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농장 상속, 불편한 진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클레어함 기자]
"우리는 부모의 모순을 상속받는다. 그들의 희망. 그들의 헌신.
우리는 고기 섭취와 텔레비전을 상속받는다. 석유. 니코틴. 농약.
우리는 20세기를 상속받는다. 지친 여성들. 부러진 등뼈. 통합된 유럽.
우리는 그들의 고집도 상속받는다. 그들의 불안함까지도.
우리는 불공정을 상속받는다. 자신의 집을 갖는 꿈. '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우리는 부모의 집을 상속받는다. 휴가용 별장. 죄책감."
스위스의 다큐멘터리 감독 지몬 바우만(Simon Baumann)의 두 번째 장편작 < WIR ERBEN >. 독일어 제목은 '우리는 상속받는다'라고 번역할 수 있겠고, 영어 타이틀 < We, the Inheritors >는 '우리, 상속자들'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는 상속에 대해 이렇게 관객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다.
작년 8월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그랑프리상을 받았고, 지난 5월 한 달간 열렸던 제 40회 독페스트뮌헨영화제 (DOK.Fest München)에서는 독일어영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독페스트 심사위원들은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감독 지몬 바우만은 자신의 가족들이 (부모가) 프랑스에 소유한 농장에 대한 상속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 모두가 관련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룬다. 이 상속은 죽음, 기억, 책임, 의무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부모님의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일관된 드라마 구조를 통해 바우만은 베이비붐 세대가 젊었을 때부터 현재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다. 그의 부모는 집을 짓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오늘날 거의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 상속을 받지 않는 한. 이 영화는 이러한 불공정을 교묘히 지적하며, 또한, 정치적 수준에서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개인적 삶에서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놀랍도록 섬세한 유머 감각으로 솔직하게 전해진다."
지몬 바우만 감독은 부모와 형제 3명 가족 모두가 정치인인 독특한 배경을 지닌다. 그의 모친 슈테파니 바우만 (Stephanie Baumann, 사민당), 부친 루에디 바우만 (Ruedi Baumann, 녹색당), 남동생 킬리안 바우만 (Kilian Baumann, 녹색당) 모두 오랜기간 스위스 하원의원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감독 본인은 한때 팝, 락음악, 테크노. 재즈 밴드활동도 왕성히 했던 뮤지션 출신이다. 그의 첫 장편작 < Zum Beispiel Suberg > (2013)에서는 이웃간 친밀했던 시골마을 주베르크 (Suberg)의 형해화 과정을 보여주고, 현지 주민들과의 새로운 관계맺기 접촉을 재치있게 시도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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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의 다큐감독 지몬 바우만. "우리, 상속자들 (We, the Inheritors)"을 연출한 지몬 바우만 (Simon Baumann)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ton und bild GmbH |
"2015년, 제 첫 작품 이후 바로 상속 문제에 대한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엔 이미 상속과 불평등 격차에 대한 많은 논의와 기사들이 있었는데 저는 모든 관련 기사들을 읽으며 이 주제가 특히 스위스에게는 정말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 부모 세대는 인류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물려줄 것이다. 어떻게 이 훌륭한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지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상속이라는 주제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없었다. 또한 돈과 죽음에 대한 금기 때문에 아무도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5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이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020년 부모님댁에서 저녁을 먹는데, 부친이 프랑스 남부에 소유한 농장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였다. 부친은 "우리는 늙어가고 있으니 너희들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말씀했다. 5년간 머릿속에 이 주제로 가득했던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좋아요. 농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주제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좋아,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따분해서 누구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시작했고, 그 이후로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스위스에서 중요한 이 주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없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은 쉬웠다. 하지만 촬영은 어려웠다."
-촬영의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
"카메라, 음향, 조명 등 모든 것을 혼자 했다. 부모님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이 작업이 매우 사적일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게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게 큰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감독, 그리고 영화 속 아들의 역할까지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미 80년대부터 제 부친은 유기적인 농업의 진흥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 이건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안타깝게도 제 동생도 여전히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그만큼 스위스에서 유기농 농부가 되는 건 여전히 많은 난관에 부딪히는 것과 같다. 스위스의 대다수 농부들은 여전히 많은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한다. 이런 독은 수자원을 비롯, 곳곳에 퍼져있다. 많은 이들은 독성 화학물질이 아름다운 푸른 초원과 토양을 파괴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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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속 바우만 가족의 토론 장면. 바우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유기농 농업과 EU를 지지하는 부모가 2000년 남부 프랑스 이주후 가꿔온 70헥타르 규모의 농장이라는 경제적 유산과 상속세에 대해 긴밀히 상의하는 토론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아울러 부모가 남긴 정신적, 문화적 유산등 다양한 담론을 제시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성공하고 싶어하는 욕망, 경제적 양극화를 줄이려 애쓰지만,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모순적 욕망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
| ⓒ ton und bild GmbH |
"문의하신 질문에 답하자면, 클라인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불평등과 상속 문제에 대해 지난 10년간 많이 연구한 후, 이 문제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이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기후 재앙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계가 빡빡한 이들에게 "환경에 좋지 않으니까 일하러 갈 때 차를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기후와 불평등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스위스에서는 과거 상속세가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스위스 주들이 세금 정책을 변경해 가까운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상속세를 폐지했다. 스위스의 일부 지역에서는 상속세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말 매우 낮다."
