
"고치면 내가 완벽해지고 사랑받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죠. 하나를 바꾸면 또 다른 걸 바꿔야 했고, 끝없는 지적을 받아야 했어요. 그러다 문득, '바꿀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건데 왜 나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자폐성을 버리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전 그냥 저를 사랑하기로 다짐했죠. 그때부터 제가 자랑스러워졌어요."
자폐인 긍지의 날을 기념해 그에게 '긍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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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인터뷰 현장. 왼쪽부터 이원무 칼럼니스트, 조미정 ‘세바다’ 대표 |
| ⓒ 정은이 |
조미정씨(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대표) : "자폐인과 함께할 때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순간이 많아요. 그래서 '자폐인 긍지의 날'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긍지예요. 최근에는 저와 가치관이 다른 자폐인을 자주 만났는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자폐인이 긍지를 같이 누렸으면 좋겠어요."
이아무개씨 : "가수 Sting(스팅)의 노래 가사 중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가 있어요. 누가 뭐라 하든 너 자신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장에서의 불이익 때문에 자폐인임을 커밍아웃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매일 전장의 사회를 강인한 마음으로 나가는 것이 제 긍지예요."
녹차라테씨: "이전 직장에서 두 번 해고당한 적이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키보드를 때리는 습관 때문에 이와 관련한 지적에 예민했죠. 지금은 500일 넘게 한 가지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 사실이 저에게 긍지고, 언젠가 제 경험이 다른 자폐성 장애인에게 도움이 됐으면 해요. 아직은 신경다양인으로서 커밍아웃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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