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대통령님, 통 크게 갑시다
"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날씨 좋은 날 엄마랑 놀러 가기."
대선을 이틀 앞둔 6월의 첫날, 서울 광화문에 갔다. 그린피스에서 환경의날 기념 참여형 전시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여러 부스 중에서는 기후위기 심화 속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는 부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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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일 그린피스가 환경의날을 맞이하여 개최한 '위어스 지구의 목소리'에 참여한 어린이와 보호자. |
ⓒ Greenpeace |
기후위기와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것을 만끽할 시간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시대를 휩쓸고, 월요일을 증오하는 직장인들을 볼 때면 우리가 얼마나 '사소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난 대선 다시 떠오른 키워드인 주 4일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니, 아마도 월요일을 반기지 않는 모두에게 주 4일제는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주 4일제 아이디어는 약간 변형되어 주 4.5일제라는 이름으로 여러 후보 입에 오르내렸고, 이제 진짜 이 아이디어가 실현될지 모르겠다는 기대감으로 떠올랐다.
이제 곧 이재명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만드는 과정이 본격화된다. 이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여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제안해 보고 싶다.
"이재명 대통령님, 통 크게 주 4.5일제를 넘어 주 4일제로 갑시다."
주 4일제, 기후위기를 막는 힘
출근길, 지각할 위기에 놓여 택시를 탔다. 출근길에 택시를 타서 지각을 면하는 데 성공한 적이 없음에도 조급한 마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역시나 출근길의 도로는 꽉 막혀있었고, 택시는 걸어가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그때 나이가 지긋하신 택시 기사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이고, 거의 주차장이네. 택시비가 아니라 주차비를 내셔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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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서울의 도로 사진 |
ⓒ Sungwoo Lee / Greenpeace |
여기에 더해 더 많은 여가시간은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한다. 스웨덴 정치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1%씩 노동시간이 단축될 때 온실가스 배출 또한 0.7% 혹은 0.8%까지 줄어들 수 있다.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뜻이고, 느리지만 건강한 삶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에도 좋다.
매 끼니 배달을 시켜 먹는 사람이 어느 날 포장 주문을 하고, 더 나아가 요리를 시도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지구 전체에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공원을 걸어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지역에서 진행하는 환경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주 4.5일제는 더 늘어난 여가시간을 모두에게 보장한다는 지점에서 긍정적이다. 너무 바쁘고 지친 사람은 더 지속 가능한 삶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러나 0.5일의 업무를 위해 출근해야 한다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노동시간 감축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주 4.5일제, 혹은 주 4일제라는 정책 이외의 것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더 좋은 '여가'를 만드는 방법
나 혼자 살아가기에도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숨 돌릴 수 있는 틈이 있다면 우리는 아마 그 틈을 통해 내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이웃을 돌보고 친구를 돌보고 자연을 돌보는 일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돌봄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어린이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돌봄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을 내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슬픔을 함께 위로하고, 시간을 들여 청소와 빨래, 식사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도 유지될 수 없다.
주 4일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을 덜 하는 것이 세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노동시간의 측면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나라임에도, 사회적 연대감은 낮다. 고립·은둔 청년이 점점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시민의 사회적 연대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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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함께 플로깅(plogging)을 하는 시민의 모습 |
ⓒ Yejin Kim / Greenpeace |
주 4일제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은 마음, 남과 나 그리고 자연을 보살피고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는 대통령이 시민의 마음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주 4일제가 만들 변화는 '하루 늘어난 휴일'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방식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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