- 이런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한,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인 것 같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한 예로,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스웨덴은 2000년부터 상속세 또는 재산세를 폐지했으며, 독일에서는 1997년부터 재산세를 폐지했고, 상속세에도 많은 법적 허점이 있다고 들었다. 슈퍼리치들도 심지어 '택스 미 나우 (Tax Me Now)'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의 소셜 미디어 반응을 보면 대중의 지지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요 이유로는 유럽과 북미의 정치가 부유층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유층은 지난 수십 년간 정치에서 매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위스에서는 모두가 언젠가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위스의 유명한 작가 페터 빅셀 (Peter Bichsel)은 '스위스에서는 모두가 부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부자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부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또한 수치심도 부분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스위스에서는 가난한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부를 과시할 수 있고 그건 잘못된 것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스위스는 부유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돈이 있든 없든 수치가 많다. 스위스 사람들은 가난하든 부자든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한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혁명 같은 걸 원치 않는다는 셈이다."
"우리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능력주의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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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페스트 뮌헨의 아프리카 기후위기 토론 패널모습. 올해로 40회를 맞이하는 독페스 뮌헨 영화제 프로그램팀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 속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묻는 필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전쟁, 강제 이주, 생태계 붕괴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까지, 글로벌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DOK.fest Munchen은 문화적 플랫폼으로서 스스로를 단순히 영화의 전시 공간을 넘어, 영화 제작자, 관객이 평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공공 토론의 장으로 보고 있다. 관객들이 지배적인 서사를 의심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삶의 경험을 탐구하도록 초대하며 이 과정에서 세상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단순히 우리가 사는 시대를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더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공감을 가지는 사회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힘을 믿는다.” |
| ⓒ 클레어함 |
"이슈 공론화에 기여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스위스에서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보다 논의가 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마를레네 엥겔호른이나 제바스티안 클라인 같은 조세정의운동의 파워풀한 스타들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상속세 인상을 지지하는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이 있을 뿐이다.
한편, 스위스 사회민주당의 자매 정당인 JUSO Schweiz는 지난해 스위스에서 '미래를 위한 제안'이라는 새로운 발의안을 준비중이다. 우리는 시민발의 (popular initiative )를 통해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 투표를 할 수 있으며, 선거는 연간 4회 진행된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 상속세를 도입하고 싶다면, 해당 발의를 위해 10만 명의 서명을 모아 제안할 수 있다. 이 정당은 5천만 스위스 프랑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적용하는 상속세 발의안을 준비중이다. 세율은 50%로 높지만, 스위스의 초고소득층 슈퍼리치에만 적용된다. JUSO Schweiz당은 이 자금을 환경 보호 조치, 즉, 재생 에너지 확대, 대중 교통망 개선에 사용하고자 한다. 이들은 가장 부유한 계층이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며 따라서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스위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투표를 위한 필수적 서명을 이미 모았으며 해당 투표는 2026년에 실시될 예정이다.
-당신은 사회주의자인가.
"아니다. 많은 사회주의적 아이디어에 공감하지만 급진적인 시스템 변화를 믿지 않는다.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현재 가진 것을 개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상속세는 경제적 불평등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다. 프랑스 혁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과거에는 상속세가 매우 높았고 거의 모든 정당들이 이를 지지한 바 있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의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30~40년간 신자유주의의 강한 흐름으로 인해 이 세금 인상 아이디어는 사라졌고, 그 이후로 경제적 격차가 계속 확대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역전시킬 수 있다!"
-보수 진영은 슈퍼리치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투자 감소와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낙수 효과 (落水效果, trickle-down effect)를 믿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상속세는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속세는 항상 가족의 사업을 위협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부자와 슈퍼리치의 대부분의 자금은 이미 펀드에 투자되어 있으며, 이는 고용을 창출하지 않고 소수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준다. 우리 모두는 더 높은 상속세로부터 이익을 볼 것이다. 국가가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한 예로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영화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저도 제 영화가 얼마나 멀리 해외의 시네필들에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현재 전 세계의 다수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독일에서는 12월 극장 개봉이 계획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상영 계획이 없지만, 기꺼이 한국 관객들과 만나서 함께 생각을 나눌 기회를 가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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