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로맨스스캠' 부부, 캄보디아서 갑작스러운 석방... 왜?
[박정연 기자]
캄보디아에서 120억 원대에 달하는 로맨스스캠 사기를 주도한 A(31)씨 부부가 현지에서 석연찮게 풀려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과 허위 신분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국제 조직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들 부부는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지난 2월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 단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점에 돌연 석방되며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석방에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제기된다.
경찰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은 캄보디아 사법당국이 수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A씨 부부를 풀어줬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현재 A씨 부부는 또 다른 범죄조직의 비호 아래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과 함께 붙잡혔던 조직원 7명은 이미 국내로 송환되었으나, 정작 총책인 부부는 수개월째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들 부부의 수사를 통해 조직 내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 범죄 조직 차원의 '구출' 정황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범죄인 인도 조약 부재: 캄보디아 내 '치외법권' 지대 형성 우려
캄보디아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이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양국 간 범죄인 송환 절차를 법적 구속력 없이 외교적 협의나 상호주의 원칙에 의존하게 만든다. 이번 사건처럼 인도 요청을 받은 중요 범죄자가 석연찮은 방식으로 풀려나는 사례는 이러한 제도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캄보디아가 국제 범죄자들에게 '치외법권' 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과는 한국이 이미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여 수차례 범죄인을 송환한 전례가 있다. 이는 조약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외교 및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양국 간 형사사법 공조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외교부의 강력한 항의와 재요청을 촉구하고 있다.
교민 치안의 현실: 급증하는 범죄와 한계에 달한 현지 대응력
캄보디아 교민사회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다음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며 깊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현지 대사관에는 단 2명의 경찰 영사만이 근무 중이다. 1만 명이 넘는 교민과 연간 평균 2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인력으로는 실질적인 치안 대응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사관에 접수된 불법 취업 사기, 강제 감금 등 한국인 피해 신고 건수는 200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주당 평균 4~5건에 달하는 수치이다. 현장에서 뛰는 경찰 영사들은 새벽에도 걸려오는 구조 요청 전화에 시달리며 극한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으며,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 속에서 정상적인 업무마저 어렵다고 토로한다. 현재 교민 안전사고에 대한 초동 대응은 상당 부분 한인회와 자율방범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할 인력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교민사회의 간절한 요청: 국회까지 이어진 코리안데스크 설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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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11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방문한 이재강 국회의원(민주당)이 캄보디아한인회과 노인회 등을 잇따라 방문, 한인 관계자들과 '코리안데스크' 설치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
| ⓒ 박정연 |
"외교와 치안 공조는 더 이상 서류상이 아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재외공관은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최전선 기관이다. 특히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는 캄보디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현지 치안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채널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경찰과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범죄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사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교민언론인 윤기섭씨는 "우리 교민사회가 간절히 요구하는 코리안데스크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 중 하나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의 인력 부족 상황과 범죄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코리안데스크 설치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하며, "대사관 역시 외교와 치안 공조가 서류상이 아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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