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이 여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

2025. 6. 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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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궁금한 일이 생기면 인공지능(AI) 챗봇에 먼저 물어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AI가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전환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제 신문 기사나 블로그 글을 직접 읽는 대신 AI가 요약한 내용을 훑어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 분야로의 확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챗GPT에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운동할 때 쓰기 좋은 무선 이어폰 중 가성비 좋은 제품은?”이라 물으면, AI가 제품 설명이나 후기 정보를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

「 미래 웹사이트 주 방문자는 AI
검색창·광고란 모두 사라질 것
AI 기반의 인터넷 생태계 전환
산업 도약의 새 기회로 삼아야

앞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일이 더 흔해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AI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굳이 방문해야 할까? 차라리 AI를 위한 웹사이트를 따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마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 사람을 위한 대문과 별도로, 반려동물을 위한 쪽문을 따로 두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AI를 위한 새로운 웹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AI 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콘텐트 제공자가 AI가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내용을 제공하는 방법을 정해 놓은 규칙이다. 이를 활용하면 AI는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받아와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AI가 단순히 정보를 받아와 요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당 예약이나 제품 주문과 같은 기능 실행과도 연계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머지않아 웹사이트의 주요 방문자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AI는 메뉴를 클릭하지도 않고, 스크롤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용자의 지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정해진 형식으로 불러올 뿐이다. 인간을 위한 검색 엔진도 필요 없고, 시선을 끌기 위한 화려한 인터페이스도 무의미하다. 웹페이지 한켠을 늘 채우던 광고란을 바라볼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다만, 여전히 적지 않은 기술적·상업적 난제가 남아 있다. AI가 콘텐트를 제공받더라도,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요약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콘텐트 제공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기존의 광고 모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수익화 방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이미 그 방향으로 진화해 나아가고 있다. 10년 뒤 AI가 활보하는 인터넷 공간은 지금의 웹 환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웹 환경의 중대한 변화는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누구나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의 인터넷 대기업들은 그 흐름을 제대로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탄생한 셈이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더 작고 편리한 화면에 맞춘,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흐름 속에서 웹툰이 부상하고, 유튜브의 시대가 열렸다.

머지않아 모든 기업이 자사의 웹사이트를 재편하는 때가 올 것이다. AI가 주요 방문자가 되는 새로운 웹 생태계의 도래에 발맞춰서 말이다. 미래 웹 서비스는 AI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콘텐트를 제공하고, AI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이 10년 후 새로운 승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디지털 전환에서 빠르게 적응해왔다. 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확산은 모두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결정적 전환점이 되어 왔다. 이제는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보 이용 생태계를 선도할 차례다.

새로운 정부가 이 변화를 이끌 중심축이 될 필요도 있다.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기반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껏 한국은 세계적인 전자정부 구축의 모범 국가로 손꼽혀 왔다. 행정을 디지털화하고, 모바일 기반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디지털 전환의 길을 열어왔다. 앞으로 도래하는 AI 기반 웹 생태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수용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이제껏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하고 적응하려는 적극적 모습을 보여 왔다.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국민이 이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상력과 활력을 불어넣는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한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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