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불만 켤 줄 알면 할 수 있는 요리"... 간단한데 맛도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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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불사였던 선배의 변신이 재미있기도 하고, 맥주는 직접 또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부재료 등을 다양하게 넣어 조금씩 다른 수제 맥주의 맛마저 훌륭해서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그만큼 간단한 반면 들인 수고에 비하면 짭조름한 감칠맛이 정말 최고다. 말하자면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과도 유사한데, 조개 육수 본연의 농밀한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 바지락 칼국수의 시원한 국물과는 또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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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규 기자]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하자는 내 요청에 좀 망설이다 나온 선배는 배낭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맥주병이다. 아니 무슨 맥주를 갖고 오셨냐 물었더니 "내가 만든 맥주야, 한 번 마셔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 드니 사람들 만나기도 싫고 술도 그동안 너무 많이 마셨어. 요샌 퇴근하면 집에 가서 내가 만든 맥주 한 병 꺼내 놓고 마누라랑 마주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게 최고의 낙이다."
두주불사였던 선배의 변신이 재미있기도 하고, 맥주는 직접 또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부재료 등을 다양하게 넣어 조금씩 다른 수제 맥주의 맛마저 훌륭해서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선배는 손수 만든 라벨을 병에 붙여 왔는데 맥주마다 이름이 재미있었다. 쑥을 넣어 씁쓰레한 맛을 내는 맥주의 이름은 '인생의 쓴맛' 하는 식이었다.
좀 더 연차가 쌓이면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가 다 부질없어지고, 그저 아내와 함께 즐기는 한 잔 맥주로 충분한 때가 오려나. 하긴 나도 요즘 들어 집에서 마시는 술이 더 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렇지만 술을 만들어 먹는다니 그건 정말 대단한 경지인데 그렇게 할 자신은 없다.
언젠가 선배를 집에 모셔서 '인생의 쓴맛'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그때는 쓴맛을 달래줄 근사한 안주 한두 개를 직접 만들어 대접해야지. 다음에 소개할 음식은 그런 것들이다. 집에서 간단히 한두 잔 마실 때나 아니면 손님이 왔을 때 제법 그럴듯하게 곁들일 수 있는 안줏거리들. 재료만 갖추면 만드는 과정은 무척 쉽다는 게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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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 까수엘라 한 냄비 물은 따로 넣지 않고 올리브 오일로만 조리한다. |
| ⓒ 여운규 |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해물이 있으면 뭐든 넣어도 상관 없다. 오징어 말고 새우를 넣은 버전이 요새 와인 바에서 흔히 먹는 감바스 알 아히요라고 보면 되겠다.
재료는 오징어, 올리브유, 마늘, 페페론치노(또는 청양고추)가 기본이고, 여기에 버섯, 토마토 등 채소를 내키는 대로 넣는다. 만들기도 쉽다. 냄비에 올리브유를 붓고 마늘 고추를 넣어 익히다가 기포가 올라오면서 끓어오를 때 오징어와 다른 채소를 넣고 마저 익히면 끝이다. 간은 소금 후추로 한다.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 등과 잘 어울리고, 바게트 같은 빵 몇 조각을 곁들이면 더 좋다는 건 아마 다들 아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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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초와 살사 알싸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
| ⓒ 여운규 |
완숙 토마토 두 개에 양파 반 개 정도를 곱게 다지고, 청양고추 한 개와 고수 한 줌, 필요하면 마늘도 조금 다져 넣는다. 볼에 다진 재료를 넣고 소금 약간, 레몬즙, 식초, 설탕으로 양념해서 잘 섞으면 된다. 고수 대신에 깻잎을 쓸 수 있다.
집 앞 슈퍼에서 사 온 나초에 올려 먹으면 환상의 맥주 안주가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날, 투표하러 가기 전에 살사를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저녁때 개표 방송을 보면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알싸하고 매운 살사는 졸림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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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개술찜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잘 어울린다. |
| ⓒ 여운규 |
냄비에 기름을 조금 두른 후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고 볶아 향을 낸다. 해감이 된 조개를 넣어 잠시 볶다가 청주를 반 컵 정도 넣은 후 뚜껑을 닫고 끓인다. 조개가 모두 입을 벌릴 때쯤 뚜껑을 열어 알코올을 날리고 불을 줄인 다음 버터 한 조각 넣어 녹이고 간장으로 향을 입힌다. 이미 조개의 짠맛이 충분히 나온 상태이므로 간장은 아주 조금만 넣는 게 좋다. 마지막에 쪽파나 대파 다진 것을 올려 마무리한다.
그야말로 "가스불만 켤 줄 알면 할 수 있는 요리"라고 누군가 그랬다. 그만큼 간단한 반면 들인 수고에 비하면 짭조름한 감칠맛이 정말 최고다. 모시조개를 쓰면 가장 맛있지만 바지락도 훌륭하다. 말하자면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과도 유사한데, 조개 육수 본연의 농밀한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 바지락 칼국수의 시원한 국물과는 또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맥주는 물론 소주나 청주에 잘 어울리고, 다른 많은 술안주가 그러하듯 밥반찬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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