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37) 말러의 교향곡 1번, 타이탄(Titan)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면 본인의 기호도에 따라 작곡가나 곡의 종류가 완연히 구분되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지어는 어느 시간대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악은 아마도 모차르트의 곡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기호도와는 별개로 일반인이나 심지어는 클래식 애호가들도 쉽게 접근하기 꺼려하는 곡들이 있다. 아마 말러의 교향곡들이 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평은 우선 '너무 어렵다, 난해하다'이다. 사실 들어보면 그다지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 귀에 익숙한 음률도 많고 심지어는 교향곡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는 베니스의 죽음이라는 영화의 OST로 쓰인 적도 있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음에서 느껴지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듬뿍 담겨있는 악장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우선은 전체적인 길이에서 오는 압박감일 것이다. 물론 1번의 경우는 오십여분 되지만 비교적 그의 교향곡은 길다. 그리고 웅대하다. 심지어 교향곡8번은 제목부터가 천인교향곡이다. 천 사람의 인원을 필요로 하는 곡이라는 말이다.
필자 역시 일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라 오랫동안 덥썩 말러의 교향곡을 내것으로 만들어 듣지 못했다. 부분적으로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들었고 1번, 4번, 5번 등 그래도 조금 듣기 편한 위주의 곡들만 들었던게 사실이다. 십 여년 전(2011년도)말러의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CD를 구입하면서 말러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CD에는 그의 교향곡 9개가 수록되어 있었고 한 곡씩 수십번을 들으면서 왜 말러리즘이란 단어가 탄생했는지 왜 말러리안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는지 알게 되었고 필자 역시 말러리안이 되어감을 느꼈다. 그만큼 매력적인 곡들이다.
그의 곡들에 나타난 종교적 색채나 삶과 죽음, 어둠과 밝음, 천박함과 경건함 등 상반되는 이미지는 그의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선술집 자식으로 태어나 15형제 중 9명이 죽었을 때 남은 자로서의 죄의식, 그리고 이를 넘어서 맞는 부채감 등은 견디기 어려운 그의 평생 과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말러는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음악 속에 융해시킨다. 바로 이 부분이 그 만이 갖는 비범성이다. 현재, 클래식 음악 중 교향곡 편에서는 베토벤이나 브람스와 거의 쌍벽을 이루는 입지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작곡다. 그의 많은 명언 중,"나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아 사람이었고,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었으며, 미국에서는 유럽인이었고, 세계에서는 유대인이었다." 이라는 글은 그가 어느 곳을 가도 이 땅에서는 이방인으로 살았음이 증명된다.
그의 나이 28세때 작곡해 이듬해 그의 지휘로 초연한 교향곡1번은 말러의 생전에는 환영받지 못했던 곡이다. 두번째 공연시 말러 자신이 붙인 제목 거인(Titan)은 그가 장 폴 리히터의 장편소설 '타이탄'에서 감명을 받고 지은 제목이다. 청춘의 한 때를 말해주는 1악장은 밝고 부드러운 목관이 인상적이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음률,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이 나온다. 아마 동생의 죽음 후 동생을 향해 깨어나라고 울부짖는 비탄의 소리일 것이다. 이 음률은 후에 3악장에서도 슬픈 음률로 반복되어 흐른다. 이어서 나오는 2악장은 춤곡으로 왈츠풍의 음률이 흐른다. 그런데 3악장으로 오면 부제처럼(장송곡풍으로)허무가 진하게 깃든 보헤미안 음률이 처연하게 흐른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그동안의 열정과 진수를 모두 다 발산하듯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악장이다. 아마 초연시 마지막 악장을 듣고 많은 관객들이 '정신 나갔다'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기독교사상에 심취되 카톨릭으로 개종하고 후에는 신비사상을 접했던 말러는 그가 겪었던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해 고뇌와 허무, 사랑과 실연 등의 염세관이 깊이 박혀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듣는 이로 하여금 그의 음악은 고통 속에서도 환희와 구원의 메세지를 ,던져 주는 걸 보면 말러는 천재음악가임에 틀림없다. 교향곡 1번의 '거인'에 대해 단지 소설에서 따온 제목 외에도 훗날 많은 비평가들이 왈가왈부한 평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수긍할 만한 평은 그가 평생 흠모하고 따르기를 바랐던 베토벤이 아니었을까 한다. 동시에 그 역시 거인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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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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