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삵이 돌아오던 습지… 버드나무 베고 사라졌다"

이경호 2025. 6. 6. 13: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제천변 대규모 벌목에 논란… "생태계 파괴, 홍수 예방 효과도 의문"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세종시 제천변에 자리한 도심 습지가 최근 대규모 벌목으로 훼손됐다.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과 삵, 그리고 희귀조류인 멧도요 등이 확인되며 도시 생태계의 희망으로 주목받던 곳이다.
 제천에 찾아온 수달의 모습
ⓒ 허정무
그러나 세종시는 "홍수 예방 및 치수 안전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수변의 버드나무 군락을 대규모로 제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실질적인 홍수 예방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벌목된 제천 일대 습지는 자연형 하천 구조를 갖춘 드문 공간으로, 도심 인근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중요 지역이었다. 시민들의 관찰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수달 가족과 삵, 멧도요, 황조롱이 등이 잇따라 확인되었고, 겨울철에는 텃새와 철새들의 중요한 쉼터로 기능해 왔다.
 제천을 찾은 멧도요의 모습
ⓒ 허정무
하지만 세종시는 하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제천변 약 수백 미터 구간의 버드나무와 잡목을 대거 벌목하고, 둔치에 조성된 자연형 풀숲을 제거했다. 공사 이후 드러난 제방은 밑둥이 잘려나간 버드나무 자국만 남았으며, 기존의 습지 생태계는 사실상 파괴됐다.
 벌목전 제천의 모습
ⓒ 허정무
수변 식생은 단순한 나무나 풀이 아니다. 이들은 뿌리로 토양을 고정시키고, 수변 침식을 방지하며, 하천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를 무분별하게 제거할 경우, 오히려 토사 유출이 증가하고 하천 범람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천에 벌목된 버드나무 밑둥이 그대로 남아 있다
ⓒ 허정무
 벌목된 하천의 모습
ⓒ 허정무
벌목이 초래하는 생태계 파괴

벌목은 단순히 나무만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얽힌 복합적 생태 네트워크를 붕괴시키는 행위다. 수변 버드나무 군락은 수달이나 삵 같은 포유류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조류에게는 둥지를 틀 공간을 제공하며, 곤충류와 양서류의 산란 및 서식지 역할도 한다.

버드나무는 특히 습지성 곤충들과 조류의 생태적 연결고리로 기능하는데, 이 식생이 사라지면 먹이사슬 전체가 붕괴된다. 식생이 사라진 자리는 건조화되며, 여름철에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어류 폐사도 유발될 수 있다. 또한, 풀숲이나 나무 그늘이 사라지면 기온 변화에 취약한 양서류(개구리, 도롱뇽 등)와 저서생물도 급감하게 된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단순히 몇 종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자정능력과 회복탄력성을 약화시켜 결국 인간 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생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행위인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하천변 벌목은 반복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2024년에는 전주의 전주천에서 수십 년 자란 버드나무 군락이 제거돼 시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대전의 유등천 등의 벌목이 진행되면서 벌목이 진행되며 생태계 파괴와 불필요한 벌목 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부분 생태조사나 주민 의견수렴 없이 강행됐으며, 이후 생태계 파괴와 조류 개체수 감소, 수질 악화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하천은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계이며, 무조건적인 정비는 오히려 홍수에 더 취약한 하천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자연 식생은 수질 자정 작용을 도울 뿐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열섬 현상 완화와 생물 다양성 보전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벌목은 오히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세종환경운동연합은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벌목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하며 "이제라도 남아 있는 구간에 대한 긴급 생태조사와 복원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천 전 구간 생태환경 전수조사 실시, ▲하천 정비사업 사전 주민 참여 제도화, ▲수달·삵 등 법정보호종 서식지 보전구역 지정, ▲훼손된 둔치의 자연 복원 우선 추진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박창재 처장은 "시가 환경수도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생태 파괴적인 개발을 반복한다면 시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지속가능한 하천 관리를 위해 이제는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천을 산책하던 시민 허정무 학생는 "아이들과 함께 수달을 보며 감탄하던 이곳이 이렇게 황폐해질 줄은 몰랐다"며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습지를 보전하고, 제천 일대 생태계 회복을 위한 시민의 감시와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