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빛의 혁명'에서 '일상의 혁명'으로
[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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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4년 12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 도로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집회가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리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은박 담요를 쓴 채 응원봉을 들고 있다. |
| ⓒ 권우성 |
천만다행이었다. 시민적 용기에 힘입어 국회가 극적으로 계엄 해제를 의결하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닥쳐올 일은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내란 동조 세력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했을 때 환호하던 그 누구도 국힘당의 끝없는 계엄 비호와 내란 추종자들의 서부지법 폭동을 예상치 못했다.
내란 주범이 구속 취소로 풀려나 영화를 보고 백주대로를 활보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이 그렇게 험난하고 길어질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재판의 대법원 파기환송과 국힘의 야밤 대선 후보 교체라는 초유의 소동을 비롯한 천신만고 끝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까지 상상 너머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내란이 삼킨 6개월'은 하루건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시간이었다. 자고 나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다시금 일어나고, 가위눌린 듯 잠에서 깨고 눈뜨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던 나날, 그 집단 불면의 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까지 파란만장하게 펼쳐진 그 시간은 우리 역사에 큰 상처와 교훈으로 각인되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분명 잊지 말아야 한다. 출발점인 정권교체는 이루었지만, 아직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계엄 내란의 수괴와 추종자들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언어도단의 '계몽령' 망상을 되뇌고, 내란 주범과 공모자의 처벌 및 발본색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내란 옹호 세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으로 드러나듯 민생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와 외교와 남북 관계도 지난 3년간의 파행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상태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6개월을 삼켜버린 불법 계엄의 실체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그 내란의 배후와 기승전결을 엄정히 따지고, 계엄 모의와 관련자를 밝혀 철저히 죄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 끔찍한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과거 쿠데타와 독재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기에 되풀이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로 화합과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죄인에 대한 단호한 심판은 역사의 가르침이자 준엄한 명령이다.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간 것도 아니다"라고 윌리엄 포크너는 기록했다. 지난 계엄과 내란의 시간을 건너오며, 우리의 과거가 그 씨앗임을 알았다. 내란 세력의 계엄포고문은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독재 세력의 '계엄의 역사'를 참고한 것이었다. 그렇게 과거는 죽지 않고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6개월의 투쟁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내란 세력의 집요한 술책에 맞선 악전고투 속에서 응원봉을 앞세운 광장의 힘으로 '빛의 혁명'을 이루며 새로운 과거를 창출했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다시 비출 것이다. 미래는 과거에서 오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지를 담은 과거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와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간이었다. 개와 늑대들이 활보한 '계엄의 어둠'과 함께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간'이 이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은 시민의 시간이어야 한다.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개도, 어둠 속에서 권력을 탐하는 늑대도 아닌, 민주주의의 위기를 예리하게 감시하는 날카로운 매의 눈이 필요한 시간이다. 위기를 딛고, 다시 비상할 매의 날개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에겐 '일상의 혁명'이 필요하다. 12.3 계엄으로 광장에서 닻을 올린 '빛의 혁명'은 이제 삶의 혁명으로 비상해야 한다. 광장의 영역을 넘어 일상에서 각종 위계와 차별과 혐오, 권위와 폭력을 감시하고 바로 우리를 둘러싼 삶의 모든 공간을 진정으로 민주화하는 '일상의 혁명'이 요청된다. 한국 민주주의가 일구어온 분투의 역사에서 돌출한 12.3 계엄뿐 아니라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공격을 자행하는 극우세력의 준동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제 '광장'에서 '일상'으로 확장되고 뿌리내려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물론 계엄과 내란의 암흑을 밝힌 '빛나는 응원봉'과 '키세스 시위단'의 돌부처 같은 저항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증거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광장의 힘을 넘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구축해야 한다. 선거 승리와 권력 장악만으로는 세상도 삶도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68혁명의 역사가 보여주듯 일상으로부터의 변화가 진정한 희망이자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68의 '문화혁명'이 우리의 '빛의 혁명'에게 전하는 과거로부터 온 메시지이자, 미래를 위한 '희망의 원리'이다. 오늘의 열망이 과거가 되어 결국 미래를 바꿀 것이다. 미래는 과거에서 온다.
무엇을 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주의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성찰과 전망>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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