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저지의 숨은 주역, 유튜브... '저널리즘'을 다시 묻는다
[이민희 기자]
내란 극우세력의 패배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예견된 결말이었던 것도 같다. '12.3 계엄', 즉 '내란'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퇴행의 아찔한 고비들을 여러 차례 통과해왔다. 추운 겨울 광장에 나갔던 시민들 덕에 무사히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다.
앞서 내란 사태가 헌정사에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할 과제는 새 정부의 무거운 책임이 되었다.
유튜브, 사실상 비상계엄 막아서다
'12.3 내란'의 밤, 나는 밤을 꼬박 새우며 국회의 실시간 상황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들이 송출하는 영상은 긴박하게 흘러가는 현장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속도감 있게 전파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계엄 저지를 위한 대국민 호소의 메시지를 송출했는데, 실시간 조회수가 20만 명, 누적조회수 238만 명에 달했다. 국회 담장을 넘는 사진으로 화제가 된 우원식 국회의장의 유튜브 라이브는 누적 조회수 60만을 기록했다. 무려 3백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두 사람의 유튜브 방송을 본 셈이다.
충격과 공포의 그 밤,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빠르게 모여들었고 장갑차와 군인들에 맨몸으로 맞섰다. 그 덕분에 국회는 무사히 불법 계엄 해제를 의결하여 내란을 저지할 수 있었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역사적 순간 한가운데 '소셜 미디어'가 있었다.
실제로 한경닷컴이 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3.6%가 유튜브와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엄령을 접했다고 응답했다. TV방송은 15%, 속보 알림은 7%, 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국민은 4%에 불과했다.
치밀하게 계엄을 준비했던 내란세력은 시민들이 그렇게 빨리 모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은 디지털 혁명 이후 언론 지형 변화에 둔감했고, 유력 언론사 몇 개만 단전단수 하면 계엄에 성공할 것이라 오판했던 것 같다.
만약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회생 불가능한 나락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유튜브가 그날 비상계엄을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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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가 AI로 재연한 계엄 성공 시에 따른 예상 상황. 계엄군들이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체포 연행하는 모습.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니고 가상으로 연출한 상황임) |
| ⓒ MBC |
저널리즘 연구자인 인제대 유용민 교수는 책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2021년 10월 출간)>에서 "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이라는 '생산자 관점'으로만 언론 현상을 이해하는 일은 버거운 일이 되었다"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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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 표지 . |
| ⓒ 커뮤니케이션북스 |
특히 '김어준의 뉴스 공장', '매불쇼', '오마이tv'와 같은 정치 시사 유튜브 채널로부터 얻는 정보를 더 가치있는 뉴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채널 중 일부는 언론사 기반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기자가 보여주는 공인된 기사만을 뉴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지 않으며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해석하고 유통하면서 공론장에서 정치사회적 의사를 형성해나간다.
이로부터 기존의 저널리즘을 규정해왔던 생산자와 수용자의 규범화 된 접근으로는 오늘의 언론 현실을 해석하기 어렵게 되었다.
"위에서 아래로 의제를 투하하는 매스미디어 모델에서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는 아래에서 위로(bottom up)의 의제 설정 관행이 등장했으며, 단순한 뉴스 소비자로서의 독자, 시민은 저널리즘에 협력하고 저널리즘을 보완하는 능동적 수용자라는 새로운 성격의 존재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다."(14쪽)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의 영향력 확대
주간지 '시사IN'이 매년 시행하는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부동의 1위는 '손석희'인데, 부동의 2위가 '김어준'이다.
'김어준'이라는 시사정치유튜브 채널 진행자를 저널리스트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시민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그를 저널리스트로 인지하고 나아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증', '출입증'으로 상징되는 엘리트 또는 기성 언론의 전문성이 흐려지고 전문직과 비전문직간의 직업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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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 따르면,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두 가지 관점인 '생산자 관점'과 '수용자 관점'의 경계가 약화되었다(자료사진). |
| ⓒ jesuslovesaustin on Unsplash |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직접 개설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논평을 제공하며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기성 언론의 영향력과 힘은 점점 감소하여 급기야 '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의 매개 없이도 작동하는 공론장의 부상'(31쪽)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고 있다.
"오늘날 언론학계, 정책당국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없어서 큰 일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신뢰받는 매체, 신뢰받는 저널리스트가 존재한다. 다만 그들이 전통 언론사, 전통 언론인이 아닐 뿐이다."(5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양식의 저널리즘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가짜뉴스의 생산과 극단적 정치 양극화 등 역기능 문제도 있으나 민주주의에 관여하는 다양한 힘의 역학 관계를 고려한다면, 공론장에서의 위기 현상들이 발생하는 책임의 전부를 저널리즘에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청와대 브리핑룸에 비전문직 매체도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 기자들보다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질의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있을까?
기성 언론 기자들은 펄쩍 뛰며 반대하겠지만, 가능성 희박해 보이는 일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는 유튜브라는 게, 1인 미디어라는 게 생길 줄 알았나 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네이버(https://blog.naver.com/xfile3408)와 사락(https://sarak.yes24.com/blog/xfile340)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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