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800대 실은 배 화재…대책 마련 분주한 완성차·해운업계

운반선 '모닝 미다스' 호가 약 3000대의 자동차를 싣고 태평양 한가운데서 불길에 휩싸이면서, 완성차·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차량 중 약 800대는 전기차로, 며칠째 불길이 잡히지 않아 선박이 그대로 침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 세계 전기차 해상 운송은 늘고 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선적 기준이나 화재 대책은 미비해 사고를 둘러싼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5일 미국 해안경비대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앵커리지에서 1900㎞가량 떨어진 아닥(Adak) 섬 인근 해상을 운항하던 자동차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영국 선사가 운항하는 이 배는 중국 옌타이 항에서 멕시코로 향하던 중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선원이 초기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지 못했고, 승무원 22명은 안전하게 이송됐다”면서 “전기차를 실은 배는 태평양 한가운데 버려졌다”고 보도했다.
늘어나는 전기차 해상운송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해상 자동차 무역은 2023년 연간 2370만대를 넘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장거리 노선이 대부분이다. 클락슨리서치는 2019년 거래량의 9%에 불과했던 전기·하이브리드차량 운송이 2023년에는 거래량의 29%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가 해상운송이라는 특수 환경과 만나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을 위해 해수를 사용하면 유해 가스 생성 속도가 빨라진다. 화재 전이 속도도 육상보다 빠르다.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차량이 밀집해 불이 번지기 쉽다. 층마다 밀폐된 공간이라 연기로 시야 확보 및 접근이 어려워 빠른 대응이 어렵다.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실리다 보니, 자동차운반선에 주로 설치되는 천장 고정형 소화장치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완성차-해운사 소송까지 불사
자동차운반선 화재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2년 2월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펠리시티에이스’호 화재가 대표적이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가던 이 배에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쉐, 아우디 등 총 3965대 차량이 실려 있었다. 이 배를 운항한 일본 해운사 미쓰이 O.S.K.라인(MOL)은 지난해 3월 “화재는 포르쉐 전기차에서 시작됐는데, 포르쉐는 해운사에 전기차 운송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독일 슈투트가르트 법원에 총 3000만 유로(약 465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다국적 보험사인 알리안츠그룹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자동차 화재는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 전기차 선박 운송이 늘며 관리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 대안에 기대는 자동차·해운업계

이러다 보니 완성차업계와 해운업계는 자체 화재 관련 지침에만 기대고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자동차운반선 전기차 화재 관련 위험요소 식별(HAZID) 분석을 하고, 선박 운항 시 전기차 배터리를 30% 미만으로 낮추고, 전기차 전용 적재 구역을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소송에 휩싸인 포르쉐는 올해 초 독일 배터리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보유 중인 자동차운반선 32척에 전기차 화재 진압 특수 장비 ‘EV 드릴 랜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 선원 교육을 진행 중이다. 불이 난 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하는 장비인데, 향후에는 자동화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중고 전기차 선적 제한 및 선내 충전을 금지하고, 자동차운반선 1척당 약 1000개의 화재탐지기를 설치하는 등 자체 전기차 선적 안전규정을 적용 중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뺨 27대에도 꿈쩍않던 9살…그런 이재명 울린 ‘담임 쌤’ [이재명, 그 결정적 순간] | 중앙일보
- "여성과 자본적 없다" 6명 총기난사…일베서도 그 징후 포착됐다 | 중앙일보
- '정치하면 이혼' 반대했던 김혜경 "따뜻한 영부인 되고 싶다" | 중앙일보
- 폐가서 시신 17구 쏟아졌다…"납치·실종자 추정" 멕시코 발칵 | 중앙일보
- "커피가 이 정도?"…여성 5만명 30년간 추적 '놀라운 결과' | 중앙일보
- '입양 딸 성폭행' 징역 378년 받은 미국 아빠…16년 만에 무죄, 왜 | 중앙일보
- '타짜 미경이'에 5억 털리고도…70대 오빠는 "사랑을 했다" | 중앙일보
- "이게 진짜?" GD 뮤비 본 MS 경악…카메라도, 배우도 없었다[팩플] | 중앙일보
- "이제 못봐?" 청와대 관람 막차 열풍…마냥 못 웃는 사장님들 | 중앙일보
- 내일 새벽 35년 만의 '이라크 원정'…韓축구 최대 적 따로있다 | 중앙일보