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여론조사 불신 논란과 한국 대선이 주는 교훈

박정길 2025. 6. 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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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여론조사" 주장과 실제 표본 설계의 차이

[박정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수)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서머 소와레(Summer Soiree)’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6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을 강하게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두 언론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각각 42%(뉴욕타임스), 39%(워싱턴포스트)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 표본이 민주당 지지자 위주로 구성됐다"며 결과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수년간 집요하게 공격해온 '더 페일링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컴포스트' 두 '신문'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조사 대상 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였다"며 "이 여론조사들은 그들의 기사처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는 2024년 트럼프 투표자를 37%만 포함했고, 워싱턴포스트는 34%였다"며 표본 설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여론조사는 투표하지 않은 응답자까지 포함해 표본을 구성하고, 이후 가중치 보정 등 통계적 방법을 적용해 대표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미국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전체 유권자 또는 성인 인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표본을 설계하며, 성별, 연령, 지역, 과거 투표 성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가중치와 통계적 보정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방식은 모집단 대표성을 확보하고 표본 편향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표준 절차이며, 한국의 선거·정치 여론조사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 표본이 민주당 지지자 위주로 구성됐다"고 주장한 것은 그의 정치적 해석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 장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표본이 특정 정당 지지층에 치우치지 않도록 설계한다. 트럼프의 주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일 뿐, 실제 표본 설계와 통계적 보정의 과학적 절차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한편, 6월 들어 발표된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conomist/YouGov, Morning Consult, Ipsos/Reuters 등 여러 기관의 6월 초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1~48% 사이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잘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조사 표본과 언론의 신뢰성을 거듭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언론, 여론조사 논란은 최근 끝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선거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4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1.15%로 2위를 차지했다. 선거 과정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집중적으로 보도됐으나, 일부 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차이를 보이면서 여론조사 신뢰성, 표본 구성, 조사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부각됐다.

특히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 수치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 되었고, 언론은 미세한 지지율 변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자극적으로 해석하는 보도를 반복했다. 이러한 흐름은 유권자 판단에 혼선을 주고,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을 읽는 참고 자료일 뿐, 절대적인 결정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여론조사 신뢰성, 언론 보도 윤리, 정치적 남용에 대한 경각심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시민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 표본 설계, 조사 방식, 질문의 객관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권 역시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해 후보 단일화나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뢰와 책임이 뒷받침되는 여론조사와 언론 보도가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임을 이번 논란이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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