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처럼 성공하려면...이재명 정부 'AI 전략'에 빠진 것들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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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이재명 정부의 대선공약 1순위는 인공지능(AI)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이라는 비전 아래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행방안도 첫 번째로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이 목표와 이행방안을 수행할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을 임명했다.
만약 이 공약이 성공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AI 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기술(IT) 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평가받듯이. 그러나 의지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치밀한 전략과 실질적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산업화에는 뒤처졌어도 정보화에는 앞서자"고 IT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의 미래상'을 만들어간다는 큰 틀을 짜고 '사이버코리아21'이라는 계획을 수립해 초고속 통신망 구축과 벤처 육성으로 한국을 글로벌 IT강국으로 이끌었다.
이는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결과였다. 만일 그 시기에 국가 주도적인 IT전략이 없었다면 지금의 IT강국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거대한 기술적 격변기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 알파고 쇼크와 2022년 챗GPT의 등장은 AI혁명의 본격적 시작을 알렸다. 이제 AI는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범용기술이 되었다. 알파고가 특정 소수만이 접할 수 있는 AI였다면, 챗GPT는 AI가 소프트웨어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소수에서 대중으로 확산되며 혁명을 일으킨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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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 ⓒ 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AI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과 '민간 투자100조 원 시대 개막' 등의 공약을 제시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공약에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 확보,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미래인재 양성 등 5가지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핵심 키워드는 100조 원 투자, 인프라, 인재 양성이다.
이러한 전략은 김대중 정부의 성공 경험을 연상시키지만, 아쉽게도 AI시대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비전은 부족해 보인다. 기술의 시대적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철학의 부재가 느껴진다.
이재명 정부의 AI 공약에는 'AI 기술 자립'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AI 기본사회, 국민 모두의 AI, K-AI, 소버린(주권) AI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즉, 국가대표 AI를 개발해 모든 국민이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등 인프라 투자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우리나라 현실에 효과적인 전략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생성형 AI,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독자 LLM을 개발하더라도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이미 국내 이용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챗GPT 등 글로벌 AI를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도구를 선택할 시대는 아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윈도우, 안드로이드 등 글로벌 표준을 대체하려던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십억 인구의 중국만이 부분적으로 성공했을 뿐 글로벌 시장에서는 범용 도구와 기술 표준이 몇 개로 수렴된다.
우리의 강점은 응용력과 빠른 적응력에 있다. 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외국의 LLM을 활용해 다양한 AI 서비스와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AI 기술은 LLM이라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AI 에이전트라는 응용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외국의 LLM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데 뛰어나다. 최근 각광받는 AI 에이전트 모델도 소수 인력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 LLM을 활용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제조,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산업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것이 더 빠른 효과와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의료분야는 양질의 데이터를 갖고 있음에도 파편화되어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데이터 통합과 활용을 지원하면, 의료비 증가도 줄이고 글로벌 수준의 AI 의료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AI 펀드는 이러한 응용 및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도 처음부터 인터넷 기술을 국산화한 것이 아니라, 외국 장비를 활용해 인터넷망을 빠르게 보급하고, 벤처 생태계를 키운 뒤 점진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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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
| ⓒ 연합뉴스 |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개방, 협력, 혁신이라는 3개의 축으로 구성해야 한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서부터 기업의 데이터까지 AI 활용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 제조업을 비롯해 산업체들은 현장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AI 기술은 없다. AI기업은 현장의 데이터 접근이 어렵다. 정부가 제조업과 AI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장(데이터 샌드박스, AI-제조업 연계 지원센터 등)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래야 AI 에이전트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제조업의 혁신, AI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수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AI 응용시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들이 성공하여 거둔 과실이 다시 국내 LLM 기술 고도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전략을 짜야 한다.
주권AI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이는 반드시 우리만의 LLM을 개발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셋을 구축해 글로벌 LLM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에 개방하면 글로벌 모델도'한국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외국 LLM이 이 데이터셋으로 학습하면 외국인들도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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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호 / (사)케이썬 이사장(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 ⓒ 이명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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