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선생님 파업했대요!"... 영국과 한국의 다른 교육 풍경

김성수 2025. 6. 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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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영국 교원노조 비교기

영국에서 산 세월이 35년이다. 영국 여성과 결혼해 애 낳고 살며 느낀 점이 '밤하늘의 별' 만큼 많다. 자녀들은 초중고대를 영국에서 나와 지금은 다 독립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영국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도, 자주 한국이 그립다. 한국의 문화, 냄새, 심지어 소음까지도 그립다.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 그런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번에는 영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문화, 풍경, 심지어 영국의 날씨까지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영국에 있을 땐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있을 땐 영국이 그립다. 어쩌면 욕심쟁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중국적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중감정자'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다. 삶이 힘들고 슬플 땐, 우리는 평화로운 천국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평화로운 천국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 바쁘고 소란스러운 삶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자, 이제 그러면 내가 느끼는 한국과 영국의 교원노조에 대해 나누고 싶다. <기자말>

[김성수 기자]

 한영기
ⓒ 김성수
"아빠, 우리 선생님이 파업한대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어느 날 집에 와서 한 말이다.

"뭐라고? 선생님이 파업을 해?"
"네. 월급이 적대요."
"그럼 수업은?"
"없대요."

너무 당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한국 같았으면 뉴스 검색부터 했을 터. 그런데 영국에선 그냥 "아, 내일 학교 안 가는구나!" 하고 끝이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전교조 영국 버전 대 한국 버전'의 차이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이건 김치찌개와 피시앤칩스 만큼 다른 이야기였다.

파업의 품격, 싸움도 스타일이 있다

한국 전교조의 파업은 영화처럼 격렬하다. 슬로건은 "참교육!" "입시 타파!" 붉은 머리띠, 절절한 연설, 진한 눈물.

영국 교사노조 파업은 BBC 다큐멘터리 스타일이다. 피켓 문구는 "보육이 아닌 교육" "열심히 일하면 공정한 급여를 받는다"("Teaching not babysitting" "Fair pay for hard work")와 같은 식이다.

파업현장 분위기는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웃으며 인사하는 분위기다. 가끔은 학부모가 지나가며 "고생 많으시네요" 하며 빵 하나 얹어주는 품격 있는 연대감도 있다. 한 교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바뀌지 않아도, 말은 해야죠. 애들도 보잖아요."

교육 철학의 온도차

한국 전교조: "입시 중심 교육을 타파하자!" "교육의 공공성 수호!"
영국 교사노조: "교사의 처우 개선!" "교육예산 확대!"

전자는 돈키호테처럼 풍차(입시)와 싸우고, 후자는 현실적인 문제(급여, 복지)를 차근차근 건드린다. 물론 영국도 교육 불평등은 있다. 하지만 누구도 "사립학교 폐지 하라!"고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튼 보낼 수 있음 좋겠네" 하며 쿨하게 인정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학부모 반응의 온도차

한국의 반응:
찬성파: "우리 아이를 위해 싸우는 교사님들!"
반대파: "정치 말고 공부나 가르쳐라."
중간파: "제발 조용히 좀…"

영국의 반응:
"파업? 그럼 오늘 애 집에 있네."
"그래도 교사도 사람이지 뭐."
(간혹) "좀 불편하네…" 정도.

아이를 봐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건 자연재해 같은 것" 이라는 여유다. 한국 학부모 단톡방이 불타는 동안, 영국은 "아, 그렇군요...(Oh well...)" 한마디로 끝난다.

정치색이라는 그림자

한국 전교조: 정치적 성향, '진보 대 보수' 프레임, 정치적 중립 논란.

영국 교사노조: 임금, 근무조건, 연금문제. 지지정당이 달라도 파업은 함께한다. 여기선 노조는 곧 권리이고, 권리는 책임이다. 교사파업이 뉴스 톱기사도 아니다. 날씨 뉴스 다음 정도? "런던 오늘 흐림, 교사들 파업, 우산 챙기세요."

우리 아이가 배운 것

두 아이 모두 대부분 영국 교육제도에서 자라 대학 졸업 후 각자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동네에서 초중고등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은 시험보다 활동, 평가보다 과정에 익숙해졌고, 억지로 뭘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도 집에 와서 "오늘 축구부에서 골 넣었어요!" "미술 시간에 만든 작품 칭찬받았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듣던 날엔 아버지로서 뿌듯하면서도, 한국교육의 현실이 떠올라 씁쓸해 지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자랐다면, 아이들이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까?

김치찌개냐, 피시앤칩스냐

전교조는 김치찌개다. 뜨겁고 매콤하고 뚝배기 열정. 때로는 주변까지 후끈 달아오른다. 영국 교사는 피시앤칩스다. 담백하고 느긋하고, 약간 심심하지만 오래 간다. 둘 다 필요하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교육이다. 한국교육이 영국의 여유와 유머를 배우고, 영국교육이 한국의 열정과 추진력을 참고하면 어떨까?

교사는 단지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사회란 무엇인지' 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한국과 영국, 두 전교조의 차이를 보며 내가 느낀 건 단 하나. "아이를 위한 교육은 결국, 어른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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