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모이는 곳이 미래라면 우리는 [김선걸 칼럼]
“엔비디아 GPU가 부족한데, 가능하면 대학보다 기업에 줘야 해.”
대학 교수인 친구를 만나 대화 중이었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GPU 공급 부족으로 기업, 학교, 정부까지 아우성이라는 얘기를 했더니 대뜸 이런 답이 나온다.
대학마다 GPU가 부족해 연구를 할 수 없을 정도라더니 왜 기업에? 친구의 논리는 간단했다.
대학에서 AI 인재를 공들여 교육시켜봤자 좋은 인재는 전부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유는 일자리, 즉 AI 관련 기업이 대부분 미국에 있기 때문에.
그 반대로 생각해도 똑같다고 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AI 기업 몇 개만 생긴다면? 굳이 한국 대학에서 AI를 교육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거란 얘기다. 그들의 일자리, 즉 기업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MS, 구글, 메타, 오픈AI에 엔비디아, 팔란티어, 테슬라까지 이른바 ‘빅테크’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 20세기 자동차, 철강, 석유 등 제조업 강국에서 첨단기술 국가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이 기업들이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연봉도 높고 앞선 기술을 학습할 기회여서 인재들은 미국을 선호한다. 결국 첨단기술이 선도하는 세상에서 처음(개발)과 끝(활용)이 기업이다. 기업을 키우는 나라로 인재가 몰리고, 인재가 기업을 키우고, 다시 그 나라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명료해졌다.
대학의 중요성 자체가 부정당하는 건 아니다. 학교는 미래 세대의 넓고 깊은 교육을 위한 공공 인프라다. 그러나 GPU 같은 희소 자원의 시급한 배분에선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 실제 다른 대학도 비슷하다. AI 관련 전공 석·박사 중 우등생 상당수가 미국행을 택한다. 한국 입장에선 국민 세금으로 인재를 양성해서 외국을 위해 일하게 하는 셈이다. 대학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한국에 기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교육한 과실을 따지 못하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가 한국을 위해 일하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은 기업 끌어안기에 생사를 걸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제조업마저 부흥을 꾀하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 세제 혜택으로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했다. 한국 굴지의 기업인 삼성, 현대차, LG, SK 등이 미국으로 가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10조원을 들여 지국 기업 라피더스의 라이벌 격인 대만의 TSMC를 유치했다. 기업을 유치했다는 규슈 지역은 국가 전략 거점이 됐다.
한국은 근 20년간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해외로 옮겼다는 뉴스만 봐왔다. 거꾸로 한국이 해외 유수 기업을 유치한 뉴스는 본 적 없다. 20여년 전 GM대우 이후 못 본 것 같다.
국가의 운명을 기업이 결정하는 시대다. 저출생을 해결하겠다고 외국인 아무나 받아들일 때가 아니다. 첨단 기업을 받아들여야 좋은 인재가 몰려들어 저출생도 해결된다. 좋은 인재가 넘치는 수준 높은 나라가 되는 길이 바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한국은 강성노조와 경직된 노동 구조로 인해 해외 기업 유치도 사실상 포기 상태다. 좋은 기업은 밖으로 나가고 외국 기업은 들어오지 않는 나라가 됐다. 과연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는 시도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
기업은 경제와 외교와 저출생과 저성장과 미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다. 겹겹의 규제와 강성노조가 이를 막고 있다.
후손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지금 치우지 않으면 늦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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