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도 안됐는데 우울증 입원…"이유가 뭔가" 李도 걱정한 '자살률'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회의 석상에서 보건복지부에 연이어 꺼낸 질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주문할 만큼 한국은 '자살 공화국'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4439명(잠정치)으로 2011년 이래 최고치다.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를 지킨다.
이러한 자살률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최근 12년 새 10대만 유일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SNS)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가족 해체 영향이 겹쳐 '미래세대'의 정신건강부터 크게 흔들리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 위험을 줄일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1년 10만명당 5.5명이던 10대 자살률은 2023년 7.9명이 됐다. 전체 자살 사망자 수가 '피크'를 찍었던 2011년보다 자살률이 되레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연령대의 자살률은 하락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2년새 10대 자살률만 올라, '미래세대' 흔들

10대 A군은 올해 극단적 생각을 곱씹으며 서울 한강대교로 향했다. 다리 위에서 SOS생명의전화를 든 그는 "지금까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다. 친한 친구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다들 부담스럽다며 나를 밀어냈다"면서 "나는 이 사회에서 같이 살면 안 되는 존재 같다"고 토로했다.
자살과 밀접한 정신질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7~18세)은 5만3070명으로 2018년 대비 76% 증가했다(건강보험공단 자료).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입원 사례를 보면 예전엔 고교생이 많았는데, 요즘은 10살도 안 된 어린 초등학생이 많다. 진료 현장에서 느끼기엔 자살 고위험군 연령대가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NS·코로나·가족해체가 자살 위험 높여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면 관계나 감정 표현이 미숙해진 것도 청소년 정신건강에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10대 자살률은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2020년(6.5명)을 기점으로 빠르게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적 성장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에 학교를 못 간 후유증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 축소·해체가 빨라지면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내 편(안전망)'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극단적 결정을 부추긴다. 입시·성적 등 어린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국내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투신'을 많이 택하는 것도 자살 사망을 줄이지 못 하는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의 초·중등 전 학년 대상 실시를 비롯한 청소년 자살 예방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전반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법 개정해 '사회 책임' 강조…"정책 전환 필요"

백종우 교수는 "청소년에게 익숙한 SNS나 채팅 방식의 자살예방 상담 플랫폼을 늘려야 한다. 온라인에 '죽고싶다' 글을 올리는 고위험군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학교 내 정신건강 담당 인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 자살에 배정된 예산이 적고, 법안·정책도 부족하다"면서 "자살 예방 교육 강화부터 정신질환 입원 치료 지원까지 집중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자살 예방 정책을 강화하려면 부처간 협력이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고 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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