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덮친 재실직 공포…그 빈자리, 외국인이 채웠다 [조선도시 두얼굴上]

거제·울산 조선소에 취업하려는 국내 현장 근로자가 줄면서 그 빈자리는 외국인 인력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조선소 현장 주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2022년쯤부터다. 조선업계는 2016년 세계적인 선박 수주 급감에 따라 대규모 내국인 숙련공 유출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이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등 요인에 따라 발주가 늘며 일손이 필요해졌지만, 침체기에 악화한 임금 여건과 고된 근로 조건, 무엇보다 ‘재실직’에 대한 우려 탓에 내국인 복귀가 더뎠다.

조선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력 수급이 용이하도록 정부도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손봤다. 2022년 8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신규 입국 E-9(비전문 취업) 쿼터를 5만9000여 명에서 6만9000여 명으로 확대했다.
앞서 같은 해 4월에는 외국인 인력 수요가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E-7(전문인력) 쿼터제를 폐지했다. 조선업체별 수요에 맞춰 용접공과 도장공 같은 외국인 기술 인력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업체당 내국인 근로자의 20% 내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려웠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조선업 고용허가제’를 신설했다. 이는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를 조선업에 집중적으로 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전까지는 제조업 전체 쿼터에서 조선업 인력을 배정했지만, 2023년 4월 조선업 전용 쿼터가 신설되면서 올해 말까지 매년 5000명 규모의 외국인 인력을 한시적으로 배정할 수 있게 됐다.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더 늘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을 통해 취업한 E-9 비자를 받은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는 2021년 230명에서 2022년 2667명, 2023년 5540명, 지난해에는 402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E-9 비자를 받은 조선업을 포함, 전체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는 2022년 16만 4145명에서 지난해 21만 9507명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도 2023년 1~3분기 조선업 신규 채용이 총 1만4359명이며, 이 중 86%가 외국인 근로자였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근무 외국인 근로자는 1만40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조선업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했지만, 그 효과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 10개월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 지역 내 중장기 소비나 정주 여건 조성에 기여하기 어려워서다.
거제·울산=안대훈·김민주·김윤호·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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