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시위·투신소동 못 막는 '오름방지시설'…서울시, "전수조사 및 보완 예정"
지난 11일 오후 3시 20분 송모(55)씨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강대교 위에 올라 약 6시간가량 농성했다. 송씨는 아동집단수용시설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한 진실규명과 배상 등을 요구했다. 경찰, 소방 및 서울시 관계자 등과 대치하던 그는 서울시 실장급 관계자와의 면담 약속을 받아내고 오후 9시 15분쯤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다리에서 내려왔다.

서울시가 한강 교량 위에서의 시위 및 투신 시도 등을 막기 위해 오름방지 시설을 설치한 뒤에도 비슷한 소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대한구국회’라는 단체에 소속된 50대 남성이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정부와 여당에 국가긴급권 발동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벌였다가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김기덕 서울시의원실이 시로부터 받은 ‘한강교량별 자살시도 및 투신현황’에 따르면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한 건수는 2018년 430건에서 2021년 626건, 2023년 1035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한강과 그 지천에 위치한 다리 가운데 비교적 오르기 쉬운 아치형으로 건설된 6개의 다리에 ‘오름방지 시설’을 설치해 왔다. 지난 2004년 한강대교에 밟으면 회전하는 61개의 롤러로 구성된 약 2.5m 길이의 오름 방지 장치를 시작으로, 지난 2016년에는 양화대교에 판에 가시가 박힌 ‘니들형’ 방지장치를 부착했다. 지난해에는 한강대교에도 니들형 방지장치를 추가로 배치했다. 투신 시도를 막기 위해 난간에 철조망을 설치하거나 높이를 높이고, 난간 상부를 회전형으로 교체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리 위에 오르는 일이 여전히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오름방지 시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전날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는 “롤러형은 장치의 바깥쪽만 밟으면 굴러가지 않아 조금 위험하긴해도 올라갈 수 있고, 니들형은 안전화만 신어도 뚫리지 않는다”며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위험한 상황이 거듭되는 만큼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름방지 장치는 안전보다는 미관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설치 간격이나 높이 등에서 사람이 이를 우회하거나 비집고 오를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한다”며 “접근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적극적 설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거나 자신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격한 방법으로 시위하려는 사람들을 단순히 시설을 설치한다고 막을 수는 없다”며 “니들형 장치의 강도를 높이거나 더 많이 설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랑의 전화 등 심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재난안전실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분기 또는 반기별로 한 번씩 오름방지 시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어제의 소동을 계기로 시에서도 오름방지 시설이 설치된 6개 교각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해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창용 기자 kim.chang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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