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수 남성 400만명 개인정보 담겼다…경찰도 놀란 '앱'

2023년 11월 경기도의 한 성매매업소. 현장을 단속하던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의 눈에 성매매업소 업주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수상한 애플리케이션(앱)이 포착됐다. 앱을 실행하자 전국 성매수남성들의 연락처는 물론 업소 이용횟수, 평판, 성적 취향 등의 정보가 나타났다. 단속 경찰관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정보도 올라왔다. 이 앱에 등록된 성매수남의 전화번호는 약 400만개. 전국 2500여 명의 성매매업소 업주가 이 앱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수남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모바일 앱을 만든 뒤 성매매업소 업주들에게 제공한 총책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31)와 실장 B씨(29)를 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이들이 앱 이용료 명목으로 성매매 업주들에게 받은 범죄수익금 46억원 중 23억4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해 환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성매수 남성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앱을 배포·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세부에 거주하는 A씨는 2023년 3월 과거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개발자(중국인 추정)에게 “성 매수 남성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앱을 만들었으니 함께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성매매업소 업주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가 자동으로 앱 서버에 전송돼 성 매수남들의 정보 등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A씨는 개발자와 수익금을 나누기로 하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친해진 후배 B씨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밀하게 앱을 배포했다. 성매매업소 업주들에게 1개월에 10만원(2개월 18만원, 6개월 45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는 앱을 운영하면서 번 수익금의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죄수익금 전문 세탁조직에 수익금의 현금화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고가의 브랜드 시계와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A씨는 필리핀에 2층 규모의 호화 주택도 샀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앱의 존재를 알게 된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앱을 유포한 이들과, A씨와 B씨의 수익금을 포함한 1600억원 상당의 범죄자금을 세탁한 일당 12명(2명 구속)을 검거했다. 범죄자금 세탁 일당이 보유한 대포통장 50여 개를 추적하고 현금 전달 장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100여 대를 분석하면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향후 이 앱을 사용한 성매매업주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알선 혐의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앱은 더는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상황”이라며 “개발자를 추적해 해당 앱을 완전 폐쇄 조치하는 등 고도화·지능화되어가는 성매매연계산업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해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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