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어디갔어?’ 신제품 없이 OS 디자인만 바꾼 애플

‘눈에 띄는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현실이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연례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이야기다. 애플은 12년 만에 운영체제(OS) 디자인을 개편하고 일부 인공지능(AI) 기능을 공개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하드웨어 신제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자체 AI 비서 ‘시리(Siri)’의 개인화 기능 출시도 미뤄지면서, 애플의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날 WWDC 기조연설에서 애플이 공개한 가장 큰 변화는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를 앞세운 OS 디자인 개편이다. ‘유리’라는 이름처럼 반투명한 시각적 디자인을 활용해 아이콘과 화면 요소에 입체감을 살렸다. 여기에 발신자 정보를 인식해 스팸 전화를 차단하는 ‘전화 스크리닝’이나 실시간 통역 등 소소한 AI 기능도 새로 내놨다.
맥 빠진 WWDC에 애플 주가 하락

이번에 하드웨어 발표가 빠진 배경엔 애플의 AI 전환이 기대만큼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애플은 자체 생성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기능 완성도와 실용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올해 공개가 예고됐던 시리의 개인화 기능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이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과대광고를 이유로 집단 소송이 제기된 점도 애플이 신제품 공개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보인다. 실망감을 반영한 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 떨어진 201.45달러를 기록했다.
생성 AI 내세운 빅테크, 애플에 도전장
애플이 주춤거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앞다퉈 AI 기술과 하드웨어의 결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생성 AI 모델 ‘제미나이’를 앞세워 검색 기능을 전면 개편했고, AI 기반 스마트 안경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오픈AI는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함께 새로운 AI 기기 개발에 착수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애플이 빅테크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애플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다음 큰 시장이던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과 더불어 미·중 갈등에 따른 관세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쳤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20% 가까이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75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총 세계 1위였던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이날 WWDC 기조연설과 관련해 “지난해 실수(예고했던 개인화된 시리 기능 출시 지연)를 의식해 보수적인 전략을 택했지만, 올해는 AI 전략에서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선 현재 협력하고 있는 챗GPT 외에 다른 외부 업체들과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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