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트럼프, 무도한 네타냐후... 이란이 공격당하는 진짜 이유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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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해 불타고 있는 이란 테헤란에 있는 샤란 석유 저장소 |
| ⓒ 로이터/연합뉴스 |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 작전의 연장선으로 보기에는 파장이 너무 깊다. 중동을 감싸고 있는 균열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라는 세 주요 행위자가 각자의 논리 속에서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구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능', '무도', '무책(無策)'이다. 각각의 국가는 중동 질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거나, 그 한계를 넘어서면서 파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키워드들은 그들이 어떤 논리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떤 윤리적·정치적 실패를 감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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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
| ⓒ 로이터/연합뉴스 |
그 설계는 군사적 개입뿐 아니라, 사우디-이란 간 세력 균형 조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리, 이라크 전후 질서 재편, 그리고 이란 핵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중동 전역의 정치 지형을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중에서도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상징적 이정표였다. 미국이 오랜 갈등의 매듭을 스스로 풀려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 활동을 제한했고, 국제사회는 그에 상응하여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상호 신뢰에 기반한 외교의 문이 열렸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는 이 질서를 근본부터 파괴했다. 이탈 과정에서의 외교적 협의는 없었고, 서유럽동맹국들조차 사후 통보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복원을 시도했으나, 이란 내부의 불신과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로 인해 협상은 표류했다.
결국 다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면서도, 이번에는 아예 외교적 복원 시도조차 포기하고 무력 균형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명시적 지지 대신 사실상의 묵인을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간접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중동 외교는 오랜 시간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관리되었지만, 이제 미국은 자신이 세운 규칙을 지키지도, 다시 세우려 하지도 않는다. '무능'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제도적 일관성을 상실한 설계자의 상태를 뜻한다.
한때 체제를 만들던 국가가 그 체제를 방치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지며, 무력만이 남는다. 미국의 무능은 단지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외교를 가능하게 했던 질서 자체를 해체한 결과다. 스스로 무너뜨린 질서 위에서, 평화를 말하는 언어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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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 후 취재진 앞에 선 모습. |
| ⓒ 로이터/연합뉴스 |
하마스의 10·7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작전 반경은 가자 지구를 넘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으로 확대되었고, 마침내 이번에는 이란 본토에 대한 직접 공습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명백한 공격 능력의 과시이자, 스스로를 중동의 유일한 안보 주체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자위는 위협에 대한 방어적 최소 반응이지만, 이스라엘의 행동은 제거와 장악을 목표로 한다. 이미 가자는 초토화되었고,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이라크 내 민병대들은 연쇄적 타격으로 사실상 와해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마지막 남은 적수인 이란 본토의 핵시설을 정조준했다.
최근 이란이 위기 속에서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정황은 이스라엘에게 군사적 결단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고,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로 재편되면서 외교적 견제력 또한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이스라엘은 지금이야말로 구조를 재편할 유일한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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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5월 2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강경한 군사 대응은 이 위기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해법이 된다. 전쟁은 우익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위기 국면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일시적으로 유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결국 지금의 이스라엘은 안보 논리를 앞세워 무도함을 정당화하고 있고, 그 무도함은 더 이상 '국가 안보'의 이름이 아니라, 정권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란은 전략이 파산한 국가다. 과거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 내 민병대 등으로 연결된 '저강도 전쟁 네트워크'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이들 세력은 지금 거의 와해 상태에 가깝다. 가자지구는 궤멸적 피해를 입었고,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 국경지대도 이스라엘의 타격으로 전략적 의미를 잃었다.
이란이 오랜 시간 협상용 카드로 유지해 온 핵 개발 전략도, 제재를 유예시키기 위한 지렛대 이상으로는 작동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전략은 이제 신뢰를 상실한 채, 실효성 없는 수사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마침내 핵 개발을 실질적으로 서두르는 정황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지 의혹이 아니라, 위성사진과 서방정보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드러난 '최종 수단'의 가동이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나탄즈·포르도우·이스파한 등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황에 근거한 선제적 제거 시도였다.
핵은 이제 협상의 카드가 아니라,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한 방어용 무기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이란 내부는 심각한 경제난과 장기제재, 종교 엘리트 간의 분열, 청년층의 체제 불신 속에 위태로운 내전을 향한 경계선에 서 있다. 체제 안에서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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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건물 밖에 구조대원들이 모인 모습. 이스라엘은 6월 13일 이란 내 약 1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고 이 중에는 핵 시설과 군사지휘센터가 포함됐으며, 군 최고 사령관과 주요 핵과학자 등 고위 인사들이 사망했다. |
| ⓒ EPA/연합뉴스 |
외교의 실패는 이란의 책임만이 아니다. 협상에 나설 때마다 번복과 배신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외교의 문은 서서히 닫혀갔다. 고립은 자초한 결과가 아니라, 점점 밀려난 끝에 형성된 구조적 결과였다. 이란은 외교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질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오늘의 이란은 고립과 절망 속에 갇힌, 정지된 주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란을 문제의 한 축으로만 놓고, '쌍방의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균형을 가장하는 시선은 사실을 은폐하는 방식의 해석이다. 외교는 선악의 구분이 아니라, 이해와 조건의 문제다. 모든 당사자에게 균등하게 책임을 나누는 '기계적 중립'은, 현실을 오도하는 무책임한 해석일 뿐이다.
지금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양측 모두에게, 현실 정치와 전술적 목적을 위한 일방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 중립을 가장해 이 모든 맥락을 생략한다면,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에 대한 동조다. 지금 이란의 현실에서 '중립'은 갈등을 완화하는 언어가 아니라, 맥락을 제거한 채 폭력을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이쯤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었는가'를 따지는 게임의 언어는, 상황의 비대칭을 지우고 책임의 본질을 흐리는 또 다른 기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해법이 왜 작동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묻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실패를 가능케 한 조건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이란이 더 이상 외교의 주체가 아니라, 생존만을 강요받는 객체로 전락한 지금, 국제사회는 단지 '평화를 촉구'하는 도덕적 언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평화를 말하려면, 먼저 외교가 작동하지 않게 된 세계의 구조부터 성찰해야 한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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