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茶 이야기’] (37) 더테이블
기가 막히는 주문 “홍차 주세요” ‘아아·뜨아’ 대신 ‘커피’ 달라는 격

서촌의 어드메쯤일 것 같은(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왠지 그렇다) 어느 카페. 카페가 문을 연 오전 11시부터 밤 늦게 문을 닫을 때까지, 햇살이 환히 내리비치는 통창가 어느 테이블을 차지한 네 팀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나오는 배우 면면도 화려하다. 정유미&정준원, 정은채&전성우, 한예리&김혜옥, 임수정&연우진. 전혀 이어지지 않는 네 커플의 이야기. 그러나 뭔가 ‘짠’한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한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 여기서 그만.

카페가 배경이니 자연스레 차가 나오겠다 싶지만, 마지막 스토리 때까지 저들은 주야장천 커피만 시켜댄다. 하긴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는 자체가 흔한 장면은 아니다. 마지막 네 번째 스토리의 주인공 임수정이 드디어 차를 주문한다.
“홍차 주세요.”

차는 차나무 잎을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녹차·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의 6가지 차로 탄생한다. 이를 ‘6대 다류’라 부른다.(보이차는 일반적으로 흑차에 포함시킨다) 가공 방식에 따라 6대 다류로 나뉜다는 것은 결국 찻잎을 얼마나 산화시켰는가에 따라 차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녹차는 산화를 전혀 시키지 않아 찻잎이 푸르고, 산화를 가장 많이 시킨 홍차는 찻잎이 거무 튀튀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서양 홍차는 ‘얼그레이’나 ‘브렉퍼스트’ 등. 모두 영국에서 이름이 만들어진 홍차다. 우리가 흔히 홍차라 부르는 서양 홍차(서양 차 브랜드 업체들이 만든 홍차)는 대부분 잎이 잘게 잘려 있고 여러 홍차 잎이 섞여 있는 ‘블렌드 차’다. 홍차의 세계에서 ‘블렌드 차’ 위주인 서양 홍차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례로 ‘세계 3대 홍차’로 중국 기문홍차, 스리랑카 우바홍차, 인도 다즐링홍차가 꼽힌다. ‘얼그레이’ ‘브렉퍼스트’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그뿐인가. 3g 한 포에 몇만원 하는 ‘금준미’라는 이름의 최고급 중국 홍차도 존재한다. 고급 홍차들은 잎이 잘게 잘려 있지도 않고, 블렌드하지도 않는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더 윗 등급으로 여겨지고 비싼 걸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가 갈 내용이다.
다시 한번 앞선 질문으로. ‘더 테이블’ 속 카페 주인장은 과연 그녀에게 어떤 홍차를 내어줬을까. 당연히 금준미는 아닐테고, 세계 3대홍차도 아닐테고, 그냥 ‘얼그레이’거나 ‘브렉퍼스트’일 경우가 99%다. 그게 가장 흔하고 또 원가도 가장 저렴하니.
영국에서 홍차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지만, 홍차에서 가장 주인공인 나라는 인도다. 인도의 홍차 생산량은 세계 홍차 시장의 44% 정도를 차지한다.
인도 홍차 중 가장 가격이 높은 홍차가 바로 다즐링 홍차다. 인도 홍차에서 다즐링 홍차는 비중이 0.5%도 되지 않는다.(2022년 기준 인도 전체 차 생산량 132만톤, 다즐링 생산량 6500톤) 그렇게 적은 양으로도 인도를 대표하는 홍차라는 것은 그만큼 품질과 맛과 향이 뛰어다는 의미일 터다. 실제 다즐링 홍차는 그 다채로운 향으로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린다.

일컬어지는 퍼스트 플러시는 2월 말에서 3월 초 고개를 내미는 부드러운 싹으로 만든다. 이후 4월 중순부터 나오는 잎으로 만든 게 세컨드 플러시, 오텀널은 10~11월에 생산한다. 겨울 동안 겨울잠을 자는 차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뿌리에 저장해뒀던 많은 영양분을 봄이 되면 새잎이 나는 데 도움이 되라며 새싹으로 잔뜩 내보낸다. 또 아직 추운 초봄 날씨는 찻잎을 느리게 자라게 하는데, 느리게 자라는 만큼 찻잎에 맛있는 성분이 진하게 농축된다. 영양분도 많고 맛있는 성분도 진하게 농축된 싹으로 만들었으니 ‘퍼스트 플러시’가 귀할밖에.
‘퍼스트 플러시’를 마셔보면 이 차가 녹차인지 청차인지 홍차인지 헷갈린다. 수색도 일반적으로 붉은 색인 홍차와 달리 연노랑색이다. 예전에는 퍼스트 플러시도 훨씬 홍차 느낌이 강했다고. 2000년대 초 녹차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가 널리 퍼지고 전세계적으로 녹차 붐이 일면서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가 홍차보다 녹차에 가까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인도가 홍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라면, 스리랑카는 3번째 국가다. (2위는 특이하게도 아프리카 케냐다. 케냐는 원두 생산국으로 유명하지만 홍차 생산량 45만톤으로 홍차 생산량 기준 2위다. 심지어 홍차 수출량은 1위다. 140만톤을 생산하는 인도는 생산량 대부분을 자국에서 소비하는 반면, 케냐는 대부분을 수출한다. 여기서 잠깐. 홍차만이 아닌 전체 차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300만톤을 생산하는 중국이 1위다. 인도, 케냐, 스리랑카가 2~4위다) 스리랑카 차 생산지 중 대표적인 곳이 우바고 그 우바에서 나오는 우바홍차 역시 3대 홍차에 속한다.
기문홍차는 그럼 무얼까. 사실 기문홍차는 다즐링홍차와 우바홍차에 비해 홍차의 세계에서 비중도 스토리도 미미하다. 중국 안휘성 황산 자락 기문현에서 생산되는 홍차인데, 중국은 물론 전세계 최초 홍차라 일컫는 ‘정산소종’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못하다.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맘국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떨친 것 정도가 중요한 역사로 남아있다. 한국에서도 다즐링홍차와 우바홍차는 그래도 가끔 만나볼 수 있는 반면, 기문홍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원래는 아리야, 마가렛호프, 리자힐, 캐슬턴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원 차 중심으로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좀 더 깨뜻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원 차들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 대표적인 다원이 셀림봉, 싱불리, 트루즘, 오카이티 등이다.


사족 하나. 2017년 개봉 때 ‘더 테이블’은 워낙 쟁쟁한 여배우들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남자 배우는 연우진을 제외하고 다소 낯설었다. 지금은 완전 달라졌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대박홈런을 친 ‘구도원’ 선생님 정준원이 1편 에피소드에 나온다. 엄청 찌질남으로.
오래 전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최고 잘 나가는 스타배우가 됐다. 너무나 평범한 남자가 “저 스타배우가 옛날 내 여친이었다”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느날 둘은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됐고, 그렇게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 이제는 대스타가 된 옛 여친 앞에 그는 어떤 맘으로 나타났을까….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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