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1분간 묵념하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아시나요?
[장소영 기자]
11월 11일 오전 11시 1분간의 묵념.
헌화와 묵념은 일반적으로 앞에 있는 기념탑이나 깃발에 하지만, 이날만큼은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참전 용사와 관계자들이 한 지점을 향해 일제히 돌아선다.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 대한민국의 부산을 향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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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기와 각국의 기 기념공원내 함께 걸린 각국기와 유엔기 |
| ⓒ 장소영 |
이번 방문은 삼대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자는 올케의 제안 덕에 이뤄졌다. 덕분에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 동생 부부와 초등학생 두 조카, 재미 교포인 나와 딸이 천천히 묘원을 돌아보며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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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은트 수로 호주 전사자 도은트를 기념하는 수로로, 유엔묘역 내 최연소 안장자이다. |
| ⓒ 장소영 |
어린 조카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끌었던 것은 '도은트 수로(Daunt Waterway)'였다. 물고기(비단잉어)가 노는 긴 물길 정도로 생각하고 뛰어갔다가 수로 입구의 안내판을 읽은 조카가 조금 놀랐던가 보다. 아마 한번도 군인들의 나이를 생각해 보지는 못했을 듯싶다.
호주 출신의 용사 도은트(J.P. DAUNT, 1951년 11월 6일 전사)는 유엔 기념 공원의 최연소 안장자이다. 그의 희생을 기념하며 조성된 수로 주변에는 그의 조국 호주 참전용사협회의 기부금으로 제작된 벤치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벤치에 앉아 수로 너머의 묘역을 잠시 바라보았다. 묘지가 완공되기 전까지 전사자들의 유해는 전국 각지에 가매장 되어 있었다고 한다. 언어와 문화, 종교, 지역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건너와 이 땅에서 함께 싸우고 이 땅에서 함께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용사들. 유엔묘지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함이다.
수로의 위편에는 각국의 참전 기념비와 묘역이, 아래쪽은 기념 시설물들이 설치된 녹지 공원이 있다. 내가 가장 둘러보고 싶었던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도 녹지 공원 초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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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참전 기념 공원과 추모비 워싱턴 D.C. 소재. 추모객들은 추모비를 따라 땅 아래로 걸어내려갔다가 다시 걸어올라오게 된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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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 참전용사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추모비위로 참전 용사들을 형상화한 동상과 참배객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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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기념공원내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 처음 받은 인상은 하늘, 땅, 바다에서 용감히 싸운 전몰장병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기리는 듯 했다. 16개국의 실종자와 전사자 명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
| ⓒ 장소영 |
하늘색 벽을 끼고 문처럼 생긴 입구에 들어섰다. 이어진 길을 따라 추모명비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며 실종자를 포함한 4만 896명의 16개국 전사자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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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 부산 대연동소재 유엔기념공원 내 추모명비. 딸은 이름조차 읽기 쉽지 않은 여러 나라의 장병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싸운 일이 기적같다고 한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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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전몰장병 추모명비를 따라 16개국 용사들의 이름을 따라 추모명비를 한 바퀴 돌게 되어있다. 문 처럼 뚫린 입구와 출구를 드나드는데 용사들이 이어준 겨레의 시간을 드나는 듯해 기분이 묘했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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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명비 뉴욕 출신 용사들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는 알파벳 순으로 참전 16개국이 새겨져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역시 알파벳 순으로 각 주 출신의 용사 이름을 기록해 놓고 있다. 추모명비 거의 끝 부분에서야 뉴욕 출신 용사의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
| ⓒ 장소영 |
한국전 당시 미국은 약 180만 장병을 파병했지만 유엔묘지에는 40분만 안치되어 있다. 영국, 튀르키예, 캐나다, 호주 등 묘역 규모가 큰 국가에 비해 그렇지 못 한 미국을 보고 감흥이 없었던 큰조카는, 추모명비를 보고서야 미국의 파병 규모를 제대로 느낀 것 같았다. 미국 전사자의 안장 수가 적은 것은 미국의 전사자 송환 정책 때문이다.
추모명비는 미국의 주를 알파벳순으로 정리해 각 주 출신의 실종자와 전사자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 뉴욕주만 해도 다른 대규모 파병 국가의 전사자 수를 넘어선다. 큰 조카와 함께 뉴욕 출신 전사자와 실종자 몇 분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만져가며 읽어내려갔다. '뉴욕은 막 노는 곳인 줄 알았는데 좀 미안해진다'는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추모명비는 영어로 'Wall of Remembrance'라고 쓰여 있었다.
"워싱턴에서의 이름 벽과는 느낌이 좀 달라. 제대로 읽을 수조차 없는 (외국)이름이 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이 많은 분들이 한국에 온 것이) 기적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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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군위령탑 시설물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잘 관리되고 있었다. 팔순 아버지가 위령탑으로 걸어가시는 길, 안내판들을 꼼꼼하게 읽으시며 감사하고 계시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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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기념공원 내 위령탑 삼면에는 참전국의 파병규모와 전사자 수가 적힌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팔순 부모님은 어린 조카들과 함께 한 국가씩 읽으며 돌아보시고 감사하셨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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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참전병력 설명판 유엔군 위령탑에 소개된 미군 병력과 전사자 설명판. 3만 3870명의 전사자 대부분이 본국으로 송환되고 유엔묘역에는 40분이 영면해 계신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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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관 유엔기념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추모관이 먼저 보인다. 종교가 서로 다른 참전국의 정서를 고려했으며, 현재 유엔기념공원을 안내하는 영상과 추모시설로 사용 중이다. |
| ⓒ 장소영 |
대통령의 직접 방문이 중요한 이유
위령탑 주변에는 유엔 기념 공원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 방문 기념석들이 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여 식수하고, 기념식이나 제막식, 추모식에 참석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헌화와 문재인 대통령의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묵념 참여 소식은 매체를 통해 소개 된 적이 있었지만,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방문기념석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 민주당 대선후보 신분으로 지난 5월 방문하여 헌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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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대통령 방문 기념석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윤석렬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여 추모제나 기념식에 참석하였다. 기념석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이곳 묘역을 방문하는 국내외 방문객이 기념석을 통해 대한민국이 전하는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 ⓒ 장소영 |
"내가 얼마나 훌륭하게,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제발 말해줘.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제발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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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기념공원내 묘역 16개국의 용사들이 잠들어 있다. 각국의 추모비와 묘역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
| ⓒ 장소영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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