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마다 축구팀 갖겠다"는 여자 축구계의 '미친자'
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2019년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FIFA 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에 오른 순간, 미국 여자 축구는 또 다른 전기를 맞게 된다. 여자 축구계에 '미셸 강'이 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여자 축구 사상 역대 최대 기부금 3천만 달러(약 410억 원)를 내놓은, 미셸 강이 여자 축구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미국 대표팀의 우승이었던 것이다. 여자월드컵 우승을 기념하는 축하연에 초대받은 미셸 강은, 그때만 해도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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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셸 강을 조명한 프랑스 현지 언론 보도(2023년 5월 15일) |
| ⓒ ouest-france.fr 갈무리 |
한국에서 태어난 미셸 강은 1981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2008년 헬스케어 기술회사인 코그노상트를 창립했다. 그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 인물이다.
창립 10여년 만에 연매출 4억 달러(약 5500억 원) 직원 2000여 명의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키워낸 강 회장은 2024년 5월 코그노상트를 매각했다. 매각이 확정됐다는 전화가 울린 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 중이었던 강 회장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할 일 없이 은퇴했다면 엄지손가락을 뒤틀며 미래에 대해 걱정했겠지만, 오늘 밤 챔피언십 경기가 있어요. 전 지금 여자 축구 사업에 깊이 빠져 있어서 (매각 후 기분을)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5월 25일)
여자 축구로 인생 3막을 연 강 회장은 현재 여자 축구팀 3개를 소유하고 있는 구단주다. 2022년 미국 워싱턴 스피릿의 새 구단주가 됐다. 2023년 프랑스 OL리옹(전 올림피크 리옹 페미닌)을 인수했다. 같은 해 영국 런던시티 라이오네스를 품에 안았다.
OL리옹 구단주로 취임한 직후 미셸 강은 '남자 프로팀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 물었고, 구단 측은 전담 스태프 11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달 만에 11명의 채용이 끝났다. OL리옹 팀에는 영양사, 심리상담가, 전담 의사 등 전문 인력 24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구단 CEO 빈센트 퐁소는 "미셸은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BBC, 2025년 4월 17일)"이라고 평했다.
이같은 지원 속에, OL리옹은 2025년 5월 프랑스 여자축구 리그에서 우승했다. 파산 직전이었던 런던시티는 미셸 강이 구단주가 된 후 1년 반 만인 2025년 5월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했다. 다음 시즌 여자 슈퍼 리그로의 승격도 이뤘다. 앞서 워싱턴 스피릿도 2024년 미국 프로 여자 축구 리그에서 2위의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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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 직전이었던 런던시티 라이오네스는 미셸 강이 구단주가 된 후 1년 반 만인 2025년 5월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했다. |
| ⓒ londoncitylionesses.com |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팀 경영을 하고자 했어요. 남성 선수들과 똑같은 연봉을 지급하고 훈련 시설을 개선했으며 경기 분석 전문가를 고용했고, 여성 선수들만을 위한 의료팀을 꾸리게 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5월 25일)
그가 바꾼 것은 구단 인프라(기반 시설과 조직)만이 아니었다. 2023년 6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강은 "전문가를 고용해 생리 주기에 따라 훈련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라며 "우리는 남자 축구팀의 매뉴얼을 빌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여성의 생리학과 생물학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운동선수들을 훈련시키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미셸 강은 2024년 7월 키니스카 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며, 하나의 재단이 여러 축구팀을 관리하는 멀티클럽 모델 구축에도 나섰다. 기원전 396년 올림픽에 출전해 마차 경주 종목에서 최초로 우승한 여성 '키니스카'의 이름을 딴 재단이다. 키니스카 재단은 스포츠 과학 연구의 단 6%만이 여성 운동선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 "여성 신체 특성을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성과 평가 기술의 사용 등을 통해 여성 축구에 전례 없는 훈련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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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스피릿의 2021년 챔피언십 우승을 축하하고 있는 미셸 강. |
| ⓒ 워싱턴스피릿 홈페이지 |
"저는 어린 소녀들이 자라면서 여성 전용 훈련 방법론, 전용 경기장, 최첨단 훈련 센터가 미국식, 영국식, 프랑스식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프라는) 그들의 (사는 곳) 뒷마당에 있을 것입니다." (ESPN, 2025년 5월 6일)
중계권 및 판권으로 수익 창출 가능 "여성 축구는 기회의 땅"
구단 소유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미셸 강은 2022년 워싱턴 스피릿을 3500만 달러(약 47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사업가인 그는 자신의 선택들을 '성공 가능성 높은 투자'로 보고 있다.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중계권 및 판권)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미국 여자 프로 농구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세요. 그게 여자 축구에서도 일어날 일입니다. 미국 여자 축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가 경기당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지금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절대 자선이 아닙니다. 진지한 투자죠." (가디언, 2024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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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L리옹(전 올림피크 리옹 페미닌)은 2025년 5월 프랑스 여자축구 리그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올림피크 리옹 홈페이지 갈무리. |
| ⓒ www.ol.fr |
BBC는 "지금 세계 여자축구계에서 미셸 강은 '혁신가'라는 단어로 불린다. 런던시티의 (슈퍼리그) 승격은 끝이 아니라 그가 설계한 거대한 그림의 서막일 뿐"이라고 격찬했다.
그의 나이는 올해 66세다.
- [미셸 강②] 스무 살에 결혼자금 당겨 쓰더니, 3개 축구팀 구단주 된 '관습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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