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많은 넷플릭스 1위, 그래도 볼거리가 있다면

이준범 2025. 6. 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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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영화 < KO >

[이준범 기자]

 넷플릭스 ‘KO’ 스틸컷
ⓒ 넷플릭스
경기 중 의도치 않게 상대 선수를 숨지게 한 MMA 챔피언 바스티앵(시릴 가네). 홀로 도시를 떠나 소금 광산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사망한 선수의 아내인 에마가 찾아온다. 그녀의 부탁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 레오를 찾아달라는 것.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던 바스티앵은 레오를 찾아 마르세유로 향하고, 그 과정에서 범죄 조직을 추적하는 경찰 알라위(앨리스 벨라이디)와 마주친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영화 < KO >(감독 앙트완 블로시에르)는 장르적 쾌감이나 개운한 만족감을 주는 영화가 아니다. 내용 전개는 매끄럽지 않고,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맴돈다. 최근 장르 영화에 많이 나타나는 반전 요소나 신선한 설정, 소재도 찾아보기 힘들다. 주인공이 폭력 조직과 싸워서 이기는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의 일부분만 겨우 전달할 뿐이다. 이미 완성도 높은 한국과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에선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UFC 헤비급 선수 시릴 가네가 연기에 도전했지만, 액션도 기대만큼 시원하지 않다. 분명 195cm의 키에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시릴 가네는 신체 자체가 무기다. 영화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과 긴장감을 준다. 그가 UFC 경기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을 액션 장면에서 선보이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액션의 합이 단순하고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등 완성도가 낮은 편이다.

다른 액션 영화와 차별화될 만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그가 절대적으로 강한 존재가 아닌 설정 때문에 시원한 타격감이나 화려한 기술 같은 선수 출신 배우의 장점을 느끼기 힘들다. 무엇보다 상대가 총기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근접 타격 기술이 무력해지는 장면이 많다.
 넷플릭스 ‘KO’ 스틸컷
ⓒ 넷플릭스
그럼에도 이 영화엔 시선을 잡아끄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군더더기 없는 도입부와 빠른 전개 속도다. 주인공인 바스티앵의 캐릭터와 그가 느끼는 죄책감, 레오를 구한다는 목표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한다. 레오가 휘말린 참혹한 살인 사건과 알라위가 경찰 내부에서 어떤 캐릭터인지도 짧고 명확하게 서술한다. 압축된 내용이 초반부 빠르게 흘러가지만, 내용 이해에 필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 있다. 재미 여부를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영화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제 바스티앵이 펼칠 액션과 활약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내용의 단순함은 영화의 속도감을 높인다.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많은 말을 덧붙이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이미 캐릭터가 확실히 잡혀 있고 곧바로 해야 할 일을 향해 달려가서 해치우는 데 집중한다. 주인공의 불필요한 고민이나 조연의 괜한 욕심, 실수로 일을 그르치는 엑스트라 등 내용 전개에 방해되는 요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 없이 달려가는 < KO >의 총 상영 시간은 1시간 26분에 불과하다. 이는 엔딩 크레딧을 포함한 시간으로, 실제론 1시간 20분도 되기 전에 영화의 본 내용이 모두 끝난다. 이 같은 짧은 상영 시간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TOP 10 1위에 오르고 전 세계 비영어권 영화 2위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추측된다.

단순하고 빠르게 달려가는 내용과 달리, 바스티앵은 천천히 변화하는 인물이다. 처음에 그는 폭력 조직과 맞설 생각도, 경찰과 함께 싸울 생각도 없었다. 바스티앵이 에마의 부탁을 수락한 건 자신을 괴롭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저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시작한 바스티앵의 행동은 타인을, 경찰을, 도시를 구하는 이야기로 점차 확장된다. 정작 그가 상대하는 폭력 조직은 그 어떤 철학이나 목표 의식 없이 오로지 돈만 추구하며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이들이다.

결국 죄책감이란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여정이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 조직을 무너뜨리게 되는 이야기다. 다소 아쉬운 면이 많아도,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게 되는 바스티앵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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