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섀클턴, 영국사회에 남긴 '불굴의 리더십' 유산

김성수 2025. 6. 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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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탐험가가 세기를 초월한 리더십의 아이콘이 된 이유

[김성수 기자]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 김성수
1874년에 태어나 1922년에 세상을 떠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Ernest Henry Shackleton)은 영국의 남극 탐험가였다. 그가 이끈 세 차례의 남극 탐험은 모두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실패'는 오늘날까지 영국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걸쳐 리더십의 전형으로 회자되고 있다.

22개월간의 극한 생존, 기적을 만든 리더십

섀클턴이 가장 유명해진 것은 1914~1916년의 남극횡단 탐험이었다. 그의 배 '인듀어런스(Endurance)'호가 웨델해의 유빙에 갇혀 1915년 11월 부서지면서, 섀클턴과 28명의 승무원들은 22개월간의 극한 상황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모두 생존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섀클턴의 리더십 철학은 "친구가 먼저, 상사는 그 다음"이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이 하지 않을 일은 절대 시키지 않았으며,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항상 부하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때로는 자신의 식량을 나누어주기도 했고, 밤에는 승무원들의 텐트를 돌아다니며 안부를 확인했다.

하버드·와튼스쿨의 필수 교육과정이 되다

섀클턴의 리더십은 현재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들에서 필수교육과정으로 다뤄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낸시 코언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 어니스트 섀클턴과 엔듀어런스 원정'이라는 케이스를 개발하여 가르치고 있다. 하버드는 섀클턴의 사례를 통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리더십에 대한 무료 온라인 강의도 제공한다.

와튼스쿨에서는 남극 탐험가 레이몬드 프리스틀리 경의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과학적 발견을 위해서는 스콧을,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서는 아문센을, 하지만 재앙이 닥치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는 무릎을 꿇고 섀클턴을 위해 기도하라."

영국사회에 뿌리내린 섀클턴 정신

영국에서 섀클턴의 영향력은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섀클턴 재단은 지금까지 71명의 리더를 배출했으며, 이들은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모교인 덜위치 칼리지에서는 제임스 케어드 소사이어티가 매년 섀클턴의 리더십을 기리는 공식 만찬을 열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 2019년 그의 업적을 기리는 50펜스 기념주화를 발행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영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리더십 교육의 핵심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밸리부터 NATO까지, 전 세계로 확산

현대 기업들에게 섀클턴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리더십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CEO들이 섀클턴의 서적을 필독서로 추천하고 있으며, 그의 "상황이 악화될 때 리더가 진정으로 시험받는다"는 철학은 현대 기업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군사분야에서도 섀클턴의 리더십은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영국 왕립육군사관학교와 미국 웨스트포인트에서는 그의 사례를 위기 상황 의사결정 교육에 활용한다. NATO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낙관주의는 리더의 의무"라는 신념이 핵심 원칙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섀클턴의 사례를 통해 의료진들에게 위기상황에서의 팀워크와 회복탄력성을 교육했다.

2022년 엔듀어런스호 발견, 다시 주목받는 섀클턴

지난 2022년 3월, 106년 만에 웨델해 해저에서 발견된 엔듀어런스호는 섀클턴에 대한 관심을 다시 폭발시켰다. 놀랍도록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이 배의 발견은 그의 이야기가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영감임을 보여주었다.

섀클턴의 이름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그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 리더십 컨설팅 회사, 모험 여행사까지 등장했다. 런던의 섀클턴 박물관에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찾아오며, 특히 기업 임원들과 리더십 교육 참가자들이 많다.

섀클턴의 리더십 모델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와 소니,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구글과 애플 등이 그의 리더십 원칙을 기업문화에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그의 '집단적 리더십' 모델이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의 삼성과 LG,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진정한 리더

섀클턴의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에 대한 교과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리더십 철학은 전 세계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남극 횡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28명의 생명과 후세에 전해질 불멸의 리더십 유산을 얻었다.

21세기 불확실한 시대에서 섀클턴의 메시지는 더욱 명확하다. 진정한 리더는 성공할 때가 아니라 실패와 역경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리더십의 가치는 목표달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성장하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섀클턴의 일화는 100년 전 영국 탐험가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왜 여전히 의미 있는지를 보여준다. 진정한 리더십은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는 것임을 섀클턴의 삶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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