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강남 아파트 땅도 2번 유찰…표류하는 PF 경·공매
급증하는 매물…전국 195→357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확산 가능성

서울 강남구의 초호화 주상복합 부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에 부쳐졌으나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서울 노른자 땅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PF 사업장들이 350여 개에 달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18일 공매 포털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전날인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토지 및 건물에 대한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토지 약 3253㎡(약 980평) 및 건물 등이 매각 대상으로 최저 입찰가는 3527억2300만원이다. 지난 2일에 시행된 1차 입찰의 최저입찰가(3712억8800만원)보다 5.3% 낮은 수준이다.
다음 입찰일은 같은달 30일로 최저입찰가는 3300만원대로 낮아진다. 올해 예정된 10차 입찰까지 가면 최저입찰가는 2340억원에 시작된다. 감정평가액(3099억9200만원)의 약 75% 수준에 그친다.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의 계약 수순을 밟게 된다. 사실상 헐값에 매각되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강남구청역 사이에 위치한 114번지는 논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사들였다. 논현PFV는 해당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6개 호실로 이뤄진 초고가 주거 시설 ‘포도 바이 펜디 까사’를 짓기로 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가가 모두 200억원대로 책정됐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가구 브랜드 ‘펜디 까사’가 입주자들의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시행사인 논현PFV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졌고 PF부실 여파로 브리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되지 못했다. 시공사도 찾지 못한 채 결국 올해 3월 공매에 넘겨졌다.
해당 프로젝트에 후 순위로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하이엔드 주택 물량을 소화하기에 논현이라는 애매한 입지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쳤다”며 “대주단이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 경공매를 통해서라도 자금 일부 회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서울 신사역 3번 출구 부근의 강남구 논현동 16번지 외 7필지(2976㎡)도 8회차까지 공매를 진행했다. 최저입찰가가 지난해 10월 공매 1차 3129억원에서 올해 1월 8회차 2250억원까지 급락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자산신탁측에 따르면 수의계약을 논의하기 위해 시행사에 연락을 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서울 대치동 603번지 대지면적 약 900m² 땅의 PF 사업장도 대주단의 결정으로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대치역과 맞붙어있는 해당 부지의 감정평가액은 840억 수준으로 면적이 약 1444m²에 달하는 메디컬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행사 이슈 등으로 삽도 뜨지 못한 채 대주단이 매각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PF사업장이 서울에만 30여 개나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매각 추진 PF사업장 현황 리스트’에 따르면 서울 내 경·공매 사업장 수는 32개로 올해 1월 말(15개)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 매각 추진 사업장도 195개에서 357개로 확대됐다.
정부가 나서서 PF경·공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매물 해소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브릿지론 뿐만 아니라 준공 후 미분양 물건도 상당수 있어 건설업계 자금회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고급 도시형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은 고분양가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수요 부족으로 미분양에 직면하며 공매로 넘어갔다.
9번이나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대폭 낮아지자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가격을 더 내리지 말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현재는 수의계약 절차를 앞두고 공매가 중단됐다.
이 밖에 서울 양재동 강남 월드메르디앙 프레스트지도 미분양 장기화로 매각 리스트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PF 사업장에는 대기업과 중견 건설사는 물론 수십 여 개의 하도급 업체까지 같이 얽혀 있다”며 “경·공매 매물 적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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