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돌아온다? 이재명 정부 '4대강 분열의 정치' 단절해야
[김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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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 ⓒ 김병기 |
과거 이야기를 들추는 이유가 있다. 4대강에 이념을 들씌웠던 자들이 이번에도 4대강 재자연화를 환경 제1공약으로 삼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재자연화를 공약하고도 이명박이 짜놓은 이념의 정치 프레임에 걸려들어 결실을 맺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 그 전철을 이재명 정부가 되풀이한다면 4대강에 상식의 귀환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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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5월 29일 자(인터넷판) 사설 |
| ⓒ 조선일보 |
"李 4대강 보 전면 개방, '문재인'이 돌아온다니"
<조선>은 "과학적 근거 없이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키운 4대강 보 해체와 전면 개방을 재추진하는 것은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철 지난 진영 논리와 이념에 갇혀선 안 된다,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짐짓 훈계까지 했다. 하지만 정권에 부역하면서 4대강을 철 지난 진영 논리로 가뒀던 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조선>이 포문을 열자 국민의힘이 받았다. 다음 날인 30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박성훈 대변인은 "'4대강 보 해체' 재탕 선언한 이재명 후보, 이념적 집착의 끝은 국가 재앙, 국민 불행일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보다 과학을, 정쟁보다 국민을 중심에 두고,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물관리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화>는 '스크루 박'을 내세웠다. 운하를 만들어 녹조가 생기면 배를 띄워서 없애면 된다고 주장해서 일명 '스크루 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칼럼이다. <중앙>은 6월 1일 자(인터넷판) "李 '4대강 보 개방' 金 '보 활용'…1300억 세종보 무용지물 되나" 제하의 기사에서 "세종보도 다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4대강 재자연화' 공약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낙동강 권역인 TK·PK 지역의 '봉기'를 추동한 이들의 행태. 하나같이 과학의 탈을 쓰고 나타났지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4대강재자연화를 '이념 정책'이라고 몰아세우는 선동꾼 같았다. 그런데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이 찬양하는 4대강 사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조차 '세계 10대 애물단지'(2017년) 로 꼽았던 토목사업이었다.
[검증은 끝났다] 이념을 내세워 과학을 부정한 보수언론과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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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4월 8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 |
| ⓒ 국토부 |
국토부는 또 "댐은 상류의 맑은 물을 모아 공급하는 반면 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으로 활용 곤란(하다)"면서 "중하류는 대도시, 공단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적었다. 16년 전, '이명박 국토부'의 우려는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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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수에 수문을 최대로 열어놓은 공주보 2020년 큰 비가 불어 수문을 다 열어놓은 공주보 |
| ⓒ 김종술 |
2018년 7월, 감사원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은 4대강 사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연간 전국 생활·공업·농업용수 부족량 4억2100㎥의 4%에 해당하는 1700㎥ 정도만 해소(2020년 기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감사원과 함께 2013년을 기준으로 향후 50년 동안 4대강사업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했던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총비용이 31조 원에 달하지만, 홍수 피해 예방 효과는 '0원', 가뭄 예방 등 이수에 따른 편익은 1조 486억 원(4%)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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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마스터플랜'을 참고해 만든 도표 |
| ⓒ 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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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
| ⓒ 국무조정실 |
결국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18일, "완전 개방 보를 중심으로 물흐름 개선, 녹조 감소, 멸종위기 야생생물 재출현, 수생태 건강성 향상 등 자연성 회복을 확인했다"는 모니터링 자료를 공개하면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공주보의 부분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 개방이 그 내용이었다.
[실패한 정책?] 4년여의 '과학 검증', 단 15일 만에 뒤집어
수문개방 모니터링을 시작한 뒤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전문가 합동회의, 수계별 연구진 회의 등 총 40여 차례의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의 결과였는데, 그 과정은 너무 지난했다. 환경단체들은 보 해체를 결정하고도, 여론 눈치 때문에 시한조차 정하지 못한 미완의 결정이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과학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4대강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기 전에 그간 지난했던 과정에서 밝혀진 과학적 진실을 뒤집을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7월 24일, 감사원의 4대강사업에 대한 5차 감사 결과 발표를 빌미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폐기했다.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단 두 번의 회의를 통해, 그것도 15일 만에 취소했다.
4대강재자연화 정책이 추진되고 폐기된 지난 8년여의 과정을 살펴보면 누가 과학적 결정을 한 것인지 명백하다. 하지만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지금도 내란을 일으켜 탄핵된 윤 정부가 수행한 폭력적인 물 정책 집행을 과학적인 검증 과정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를 내세워 이재명 대통령의 환경 제1 공약을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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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7월 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사업 감사 결과 중 발췌 |
| ⓒ 감사원 |
① 앞으로 4대강 보 해체와 같이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주의)
②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통보)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보강하라는 주문이 골자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4대강재자연화 정책을 '이념 정책'으로 규정하고, 폐기처분했다. 환경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결정을 '물 내란 사건' '물 쿠데타'로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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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캠프 ‘잘사니즘 환경생태위원회’가 발표한 8대 환경공약 |
| ⓒ 이재명캠프 |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 "정치는 국민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대강 망령'을 부활시킨 윤석열 정권의 금강 세종보 재가동 계획을 막으려고 400일 넘게 천막을 치고 버티고 있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이들의 저항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정치이다. 낙동강의 녹조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산가리 6600배의 독소가 주민들의 콧속에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내팽개친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해왔던 낙동강네트워크 등의 환경단체. 이들이 바로 과학에 기반한 국민 통합의 정치를 해왔다.
이제 새 시대가 열렸다. 아직도 철지난 이념에 골몰하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의 부당한 공격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4대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마친 뒤에도 미완의 결정으로 급격한 반동을 불러왔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도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4대강재자연화를 환경 영역의 국정 과제로 채택하고, 집권 초기에 정면돌파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의 정치를 회복해 강의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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