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0억원짜리 숲이 도둑맞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장용창 2025. 6.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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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가득한 노자산 숲을 골프장으로... 국민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습니다

[장용창 기자]

▲ 노자산 골프장 (거제 남부관광단지) 예정지 거제 남부관광단지(노자산 골프장)가 들어서면 약 330만 제곱미터(약 백만 평)의 숲이 파괴됩니다.
ⓒ 장용창
2024년 1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제기한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 고시 무효 요구 소송(관련기사: 시민 1174명, 경남도 상대 '거제남부관광단지 무효소송'
https://omn.kr/2932x)에 대해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 고시는 무효다'라는 판결을 판사님이 내려야 하는 이유를 이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헌법 제122조에서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헌법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토 이용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정부는 모든 토지의 용도를 이미 정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토지의 용도에 따라 토지의 시장 가격이 형성됩니다.

이런 토지의 용도 중 임야(林野)는 도시로 개발되거나 농지로 경작되어서는 안되는 숲이나 풀밭을 말합니다. 경제적인 이용이 안 되기 때문에, 대체로 임야의 가격 수준은 다른 용도의 토지의 가격 수준보다 훨씬 더 낮습니다. 그래서 이런 임야라는 토지를 싸게 구입해서 그 용도를 관광단지로 변경할 경우, 그 토지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숲을 개발할 경우 그걸 매입해서 개발하는 건설회사는 큰돈을 벌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전국의 임야를 개발하지 않을까요? 전국의 모든 임야를 골프장이나 아파트 단지나 산업용지, 상업용지로 개발하면 개발업체가 엄청난 돈을 벌고 부자가 될 텐데, 왜 이런 개발을 못 하도록 법에서 금지해 두었을까요?

그 이유는, 임야라는 토지가 국민에게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맑은 공기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기후변화를 줄이고, 생물다양성과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것 등이 바로 숲이 주는 가치입니다. 임야, 즉, 숲이라는 토지가 국민에게 주는 혜택은 얼마나 클까요? 산림청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면적은 6,340,000ha이고, 1년 동안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는 260조 원입니다(산림청, 2023년 3월 29일 보도자료). 이걸 면적으로 나누면 1ha당 4100만 원입니다.

거제 남부관광단지에서 개발될 사업부지의 면적은 약 330만제곱미터(약 1백만 평)로서 ha로 환산하면 330ha입니다. 즉, 거제 남부관광단지로 사라질 수도 있는 약 330만제곱미터의 노자산 숲이 1년간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약 135억 원입니다. 즉, 노자산의 숲은 135억 원을 매년, 영원히 제공해 주는 겁니다.

투자학에서는 이자율을 이용해서 원금의 가치를 환산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연간 이자율이 2.75%(현재 기준금리)일 때, 매년 135억 원의 이자가 나오려면 원금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요? 정답은 약 4900억 원입니다. 즉, 노자산의 숲이 거제 남부관광단지 개발로 인해 사라질 때, 우리 국민들이 잃게 되는 재산의 가치가 4900억 원이라는 말씀입니다.

국민 전체가 누리던 경제적 이익이 개발업체로 이전될 뿐

물론, 골프장을 개발할 경우, 그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숲을 밀어버리고 그 대신 골프장을 지으면 그 개발업자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까요? 레저신문 2020년 7월 21일 자 기사에 따르면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와 비슷한 규모인 27홀 골프장을 지을 경우, 건설비(인허가비, 토지구입비 등 포함)는 약 1,200억 원인데 반해, 시장 가격은 약 2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27홀 골프장 허가를 받아 공사를 완공하기만 하면 순수하게 8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개발업체가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800억 원의 이익도 어떤 창의적인 기업 활동의 결과라기보다, 토지 용도 변경으로 인해 토지의 시장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모든 관광용지의 토지 가격은 임야지역의 토지 가격보다 몇 배나 높기 때문입니다. 즉, 숲이 골프장으로 바뀔 때, 경제가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누리던 경제적 이익이 개발업체로 이전될 뿐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숲을 없애고 대신 골프장을 지을 때, 국민이 입는 피해와 개발업체가 얻는 이익 중 어느 것이 클까요? 개발업체가 얻는 이익은 800억 원이지만, 국민 전체가 입는 손실은 4900억 원입니다. 국민 전체의 손실이 훨씬 더 큽니다.
▲ 거제 노자산 골프장의 경제적 피해 거제 남부관광단지 (노자산 골프장)를 지으면 개발업체는 이익을 얻지만 국민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습니다.
ⓒ 장용창
그래서, 이렇게 임야를 개발해서 숲을 없앨 경우, 국민 전체가 막대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헌법과 여러 법률들은 임야를 함부로 개발하지 말도록 여러 가지 보호 장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전략환경영향평가도 그런 보호 장치들 중 하나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이렇게 토지의 용도를 정부가 변경하고자 할 경우, 그런 변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평가해 보고, 그게 너무 크면 토지 용도 변경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법률 하에서 판사님이 개발업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간단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으로 만들어서 국가와 국민을 속이면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이 숲의 환경적 가치가 크지 않으니, 이 숲을 골프장으로 개발해도 큰 문제가 안된다'라고 거짓말을 쓰면 됩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법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숲의 경우 개발이 힘들도록 정해두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업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대행업체들에 '이 숲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별로 많이 살지 않으니, 이 숲을 개발해도 된다'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들은 개발업체가 주는 돈을 받아서 일하기 때문에, 개발업체가 시키는 대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게 당연합니다.

거제 남부관광단지, 즉 노자산 골프장 건설 계획에서 벌어진 일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곳 100만 평 숲은, 개발해서는 안되는 생태계 1등급 지역이 약 40%이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1%정도밖에 안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곳 노자산 숲에는 대흥란,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런 멸종위기종이 거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노자산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대행업체는 100건이 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습니다(관련기사: 2024. 5. 9 한겨레신문, '거짓'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반해도…사업 동의한 낙동강유역환경청).
▲ 노자산 대흥란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예정지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대흥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있습니다.
ⓒ 장용창
즉,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개발하려는 개발업체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해서 국민과 정부(경상남도)를 속였습니다. 그렇게 속아서 경상남도는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개발해도 된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관광단지 지정 고시를 했습니다. 그런 속임 때문에 국민은 이제 4900억 원짜리 숲을 도둑맞을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니, 판사님이 이번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 무효 확인의 소송에서 내려야 할 판결은 명확합니다. 경상남도는 토지의 용도를 관광단지로 변경해서는 안되는 숲(임야)을 관광단지로 지정해버림으로써 국민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입니다. 그러니, 판사님이 이런 어리석은 행정부를 말려 주십시오.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은 무효라고 판결해 주십시오.

[관련기사] 골프 치겠다고 이 희귀한 꽃을 죽이렵니까(https://omn.kr/252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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