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주된 이용자는 근로자, 이용자 60%가 30대 이하 남성
[김미선 기자]
"30일도 안 되어, 사채 돌려막기로 순식간에 1천만 원, 이자율도 8000%에 육박!"
윤석열 탄핵 심판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웠던 지난 3월 5일,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불불센터 (불법사금융/불법추심)를 출범하였고 이후 3개월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와 상담 신청을 받았다. 그 3개월간 불불센터는 말 그대로 전화와 홈페이지가 불난 것처럼 뜨거웠다. 평년에 사채를 이용한 피해자의 상담 신청 전화는 연간 50여 명도 안 되는데 비해, 3개월간 약 10배 가까운 사채 이용자의 피해 신고가 빗발쳤다. 전화는 전국 각지에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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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불센터 출범 기자회견_250305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지난 3월 5일 불불센터 출범식을 갖고 3개월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접수를 받았다. |
| ⓒ 참여연대/금융소비자연대회의 |
첫째는 주된 연령층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일상화와 비대면 온라인 가상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은 금융 이용 실태도 변했다. 불법이라는 명칭이 붙은 각종 금융범죄 피해자가 노인층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피해자는 젊은 층이 가장 높다. 불불센터 운영 보고서에서도 사채 피해 및 이용자 중 30대 이하가 전체 피해자의 60%에 이른다. 3명 중 2명이 30대 이하다. 10대도 3명이나 된다. 성비는 더욱 편향되어 남성이 여성의 4배에 이른다.
둘째는 근로 유무와 직업 형태다. 사채를 쓰는 이들이 밤에 근무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편견은 여기서도 깨진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80%는 개인사업, 정규직 근로자 혹은 프리랜서 직군이 대부분이다. 학생 혹은 주부나 실직자라든가 기초수급자 비율은 20%도 안 된다. 하물며 공무원도 있다. 사업 분야도 전통시장 상인이 아닌 평범한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셋째, 이용한 사채 금액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불예대출이라고 해서 불법사금융피해예방대출이라는 명목으로 100만 원을 신용점수 하위 20%인 이들을 대상으로 긴급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불불센터 운영을 한 결과 불법 사채 이용 금액은 평균 1100만 원이다. 최초 빌린 금액이 100만 원이지만 7일도 안 되는 기간에 연장 비용이라는 명목과 고리 이자 용도로 150만 원을 상환해야 하다보니 한 달도 안 되어 1천만 원에 가까운 사채 원금이 쌓여간다. 원래 목적인 사업 운영자금 혹은 생활비로 사용한 돈은 결국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불예대출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사채 문제를 먼저 해결한 후 불예대출을 받아서 사용하도록 구조해야 한다. 그러나 선후가 뒤바뀐 채 불예대출 100만 원은 결국 사채업자의 불법 계좌로 입금되어 눈녹듯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사채를 이용한 배경이다. 99%가 생활비 부족이다. 금융권 채무를 보유한 이들이 84%에 이르며 평균 3천만 원 이하의 빚을 보유하고 있다. 5천만 원에서 1억 원의 금융권 채무를 보유한 이들도 15%에 달한다. 결국 사채를 이용하는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파고를 본인의 소득이나 경제 활동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더불어 보유한 금융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이제는 사채까지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자율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최고 이자율은 20%이며, 사인 간 거래에서 최소 6%는 법으로 보장한다. 이자율은 1년 단위다. 사채 이자율은 "1일"이 기준이다. 때로 1시간을 연장해 준다며 돈을 요구한다. 시간이 돈인 셈이다. 이렇게 계산된 이자는 매우 복잡하지만 이자금액에 대해 365일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원금을 사용한 날짜로 나눠 보는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비현실적인 숫자들이 엑셀 양식에서 넘실댄다. 때로 몇 십만 단위의 숫자도 있다. 피해자가 이용한 사채 이자율 사이에 편차가 너무 커서 정규 분포를 따르지도 않는다. 숫자로서의 이자율은 무의미하다. 오늘 100만 원 빌렸다면 일주일 후에 15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 어떤 사업자는 거의 매일 20만 원씩 상환하기도 했다. 사채를 빌린 이들의 평균 소득은 220만 원 수준이다. 한 달 일해 200만 원 남짓 버는 이가 일주일 만에 급여의 70%에 달하는 돈을 무슨 수로 마련할 수 있을까? 애초에 불가능한 '오징어 게임'에 들어간 셈이다.
사채 이용 경로는 당연히 비대면 온라인 검색에서 출발한다. SNS 계정은 이미 불법 사채뿐 아니라 각종 불법이 판을 치는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국내 계정에서 외국 계정으로 넘어가고 있다. 사채업자를 검거하고 처벌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감독원이나 경찰 그리고 사법 시스템에서 자꾸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상담사이자 활동가로서 불법 사채를 본 현실은 간단했다. 사채는 협상도 조정 대상도 아니다. 불법이다. 법률과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금융 거래가 아니다. 지인의 연락처를 볼모로 생활고에 쫓긴 이들이 벼랑 끝에서 마지못해 선택하는 독배다. 이들은 시민단체와 같은 연성 권력이 아닌 국가의 공권력이 관리하고 처벌해야 한다. 소수가 일탈에 의해 사용한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롤링주빌리와 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도 활용됩니다. 주빌리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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