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4대 늘린 대통령실, 이제 기자들의 '진짜 질문'이 필요하다
[김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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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9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당시 한국 기자에게 먼저 질문할 기회를 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
| ⓒ EBS 다큐프라임 영상 캡처 |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했으니까요. 한국 기자 중 질문할 사람이 있나요?"
순간, 폐막식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듯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 통역이 필요할 것이다. 괜찮다"고 말하며 웃어 넘겼고, 세계가 생방송으로 지켜봤던 그 기회는 결국 중국 기자에게로 넘어갔다. 이후 국내 커뮤니티에는 질문하지 않은 '기자들의 자질이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글이 넘쳐났다.
기자의 질문은 권력을 긴장하게 만든다
이날 한국 기자들이 왜 그 자리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오바마가 갑자기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는 것부터 해서 세계가 집중하는 큰 자리에서 느꼈을 중압감, 게다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영어로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심경까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무조건 기자로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 때문에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질문을 통해 본질을 찾아간다. 그렇기에 평소에도 두루 관심과 관찰력으로 실체적 진실을 탐구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이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투영해 볼 때, '돌발스런 자리라서', '혹은 영어를 못 해서', '어떤 질문할까 생각이 늦어져서' 이러한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말이 있다. '기자의 질문은 곧 권력을 긴장하게 만든다'고. 기자라는 직업을 꿰뚫는 말이다. 기자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공권력에 책임을 묻고 진실을 파헤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질문이 사라진 기자회견장은 통제된 연극에 가깝고 질문 없는 언론은 감시망이 풀린 사회로 이어진다. 기자의 질문은 권력을 향한 시민의 눈과 입이다. 정책은 어떤 배경에서 결정됐는지,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지,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묻는 것은 단지 기자의 일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알 권리를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질문은 권력을 투명하게 만들고,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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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기자회견실 정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실 정비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당사자인 기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제, 백브링(백스테이지 브리핑)은 없어지는 건가?" 하며 반기는 이도 있는 반면, "질문하는 기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지 않느?"라며 우려를 제기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방침은 대통령실에서 밝혔듯 '공공의 눈'으로 질문을 검증받는 구조로 기자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투명성을 높이고, 질문다운 질문, 권력을 감시하며 한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을 받기 위함이다. 그 모든 판단은 그 어떤 권력이 아닌, 국민이 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 카메라 설치로 기자들이 진정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득이 더 클 수 있다.
정치인의 말과 행위가 진실인지 허위인지 검증하는 것도 질문을 통해서다. "그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책임은 누가 집니까?", "그 정책으로 소외되는 사람은 없습니까?" 이런 질문들이 없다면, 발표는 발표로 끝날 뿐, 진실은 여전히 가려진 채 남는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이런 류의 질문하는 기자를 볼 수 없었다. 불편한 질문을 삼가려 하고, 권력의 부정한 행태에 묻지 않았다. 기자들의 침묵은 정부에 편의를 제공했다. 결국 권력을 견제하지 못했다. 이들의 침묵은, 정보를 독점한 권력의 편에 섰음을 의미한다.
언론 개혁에 불을 붙인 것도 바로 기자들 자신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압수 수색 당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집에 식사를 배달한 중국요리 배달기사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어 경박한 웃음 속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했나요?", "몇 그릇 시켰어요?", "찌개류를 먹었나요? 아니면 짜장면? 짬뽕?"이라 질문하는 한심한 모습이 카메라 집중되지 않았나. 이런 질문을 지켜본 본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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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1%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대상 47개국 가운데 38위에 그친 수치다. |
| ⓒ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언론진흥재단 |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문화방송(MBC)로 전체 응답자의 57%로부터 신뢰를 받았으며, 불신 응답은 22%에 그쳤다. 이어 YTN(56%), JTBC(55%), SBS(54%), KBS(51%) 순으로 방송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신문보다는 방송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불신 응답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신뢰도는 34%에 그쳤다. 이는 2023년 조사 결과와도 유사했다. 당시에도 MBC가 신뢰도 1위(58%), <조선일보>가 불신도 1위(40%)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한겨레>는 신뢰도 39%로 전체 매체 중 9위였으며, 불신도는 28%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단지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는다.
언론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 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모든 지표에서 언론의 부정적인 인식과 행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기회에 일하는 기자, 제대로 질문하는 기자,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로서의 기자의 역량을 스스로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국민은 정권의 실정만큼이나, 그것을 묻지 않는 기자들을 외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통령실 카메라 추가 설치는 오히려 국민에게 잃었던 신뢰를 되찾는 첩경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일 국무 회의로 야근을 감수하며 국정 운영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 과정을 국민에게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일하는 정부', '국민에게 신뢰 받는 정부'로서 인정 받으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 그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곳곳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저 월급 받는 직장인이 아닌, 공익의 대리자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은 여전히 기자들에게 묻고 있다. "기자는, 권력에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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