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대출영업 한계점, 은행 ‘시·외’서 새 먹거리 찾는다
금융권 생존전략 키워드
은행의 생존 키워드로 ‘시니어와 외국인’이 떠올랐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층과 외국인 인구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겨냥한 특화 점포를 늘리거나 전용 여·수신 상품까지 출시하는 등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운영 중인 시니어 특화 점포는 33곳에 달한다. 은퇴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연금 상담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라운지를 개설하거나 고령자 전용 창구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특화 점포에서 시니어 대상 강연·교육까지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들어 4곳, 신한은행은 1곳을 추가 운영하는 등 시니어 특화 점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23년부터 전 지점에서 시니어 전용 창구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 특화 점포도 증가 추세다. 4대 은행의 외국인 특화 점포는 31곳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올해 김해와 서울 독산동에 외국인 중심 영업점을 개설했다. 올 하반기엔 경기권에 외국인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경기 안산·평택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 주로 위치한 외국인 점포는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쉬는 일요일에 영업하는 게 특징이다.
은행이 수익성을 따져 일반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는 추세와 비교하면 시니어·외국인 점포 증가세는 대조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점포는 총 2702개로, 1년 새 111곳이 줄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3453개에 달했다.
은행권에서 ‘시·외(시니어·외국인)’ 전략을 들고나온 건 기존의 대출 중심 영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외국인과 고령층은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인구는 1026만 명으로, 사상 처음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층 평균 자산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은 2744조원 규모에 이른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매년 10만 명 이상 늘어 지난해 말 26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로 인해 은행의 대출·투자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개인자산관리나 신탁, 연금 등을 미래사업으로 삼고 은행 수익원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시니어·외국인을 겨냥한 은행의 금융상품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출시하면서 상담 고객에게 상품권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50세 이상 고객만 가입 가능한 ‘앱테크’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주택연금 서비스, 시니어 대상 신탁 상품 출시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은 외국인을 위한 상품 설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에도 외국인이 대출을 받을 순 있었지만, 담보대출 중심이었다. 외국인 특성을 고려해 신용평가 모델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외국인 전용 해외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외국인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인구가 줄고 특히 미래세대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시니어와 외국인이 은행의 블루오션”이라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보니 비이자이익 사업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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