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86', 주류 진입 '97'…이재명시대 新당정 지형도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 지도부가 ‘86 세대’와 ‘97 세대’ 간 세대 연합 당정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한때 ‘운동권 기득권’으로 지목됐던 80년대 학번·60년대생들의 입지는 여전하지만 90년대 학번·70년대생들 진영 내 신(新)주류로 부상하면서 생긴 모양새다.

86 운동권이 이재명 시대에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학련(전국학생운동연합,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전신) 의장을 거쳐 26세에 정계에 입문했다. 86 세대 ‘맏형’으로 불리는 우 수석도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전대협 부의장)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두 사람 다 커튼 뒤로 물러났다 다시 무대 중심에 등장했다. 김 후보자는 자칭 ‘퇴수(退修·물러나 수양함)’로 일컫는 18년(2002~2020년)의 야인 생활을 겪었고, 우 수석은 지난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배지를 내려놓은 지 1년여만에 대통령실 참모로 돌아왔다.
여의도에서도 86 세대들은 곳곳에서 재약진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청래 의원과 첫 여당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서영교 의원이 모두 86 운동권 출신이다. 당내에서는 86 중진들의 주요 국무위원 기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윤호중 의원과 김태년 의원이 각각 법무부 장관 후보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처럼 86 그룹이 당정 요직을 독차지하는 양상은 아니다. 73년 생인 강훈식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되자 여권에서는 “드디어 97 세대가 권력 핵심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전직 의원)는 말이 나온다. 나이로 쳐도 60대에 진입하기 시작한 86 세대와, 40~50대 초반의 97 세대가 국정 운영의 중심에서 맞물리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앞서 이재명 대표 1기 체제가 탄생한 2022년 8·28 전당대회 때 강병원·박용진·박주민 등과 함께 진영 내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로 평가 받았다. 이들 중 박주민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 도전을 목표로 몸풀기에 들어갔다. 박용진 전 의원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선대위 국민화합위원장을 맡아 비명(비이재명) 색채를 중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71년 생인 천준호 의원은 대선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으며 당내 친명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새 정부 첫 해양수산부 장관행이 유력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 역시 1971년생·90학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현재까지는 새 정부의 인선 기조가 능력과 전문성이라는 대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나이에 무관하게 인재를 등용하다 보니 자연히 86·97 간 세대 연합 당정이 구성되는 것”이라며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기성 정치에 지친 국민 피로감을 고려한다면 장관 등 남은 인선에서는 좀 더 새 시대 인물을 많이 내세우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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