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득권 내려놓지 않는 ‘친윤’ 왜 [신율의 정치 읽기]

사실 이런 후유증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40% 넘게 득표했으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식의 ‘정신 승리’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고와 주장은 국민의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생각할 부분은 이번 대선이 질 수밖에 없는 선거였는지, 왜 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다.
이제야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은 이른바 ‘반성문’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지금이라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것을 공개 반성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탄핵 표결 당시에는 잘못됐는지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온 국민을 놀라게 한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결과로 그 주범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것에 반대한 이유를 묻고 싶다.
아마 당시에는 탄핵에 반대해야 강성 지지층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집단인 정당이 강성 지지층 지지만 받으면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요즘 정당은 ‘포괄 정당(catch all party)’이다. 민주당도 중도보수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판에, 국민의힘은 거꾸로 강성 지지층 눈치나 보고 있으니 도대체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김문수 후보는 그나마 선거 막판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김문수 당시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라는 목소리가 나와도 “그것은 윤 전 대통령 스스로가 결단할 문제”라는 식으로 나왔다.
여기서 한 가지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여의도연구원 같은 곳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돌리지 않았을까. 여의도연구원 같은 기관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국민의힘 지도부나 후보가 받아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선거 사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한국갤럽이 6월 6일 발표한 대선 사후 여론조사(6월 4일과 5일 양일간에 걸쳐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가장 큰 이유는 ‘내란 종식과 계엄 심판’이었다. 이런 결과를 대선 전 여론을 살피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나 후보가 알았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부터 후보 그리고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탄핵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나왔으니, 국민의힘 구성원은 대선에는 관심이 없고 당권에만 관심이 있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선거는 중도층 지지를 흡수해야 승리할 수 있다.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마저 내란 종식을 원하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행동을 보였으니, 이는 도저히 선거를 의식하는 집단이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반대로 당권을 의식한다면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내란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당원 유입이 있었고, 또한 이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이들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당권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주류라고 불릴 만한 친윤 그룹은 당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 몰라도, 가장 앞장서 윤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 또 한덕수 전 총리를 대선 주자로 ‘옹립’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란 일종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도 친윤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데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김문수 전 후보 역시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문수 전 후보는 대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SNS에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도 하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사진을 올렸다. 6일에는 현충원을 참배했다. 또한 김문수 전 후보는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줘 고맙다는 차원의 만남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일련의 공개된 행보는 그의 당권 도전설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김문수 전 후보 입장에서는, 열악한 상황에서 40% 넘는 득표력을 과시했으니, 당권에 도전할 만하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당내 친윤들이 무리하게 한덕수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이 나서 이를 저지했으니, 자신이 나서면 당원들이 지지해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계속해서 당내 주류로 남으려는 친윤들은 김문수 전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친윤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 내부에서 후보를 옹립하려 들 테다. 후보 옹립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탄핵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김문수 전 후보와 전략적 제휴를 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여기서 한동훈 전 대표 이름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김문수 전 후보나 친윤은 모두 여론과는 동떨어진 언행을 했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유일’하게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적극 찬성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면 일반적 여론과 호흡을 같이하는 유일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말도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대위는 김용태 비대위는 아니다.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용태 위원장 후임으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고, 그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얘기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친윤들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면 해당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가뜩이나 비상이 걸린 국민의힘이고, 앞으로 내란 특검이 가동되면 당내 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로 지방선거까지 가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적 요인을 종합해보면, 8월 정도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고 신임 대표가 당분간 국민의힘을 이끌게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김용태 위원장 거취는 국민의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친윤들이 못마땅해하는 김용태 위원장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할 수 있다면, 국민의힘이 일반 여론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게 될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만일 김 위원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퇴임한다면 국민의힘은 다시금 여론 속 ‘섬’이 될 수밖에 없다.
‘섬’을 ‘육지’로 만들려는 국민의힘 구주류 측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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