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恭己正南面而已(공기정남면이이)
2025. 6. 12. 00:12

“하는 일이 없이 세상을 다스린 사람은 순임금일 것이다. 단지 몸을 공손히 하여 남쪽으로 얼굴을 향했을 뿐, 달리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제자리에 바르게 앉아있는 것만으로 천하를 다스린 순임금의 성덕에 대한 공자의 찬사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하지 않음’의 철학을 중시했다. 도가들의 ‘무위지치(無爲之治·함이 없는 다스림)’, 유가들의 ‘천인합일(天人合一·하늘과 사람이 한 몸)’은 다 인위적 작위를 피하여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자 한 철학이다. 순임금 당시 백성들은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며,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갈이하여 밥 먹으면 제왕의 위력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백성들이 제왕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한 채 평화롭게 산 것이다. 하늘과 같은 인품을 갖춘 제왕일 때 백성들은 이처럼 스스로 평화롭게 산다.
대통령이 말썽을 안 부리면 국민이 거리에서 외칠 일이 없고, 규제를 철폐하면 사회는 오히려 효율성이 높아지리라. 국민이 대통령을 염려하느라 잠을 설치고, 공무원 편의로 인한 규제 때문에 나라가 멍드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순임금이 행한 ‘함이 없는 다스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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