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이들의 노래를 부를 권리가 있다

문수아 2025. 6.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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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다, 사랑하다, 도심 속 생태유아교육 실천기 18]

[문수아 기자]

아이들의 노래는 어디에 있을까

TV를 켜면 온통 경연대회이다. 가요, 트롯, 국악, 성악, 장르도 다양하다. 기획이 어찌나 탄탄한지 보고 또 보게 된다. 경연이 시작되는 시간만 되면 TV앞에 앉아있다. 재미는 있지만 어린 출연자를 보게 되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음악이야 다 좋지만, 이렇게 유행의 흐름을 타는 문화라는 것이 딱히 아이들을 배려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

성인 음악이 반드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발라드나 포크송은 아이의 감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도 있고, 클래식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음악도 분명 있다. 빠른 박자, 과도한 감정, 무겁거나 추상적인 가사. 유아기의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 회로가 아직 정교하게 발달되지 않았고, 언어 또한 상징보다 구체적 표현에 익숙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음악적 성숙'을 기대하는 것은 어른의 욕심일 수 있다.

게다가 성인 음악을 따라 부르는 것이 단지 재밌고 흥겨워서라기 보다는, 사회가 아이에게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적응이라면? 우리는 그 음악 속에서 아이가 자기를 표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른의 기대를 채우려 애쓰는 것인지를 분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노래

우리 어린이집은 발표회나 운동회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성인 음악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사들의 벨소리도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곡으로 설정한다. 유난이다 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조미료, 즉석식품, 과자, 음료수 같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많은 음식을 먹지 않기로 한 것처럼, 그런 노래는 듣지도 부르지도 않기로 했다.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안전띠를 두른 것이다.

우리 원에서는 주로 '통전'의 김희동의 노래들을 많이 듣고 부른다. 김희동 선생님의 '청요(靑謠)'는 '푸른 노래'라는 뜻으로, 아이들을 위한 진짜 노래를 만들자는 문화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청요는 아이들의 언어, 감정, 일상에서 길어낸 노랫말에 단순하고 맑은 곡조를 붙여 만든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의 마음을 말하듯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다.

청요의 노랫말은 어려운 상징이나 교훈을 담기보다는 아이들의 삶 가까이에 있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다. 곡조 또한 아이들 음역에 맞고 반복이 쉬워서, 억지로 따라 부르지 않아도 노래가 몸에 스며든다. '아이답게 자라는 것'을 돕는 노래이며, 우리 원이 지향하는 생태적 삶, 자연스러운 성장과 잘 어울린다.

보리출판사가 백창우 작곡가와 만든 보리 어린이마을 노래집도 많이 부른다.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 가는 것 같다." 진짜 아이들 이야기 아닌가. 딱지 따먹기 대회가 열리면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딱 저 노래 같다.
보리 어린이 노래 소개(보리출판사 누리집에서)
요즘 아이들은 동요를 부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었던 동요들이 아이들 마음을 하나도 담아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노래를 주고, 온 세상이 아이들 노래로 가득하길 바라며 백창우 선생님과 보리 출판사는 어린이 노래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보리 어린이 노래들을 듣다 보면, 노래들이 마치 깊은 산속에서 샘물처럼 솟아나서 이 산골 저 산골 계곡을 타고 흐르다가 깊고 넓은 강으로 흘러 마침내 큰 바다에 이르는 듯합니다. 아이들 마음속에 들끓는 온갖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들을 모두 아울러 꽃피워낸 노래들입니다. 자기들 마음과 삶이 담긴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마음과 풍부한 감성을 키워갈 것입니다.
꿈휴의 노래도 참 좋다. 그의 블로그에 남긴 말이 기억난다. '아이들이 동요를 배우는 것은 단지 어린 날의 노래가 아니라 먼 훗날 기억할 과거를 만들어 가는 것'. 유튜브를 방문하면 아이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가 참 많다.

이런 노래들을 모아 발표회를 했다. 커다란 무대를 빌려 음악도 틀고 영상녹화도 했지만, 아이들은 평소 입던 생활한복을 입고 동생반은 앞 순서에 나와 두 곡 정도 부르고 내려가고 형님반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많은 기관과 학교에서 보던 발표회와 비교하면 시시하고 별 것 없는 행사였지만, 부모들은 좋아했다. 아이들이 평소에 부르던 노래였고, 우리가 왜 이런 발표회를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코로나 이후로는 사라졌고, 지금은 매곡리자연학교 교육공동체 동요제에서 영상으로만 공유된다.

▲ 햇볕 만2세 2021년 (누렁아 울지말고 같이 놀자-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누구나 우리 방식에 동의하진 않을 것이다. 아이가 좋아해서 성인 노래를 부른다면 굳이 막을 이유는 없고, 부모와 함께 부르는 트로트 한 곡이 가족 간 정서 교류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기보다, 우리에게는 이런 기준이 있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모든 기관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누구를 중심에 두고 음악을 선택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음악은 말보다 먼저 감정에 닿는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들려주느냐는,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는가와 맞닿아 있다. 아이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노래, 몸이 기억하는 멜로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노래를 부를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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