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길 바란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25. 6. 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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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현재와 미래 국민의 안전과 평화, 인간존엄과 상생을 위한 법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지난 2024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지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민주화 이후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을 윤석열이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헌법기관을 침탈하는 내란을 일으켰고 국민들은 이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겨울부터 봄을 지나 윤석열 탄핵, 파면을 거쳐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내란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끝내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87년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대통령직선제로 상징되는 형식적인 민주화를 쟁취했지만 이후 군부독재를 승계한 수구보수 정당 및 권력기구와 재벌대기업 등 기득권 지배집단은 이익을 독과점하는 한편 대다수 민중들은 배제되고 억압되는 착취구조가 타파되지 않은 채 온존, 심화하여 온 것이 이번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제 6.3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 실로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배엘리트 정치인들과 관료들, 재벌대기업 자본, 수구보수 언론 등 기득권 세력들이 야합하여 만들어온 억압과 착취, 차별과 배제의 세월을 끝내고 상생과 협력, 연대와 평화의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향후 몇 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비록 민주노동당이 0.98%의 득표율에 그쳤지만-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이 그 동안 우리사회의 걸림돌이었던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선 후 새 정부 들어서 곧바로 3대 특검이 통과되고, 수많은 입법안들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기는 하나, 현재의 핵심 쟁점인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위한 성공 조건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과 군경을 동원한 내란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내란척결을 엄중히 수행하길 바란다. 반민특위가 반대세력에 의하여 저지되고 우리 역사는 수많은 굴곡을 겪으면서 엄청난 희생을 치러 오늘에 이르렀다. 더 이상 암울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에야 말로 타협 없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통하여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확고히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부정불의한 국가권력의 유지수단으로 전락하였던 검찰과 법원, 군, 경, 관료 등 권력기구의 개혁을 완성하여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 12.3 친위쿠데타에 동원된 검찰과 법원, 군경, 관료들에 진상조사와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되며 권력기구를 대폭 개편하되 민주적 통제장치를 강화하고 국민의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

셋째, 사회대개혁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서 경제민주화에 본격 착수하길 바란다.
민주당의 주된 개혁법안으로 주식시장활성화를 위한 상법개정을 앞두고 있다고는 하나 이 정도 수준의 개혁법안으로는 경제민주화의 과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등의 단순한 상법개정에만 그치지 말고, 재벌 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착취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나아가 최소한 노동자대표를 이사회에 참여하게 하고 노동자와 회사가 이익을 적절히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법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그동안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각종 특혜를 부여하여 재벌 대기업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노동자들의 노고에 보답하여 서로 나누는 상생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와 도시빈민, 농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상생방안과 지원정책을 기획, 실천하길 바란다.

넷째,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시장 약자에게도 인간존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어디에도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데 없는 이들이 부당해고에 저항하여 굴뚝에 올라 농성하는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시스템을 보완하여 사회보장구조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들도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에 동조해서는 안된다. 이는 정당하지 않으며 부도덕한 일이기까지 하다.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 비임금 노동자의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노동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로 위장되는 노동자 오분류 문제는 노동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자 규칙을 어긴 사업주가 부당한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 행위이기 때문에 조속히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들이 위험업무의 외주화의 희생이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런 위험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누구라도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여서는 안되며 노동자가 회사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부품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고 원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노란봉투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다섯째, 차별과 배제, 혐오와 억압을 부추기는 사회적, 법적 제도를 혁파하고 평등과 연대, 협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장애인과 여성, 노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법제도를 구축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대학을 서열화하는 대학교육을 철폐하고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경쟁과 배제의 교육을 지양하여 연대와 협력을 위한 교육제도로 전면 개편하여야 한다. 더이상 학벌과 경쟁이 아니라 공존과 연대,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여섯째, 지역소멸위기에 처해있는 지방을 살리는 근본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밀집을 조장하는 인프라 확장과 국가재정 투입 정책을 중단하고 인구의 지역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국가재정투입을 대폭 확대하길 바란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현재의 국토정책으로는 지역의 인구소멸,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 인구정책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에 일대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만 한다.

일곱째,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등 정치제도를 개혁하여야 한다.
현재의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는 매우 제한적이며 국민들의 의사를 다양하게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다. 정당법을 개정하여 지역정당제도를 도입하고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혁파하여야 한다. 또한 거대 양당의 권력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국민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대폭 개정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 진보세력들이 제도정치권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마련하여야 한다.

여덟째, 과학기술과 기후변화 등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여야 한다. 다가올 미래사회에서 AI와 로봇에 의한 대량해고에 대응하는 사회보장, 복지시스템 등 사회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여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환경문제, 생태위기를 현행 자본주의체제 안에서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재정투입과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자본주의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아홉째, 재난과 전쟁으로부터 안전과 평화를 확보해야 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법제도를 완비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급작스런 재난으로부터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희생에 대해서는 보상체계가 법적,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평화를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 미·일·중·러 4강체제의 역학구도 하에서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방책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과 함께 영구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민주시민이 함께 지켜내고 발전시켜내는 것이다. 독일에서 68혁명 이후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에 기초하여, 주입식 교육금지, 논쟁적 쟁점에 대한 논쟁적 교육 실시, 자율적으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 배양 등 기본원칙을 지키고 있는 교육현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주시민교육은 극우, 파시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과 봄, 시민들은 광장에서 싸우고 외쳤다.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번에야말로 반영되고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저항하여 외쳤던 촛불의 목소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반영되지도, 실현되지도 않았던 것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한 원인이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대선에서 소년공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훌륭한 신화가 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출신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여 세상이 쉽게 바뀔 만큼 세상의 기득권층이 그들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기대가 실현되는 것을, 그런 것을 역사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사회개혁 정책들에 대하여 진보적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가 크다. 대선 후보 스스로가 보수 실용주의노선을 취한다고 선언한 점에서도 그러하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번 대선은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한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적당한 타협과 소통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전과 평화, 인간 상호 간의 존중과 존엄이 보장되는 상생할 수 있는 경제구조와 사회, 문화구조, 법제도가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이것은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는 것이다. 임기 내에 반드시 법제도화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겨울에서 봄까지 이어진 그 긴 시간을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 싸웠다.
광화문 광장의 시민들, 남태령의 키세스 시민들, 전국의 광장에서 싸운 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게 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선의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내란세력 척결의 연장선상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들의 공동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민주시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타협과 방해책동에 대해서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부디 우리 사회가 차별과 배제, 혐오를 넘어, 인간소외가 없는 인간존엄, 상생과 협력, 연대와 평화의 대동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2025년 6월 7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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