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극장서 젊은 감독 작품 못 본다”...이런 말 나오는 이유

" 이분들이 지원금을 받고 영화를 찍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
2020년 독립영화로 데뷔를 한 30대 감독 A씨가 지난달 26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이하 중예산영화 지원사업)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이다. 한국 영화계 불황 속 신인감독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중간 예산 규모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에 기성감독이 선정되며 신인감독의 데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업영화 지원대상에 천만감독 선정…”한국영화 현실”

지원확정작으로는 순제작비 20억원 이상, 80억원 미만의 실사 극영화 작품 9편이 선정됐다. A 감독이 보고 놀랐던 건 순제작비 60억원 이상 80억원 미만 규모의 ‘다군(群)’ 결과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장훈 감독의 ‘몽유도원도’가 각각 15억 지원을 받기로 결정됐고, 예비 1번에 변영주 감독의 ‘당신의 과녁’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지원확정작 중 상업영화 데뷔작품은 신인 김선경 감독의 ‘안동’(나군, 순제작비 40억원·지원금액 12억원)과 ‘샴, 하드 로맨스’(2003)를 연출한 김정구 감독의 ‘감옥의 맛’(나군, 순제작비 49억원·12억 4000만원)뿐이다.

예비 심사와 결정 심사에 참여한 27명의 심사위원은 총평을 통해 ‘투자 제작 가능성’과 ‘영화제 수상 가능성’을 중심에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하사탕’(2000), ‘시’(2010), ‘버닝’(2018)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천만 관객을 달성한 ‘택시운전사’(2017)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선정 대상에 오른 사실만으로도 영화계는 떠들썩해졌다. 발표 이후 이창동 감독은 자진 취하 결정을 통해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하고, 넷플릭스에서 제작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현실”이라며 “이번 지원사업 예산을 받으면 올해 안으로 투자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최용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는 “투자사들이 영화 투자를 거의 안 해 이번 영진위 제작지원 사업에 신인·기성 감독이 대거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인감독들 “데뷔 경로로 OTT 시리즈물, 극장 영화 가릴 처지 아냐”
이 상황에서 A씨 같은 신인감독의 경우 상업영화 데뷔를 원해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극장에 장편 독립영화를 올린 B(35) 감독은 “신인 입장에서 극장영화든 OTT영화·시리즈든 기회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영화 제작을 지향하지만, 플랫폼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을 해야 연출자로서 계속 활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올해의 경우 4월까지 개봉한 실질개봉작 70편 중 6편이 신인감독의 상업데뷔작이었다. 리메이크(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작품과 ‘창고영화’(스트리밍)를 제외하면 4편뿐이다.
도전적 시도 하고 싶어도 어렵다… “상업영화 지원 통해 활력 불어넣어야”

영화계 관계자들은 그간 투자를 통해서만 꾸려져 온 상업영화 생태계에 대한 지원 체계가 더욱 탄탄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영화 데뷔 20년 차인 C(57) 감독은 “독립영화 지원은 꾸준했지만, 상업영화 지원은 이번 중예산 영화 지원사업이 처음”이라며 “상업영화 감독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금액을 일정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배 교수는 “신인감독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느냐 안 오느냐는 산업의 건강도를 알려주는 지표”라며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이 대표작을 낸 시기는 투자와 지원이 활발했던 1998~2006년 사이다. 그때처럼 적극적 지원을 통해 영화환경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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