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자유 의지? ‘500억 담배 소송’, 누구에게 책임 있나 [의사들 생각은…]
12년째 이어온 500억원대 ‘담배 소송’ 2심 판결이 조만간 내려질 전망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533억원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입니다. 2020년 내려진 1심 판결에서는 원고인 건보공단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에서 건보공단의 소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10일, 대한노인회가 담배 소송에서 건보공단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앞서 여러 보건의료 관련 학회 및 시민단체들이 건보공단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폐암은 물론 흡연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 개개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의사 1000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의사 10명 중 8명 “흡연은 폐암 주요 원인”
소송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입니다.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과거 국내 법원 판례에서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더라도 소송 당사자에 적용할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모두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즉, 개인이 폐암에 걸린 원인을 흡연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의사 1000명에게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냐’고 물었더니 80% 이상이 “동의한다”고 응답했습니다. 55.9%(559명)가 ‘매우 동의’, 29.5%(295명)가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3.4%(동의하지 않음 2.3%, 전혀 동의하지 않음 1.1%)에 그쳤고 ‘보통’이라 응답한 비율은 11.2%였습니다.
‘흡연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면 담배회사에 법적 책임이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그 결과, 64.5%(매우 그렇다 34.0%, 그렇다 30.5%)가 “담배회사의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다만 22.4%는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그렇지 않다’ 9.1%, ‘전혀 그렇지 않다’ 4.0% 등 담배회사의 책임이 없다는 응답 비율도 적지 않았습니다.
◇흡연이 자유 의지? 마약도 자유 의지인가…
의사들의 진솔한 의견을 듣기 위해 ‘흡연은 자유 의지’라는 담배 업계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관식 답변도 받아봤습니다. 대다수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담배를 처음 피우는 건 자유 의지지만 흡연을 지속하는 것과 금연하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니코틴이 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흡연이 자유 의지라는 논리가 마약에도 그대로 적용되느냐”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반면, 담배회사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는 의견도 제법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담배 회사가 유해성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제공했다면 흡연은 자유 의지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의사 1000명에게 ‘담배 회사가 소비자에게 충분한 건강 위험 정보를 제공했냐’고 물었습니다. 그 결과, 28.8%가 ‘그렇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보통’(28.3%), ‘매우 그렇다’(23.1%), ‘그렇지 않다’(14.9%), ‘전혀 그렇지 않다’(4.9%) 순이었습니다. 담배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광고 및 판촉이 제한되고 담배갑에는 경고 그림과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사 60% “소송 주체로 건보공단이 타당”
소송의 두 번째 주요 쟁점은 원고의 자격입니다. 담배 회사들은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습니다. 흡연으로 암에 걸린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순 있어도,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험 급여를 지출해도 건보공단의 직접적인 손해는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와 달리 건보공단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보험 급여 비용을 지급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담배 회사가 담배를 판매한 결과, 폐암 환자들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보험 급여를 지출했는데 손해(진료비)를 회복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된다는 주장입니다.
의사 1000명에게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긍정적인 의견’이 61%(매우 타당 34.4%, 타당 26.6%)로 주를 이뤘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은 12.2%(타당하지 않다 8.0%, 전혀 타당하지 않다 4.2%)로 나타났습니다. 26.8%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한편, ‘건보공단이 승소한다면 배상금은 어디에 쓰는 게 좋은지’ 주관식 답변을 받아봤습니다. “폐암 신약 급여 확대”, “조기 검진 지원 등 폐질환 치료 인프라를 확대”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금연 사업을 확대”하거나 “흡연 부스를 설치해 간접흡연 등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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